주인공으로만 사는 건 너무 힘들다.
(Spotlight Effect)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이 용어를 설명하기 위한 질문을 한다면, '당신은 오늘 아침 편의점에서 계산을 도와준 종업원 분의 얼굴이 기억나시나요? 혹은 입은 옷 색깔은요?' 정도가 적절하겠다.
이 질문을 통해, '보통의 사람들은 대게 구체적인 인상착의를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타인에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종업원은 '편의점에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뭘 입고 있는지 다 보고 있을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종업원의 생각이 바로 스포트라이트 효과다.
즉, 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는 그 정도는 아닌데 실제보다 타인이 자신을 더 많이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심리학적인 현상이다. 짧게 말해, 모든 사람들이 나를 의식한다고 잘못 생각해 너무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이다.
흔히들 '내 인생이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은 바로 나야!'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주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기대대로만 살던 주인공이 비로소 자신을 위한 인생을 살겠노라! 결연히 다짐하는 느낌으로 말하는 뉘앙스가 있다. 그렇다, 우리는 우리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래의 두 가지 상황을 생각해 보면, 주인공으로만 사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1. 주인공도 드라마 촬영이 끝나면 스포트라이트가 꺼지고 쉬어야 한다. 그런데 조명감독님이 잠도 안 자고 계속 쫓아다니면서 집에 갈 때도 조명을 비춰주고 내가 잘 때도 조명을 비춰준다. 조명이 꺼지질 않는다.
2. 주인공에게 힘든 역경이 찾아왔다. 이 세계관의 모든 환경이 주인공을 괴롭히는 것만 같다. 주인공에게 왜 이런 시련이..! 다른 드라마 주인공들 문제는 잘만 해결되던데, 이 드라마 주인공의 역경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가 않는다.
이처럼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만 산다는 것은 오히려 인생을 더 괴롭게 만들 수도 있다.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있듯, 우리 삶이란 순탄하기만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누군가 '너무 스포트라이트 효과에 잠식된 피곤한 주인공(이하 피곤한 주인공)'으로만 산다면, 그 사람은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 힘이 약할 수 있다.
왜냐하면 피곤한 주인공은 삶에 시련이 왔을 때, '주인공이 이럴 수는 없는데?!' 혹은, '어..? 이러면 안 되는데??'와 같이 시련에 크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곧잘 극심한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내 인생이라는 드라마 주인공에게 너무 과잉 공감을 해버린 결과랄까.
때로는 조명을 끄고, 주인공이 아닌 모습으로 사는 것도 필요한 법이다.
힘든 상황이 주어졌을 때,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짜증을 내고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똑같은 상황이 친한 친구나 가족에게 일어난다면 자신에게는 하지도 않았던 긍정적인 격려나 지지, 또는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 사실 다른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따뜻할 수도. 좀 더 한 걸음 뒤에 물러서 격하게 반응하지 않고 진정하고 방법을 찾을 수 있으면서도, 유독 자기 스스로에게는 그러지 못한다.
그 심리 저변에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실망감. 또는 환멸에서 나오는 체념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나에게 따뜻하지 못하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해서거나 내 인생이 너무나 소중해서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비친 스포트라이트를 한 번씩 꺼줄 수 있어야 한다. 열심히 살고 있는 스스로에게, '나 자신 너무 수고했어! 이만하면 잘했다!'라고 말해줘야 한다. 힘든 일이 다가오면, '인생이 그렇지 뭐. 또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말해줘야 한다. 실망스러운 실수나 잘 못을 했을 때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지. 한 번 봐줘라!'라고 말해줘야 한다. 너무 사람들이 의식되고 부담스러운 상황에는, '생각보다 남들은 너한테 관심 없어. 그냥 열심히 했으면 그걸로 됐어'라고 말해주고 용기를 불어넣어 줘야 한다.
그렇게 나도 나에게 가장 큰 조력자가 되어주자. 항상 주인공만 하려고 했다가는 피곤한 주인공은 골병이 들어서 항상 골골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