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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창훈 Aug 04. 2024

이어폰 중독에서 벗어나기: 이명 치료중입니다.

늦었지만 치료하면서 몸을 돌보는 중입니다. 

혹시 귀를 혹사하는 분들이 계시면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몇달동안 대외적인 활동도, SNS도 하지 않고 본업에만 충실하고 시간이 나면 치료와 쉼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명 현상 때문이었는데요. "그 정도 갖고 뭘 그러느냐" 할만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나는 소리 때문에 잠을 못자는 지경이 되니 너무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계속 잘 치료와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명에 관련해서도 많은 좋은 자료와 광고가 같이 존재하더군요. 나름대로 여러 정보를 찾고 적용하면서 비슷한 문제가 있는 분들께 도움 또는 위안이 될까 하여 글을 써봅니다. 또한 제가 모임을 시작했다가 약속도 제대로 못지키고 쉬고 있는 상황이라 모임에 참여하셨던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함께 담아 글을 씁니다. (본문은 스스로와의 대화 형식으로 글을 썼기에 문체가 딱딱하네요.)


나는 오랫동안 귀를 혹사시켜왔다. 


고등학교 2학년때 처음으로 워크맨을 손에 쥔 이후로 내 귀에는 웬만하면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처음에는 주로 음악을 들었다. 당시 다들 그랬듯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한땀한땀 녹음해서 편집을 했다. 20대가 되어서는 어학 테이프를 늘상 들었다. 훗날, 대기업에 입사하고 외국에 가서 필요한 비즈니스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일본어 실력의 기반이 되어 주었다. 이때 지겹도록 들었던 어학 테이프가 적어도 절반 이상의 역할은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30대, 40대가 되어서도 나는 늘상 무언가를 들으려 노력했다. 강의를 하면서부터는 내 강의 녹음을 듣기도 하고, 오디오북도 많이 들었다. 기술이 좋아져서 윌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했다. 유튜브에는 30분, 1시간이 넘는 좋은 강의들을 찾아서 들었다. 내 귀는 정말 오랫동안 나의 성장을 위해 고생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코로나, 온라인 강의, 이명의 시작 


2020년, 코로나 방역이 본격화 되었다. 몇달의 멘붕상황이 지나고, 온라인 미팅, 온라인 강의가 늘어났다. 초반에는 거의 수요가 폭발했다고 할 정도였다. 짧은 기간이지만 온라인으로 기업 강의한 경험을 무료로 나누는 모임을 만들었다. 내가 강의를 하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알게된 분들의 강의도 들었다. 운동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랜선 걷기 모임을 시작했다. 주말마다 이어폰을 꽂고 대화를 하면서 산책을 했다. 온라인 기업 강의 수요도 계속 늘어났다. 거의 쉬는 날이 없었다. 문제는.. 모든 모임을 이어폰으로 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다양한 참가자가 들어오면서 오디오 조절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갑자기 큰 소리가 나기도 하고, 알림음이 너무 크게 나오기도 했다. 그걸 이어폰으로 무식하게 다 받아냈다. 게다가 온라인 모임은 여러가지 문제 발생의 여지가 너무 많아 오프라인 대비 최소 두배는 신경을 많이 써야했다. 그러기를 석달.. 어느날 저녁에 모임을 마치고 내용을 정리하는데 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귀에서 뭔가 자그마한 것이 툭, 끊어진 느낌이랄까. 군대에서 총을 쏘고 나서 들렸던 그 이명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크지는 않았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겠지.. 하지만 다음 날에도, 다음 주에도 그 소리는 계속 들렸다.


치료를 위한 노력

 

이명은 초기에 잡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기에 이비인후과와 한의원을 몇군데 가보았다. 이비인후과에서는 대략 청력 검사를 하고 “이 정도는 괜찮다”, “더 심한 사람이 많다" 는 답을 들어야 했다. 한의원에서는.. 각자의 논리와 이론으로 진단을 다르게 내렸다. 코 안쪽을 뚫어서 어혈을 제거해야 한다는 곳도 있었고, 꽤나 유명하다는 다른 곳에서는 계속해서 근육을 풀어주는 처방을 했다. 문제는.. 몇달을 다녔지만 차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는 와중에 하는 일은 점점 더 바빠지기 시작했다. 바쁜 시즌을 한 번 거치고 나서.. 나는 이명 때문에 잠을 깨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번 깨면 다시 잠을 자기가 어렵다. 시끄러운 클럽의 바닥에 누워서 잠을 청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일 때도 있었다. 무섭고, 화나고, 두려웠다. 잠을 못자니 낮시간에는 제대로 활동을 못한다. 그런데 강의라는 나의 직업은 신체적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이대로는 지속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 습관부터 바꾸기


