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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가 그랬어요!'

왜 많은 사람들이 AI의 말에 확신을 갖게 되었을까?

by Matter of Peter on Play
GPT가 그랬어요! GPT가 확인해 줬습니다. GPT도 그렇다고 합니다.


요즘 주변에서 연령대를 막론하고 흔히 듣는 말이다.


왜 많은 사람들이 AI의 말에 확신을 갖게 되었을까?


인간은 생존을 위해 진화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성향과 편향을 지니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예측 가능성이다. 포식자의 습격, 기후 변화, 식량 부족처럼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은 곧 생존 위협이었다. 무언가를 예측한다는 것은 안전감을 높이고 본능을 충족시켰다. 즉각적인 생명의 위협이 줄어든 현대에도 이 본능은 여전히 작동한다.


우리가 익숙한 것을 선호하고, 이야기 속 명확한 인과관계에 끌리며, 구름에서 동물의 형상을 찾는 것은 모두 패턴을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본능과 연결된다. 문제는,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느끼면 오답이라도 받아들이는 경향이다. 미신이 그렇다. 근거가 없더라도 ‘액땜’이나 ‘부적’이 미래를 통제 가능하게 만든다고 느끼면 수용한다. AI의 확신에 찬 말투와 방대한 정보는 이 욕구를 강하게 자극한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판단 근거를 찾는다. 종교, 유명인, 권위자의 말에 따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오늘날처럼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확신 있는 말투와 폭넓은 정보로 마음을 안심시키는 AI가 등장했다. 의존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실제 문제는 ‘AI 의존성’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AI에 위임하느냐이다. 번역·요약·계산처럼 결과만 필요한 작업은 맡겨도 된다. 하지만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역량을 키우는 학습과 경험의 과정을 위임하는 순간, 성장은 멈춘다. 특히 성장기 아이들은 이 과정을 통해 사고력과 판단력을 형성하는데, 이를 건너뛰면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더 큰 문제는, 위임의 결과를 수용할지 여부가 개인의 기존 지식과 판단 기준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사람은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일치하는 판단을 선호한다. AI의 답변도 기존 지식과 맞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고, 낯설거나 이해가 어려운 것은 무시하거나 의심한다. 이렇게 확증편향이 강화되면, 새로운 학습은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AI 시대의 교육은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 교육의 본질은 정보 전달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마찰을 통해 순간을 또렷이 인식하고 경험을 구체화하며 배우고 성장하는 데 있다.

마찰은 불편함이 아니다. 익숙함에 기대어 무심히 지나치는 상태에서 벗어나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다.

MIT 연구팀의 “Your Brain on ChatGPT” 실험에서도, AI를 사용한 집단은 뇌 활동과 기억 유지에서 저조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고 과정이 단순화됐다. 반면 스스로 사고한 집단은 창의성과 의미 처리에 관련된 뇌파 활동이 활발했다. 이는 AI가 뇌를 손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배움과 성장에는 ‘결과’보다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AI 시대의 교육은 자동화와 효율화가 아니라 ‘마찰의 확장’이어야 한다.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것은 단순히 AI로 결과물을 잘 뽑아내는 질문이 아니라, AI와 함께 과정을 구체화하는 질문, 생성된 정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능력, 그리고 언제 AI에 위임하고 언제 스스로 사고해야 하는지를 구분하는 지혜다.


아무도 미래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어떤 미래가 오더라도 스스로 사고하고 선택할 수 있는 힘은 여전히 중요하다.

학교는 학생들이 그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해야 한다.


Make it ma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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