치료와는 별개로 일상의 환경을 바꿔야 했다. 우선은 귀에 꽂는 장비를 일절 쓰지 않게 되었다. 다행히 미리 사두었던 스피커 마이크만을 사용했다. 당시에 4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었지만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몰라 미리 사서 써보았던 장비다. 이어폰을 사용할 때는 실제로 귀가 ‘아프다'는 느낌을 자주 느꼈었다. 그 통증을 느꼈던 초기에 장비를 바꾸고 관리했다면 좋았을텐데..  그리고 일상에서 쓰는 이어폰을 골전도 이어폰으로 바꿨다. 그런데..  가장 잘못했던 선택은 다름아닌 골전도 이어폰이었다. 이 이어폰 역시 20만원이 훌쩍 넘는 제품으로 고성능 마이크가 가장 큰 강점이었다. (통화 품질이 정말 훌륭하기도 정평이 나있다.)  그런데 이 좋은 제품이 왜 나에게 나쁜 선택이었을까? 일상의 소음과 이어폰의 소음이 같이 들리게 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지하철을 타게되면 지하철의 커다란 소음은 기본이고, 그 소리에 맞춰 이어폰의 볼륨을 높여야만 했다. 뒤돌아 생각하니 정말 귀에 못할짓을 했다. 외부 소음 + 이어폰 소리를 동시에, 그것도 큰 볼륨으로 듣게 했으니. 걷기와 달리기를 할 때는 괜찮았다. 하지만 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는게 최고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귀를 위해 찾은 대안, 그리고 제대로된 치료  

 

이명이 생기고 3년이 넘은 시점에 이 글을 쓴다. 우선 나는 이어폰을 아예 쓰지 않는다. 주로 스피커를 사용한다. 헤드폰은 차음이 필요할 때만 쓴다. 가끔 외부에서 미팅을 할 때 헤드폰을 쓴다. KTX나 비행기를 타면 노이즈 캔슬링을 켜고 음악을 아주 작게 틀어둔다. 걷거나 뛸때는 아무것도 듣지 않는다. (예전에는 당연히 뭘 들었다.)  가끔은 미니 스피커가 달린 이어셋을 사용한다. 그리고 집중적이고 장기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 한약을 먹고 있고, 기혈 순환을 돕는 침 치료를 받고 있다. 청력이 손상된 것이 확인 되었고 맞춤형 소리 치료를 받고 있다. 4개월 정도 되었는데.. 아직 이명 자체에 대한 개선 효과는 없다. 하지만 이명은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기에 인내하고 있다. 다행히 밤잠을 못자는 경우는 많이 줄었다. 이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원래 일상에서 운동을 자주 하는 편이라 생각했지만 부족함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헬스장도 따로 가고 조깅도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서 하고 있다. 피곤하면 낮잠을 자고, 무작정 열심히만 하려던 태도를 바꿔가고 있다. 이제 나이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도 받아들이고 관리를 잘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명, 후회하고 나서 교정한 행동 요약 정리 

평소에 청력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정리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골전도 이어폰 : 외부 소음과 오디오가 섞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안 좋다. 

노이즈 캔슬링 : KTX, 지하철, 비행기 등에서 매우 유용한 효과를 준다. 

운동시 듣기 : 이어폰, 헤드폰 둘 다 좋다고 할 수 없다. 나는 아예 안듣거나, 작은 스피커형 이어셋을 쓴다. 

유튜브의 이명 개선 사운드 : Tinnitus Therapy라고 검색하면 나온다. 비추한다. 내 상황에 맞는 음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혹시 듣더라도 거의 안들릴 정도의 낮은 볼륨으로 들어야 하며 한번에 30분 이상 듣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던 책이 있다. ‘이명 난청 완치 설명서' (민예은 원장)  나에게 있어서는 이 책이 가장 현실적이고 쉽게 설명되어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이명이 심한 분이라면 한두권의 책 내용만 무작정 믿고 따르기 보다는 다양한 해결 방법에 관심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반성 


나는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기업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강의 주제 중 하나는 멘탈과 자기관리다. 자기관리를 강의하는 사람이 아프다니! 내 자존심이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부끄럽기도 하고. 그간에 명상이나 쉼을 제대로 갖지 못했고, 나를 먼저 돌보지 않았던 결과다. 물론 그간에 내가 하는 일에 집중을 하고 매 순간 최선과 열정을 다해 강의해왔다는 것에는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내 몸이 망가져 가면서 열심히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이제는 나 스스로에게 쉼과 여유의 공간을 제공해 주려한다. 그리고 모든 것에 완벽하려 하기보다는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고 고쳐가는 태도를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건강은 잃기 전에 관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당연한 말이지만 자꾸 잊기 때문에 기억하고 습관의 일부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강을 잃고 나서 관리하면 시간, 돈이 더 많이 듭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지게 됩니다. 귀만 그렇지 나머지 부분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귀에 문제가 있은 덕분에 몸을 돌볼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더 쉽게 건강해질 수 있음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고마운 분들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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