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새로운 교실
What Happens After A.I. Destroys College Writing?
“대학의 글쓰기가 파괴된 후에 무슨 일이 생길까?”
몇 달 전, _뉴요커_ 잡지에는 이런 제목의 글이 실렸다. 도발적이고 의미심장한 이 질문은 쏟아지는 교육계의 불안을 담고 있다. 학교는 변하지 않았는데 학생들은 AI를 사용하며 급격히 변했다. 많은 미국 대학에서 학생들은 AI로 글을 생성하고 과제를 대신하고 있다. AI는 이미 오래된 대학교육의 효용성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판과 경고를 내놓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 현상이 성인 대학생들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아직 어린 초등학생들의 현실로도 다가왔다는 점이다.
이미 초등학교 아이들도 AI로 숙제를 한다.
디지털 전환을 쫓아가기도 숨가쁜 학교는 이제 AI 교과서, AI 리터러시 같은 구호를 외치지만, 교육부 차원의 대응도, 교사 차원의 대응도 모두 버겁고 쉽지 않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필요한 AI 교육은 무엇일까? AI 긍정론자들이 말하는 개인화된 AI 과외 선생님? AI 교과서가 주장하는 맞춤형 교육 자료? 그건 답이 아닌 것 같다.
왜 학교에 가고, 왜 공부를 할까?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AI에 입력한다. 결과가 나온다. 출력하거나 옮겨 적으면 숙제 끝이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진짜 배움은 있었을까? 숙제는 단순히 처리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직장에서의 과업은 결과물이 중요하다. 하지만 학교에서 숙제를 주는 이유는 다르다. 숙제는 배우기 위한 장치다. 답을 얻게 해주는 프롬프트를 찾아내는 건, 시험지 뒷면에 적힌 해답을 베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답을 얻는 순간은 만족스럽지만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배움은 자동화할 수 없다.
학습은 단순히 정보를 얻는 일이 아니라, 연결하고 이해하며 다시 시도하는 가운데 새로운 사고의 틀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 과정이 AI가 대신해 주는 순간, 성장은 멈춘다. 문제를 정의하고, 조건을 세우고, 틀린 답을 고치며 다시 반복할 때만 진짜 배움이 일어난다.
처음부터 잘 하는 것은 없다.
피아노를 배우며 수없이 틀리고 다시 치는 것, 운동장에서 땀 흘리며 반복하는 것처럼, 잘하려면 반드시 그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마음은 건너뛰고 싶지만 누구나 안다. 배움에는 지름길이 없다는 것을.
2022~23년 한때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중요하다”는 말이 유행했다. AI에게 좋은 답을 얻으려면 좋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생들에게 좋은 질문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이건 결국 결과물 중심의 접근이다. 배움은 정답에 있지 않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현재 학생들의 AI 사용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여전히 결과 중심의 프롬프트에 머물러 정작 학습의 본질인 과정 속 사고가 사라져 있다. 과정이 생략되면 배움도 없다.
결국 ‘과정 중심 학습’을 기술적 언어로 비유하자면, 그것이 바로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에 가깝다.
요즘은 이 표현을 많이 쓴다. AI가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설계·배치하는 기술이다. 단순히 질문(프롬프트)을 잘 던지는 것이 아니라, AI가 사고할 수 있는 환경과 재료를 조율하는 반복적 과정이다. 좋은 배우에게도 배경과 상황을 알려줘야 연기가 살아나듯, AI에게도 맥락을 설계해줘야 한다. 문제를 세팅하고, 조건을 바꾸고, 다양한 시도를 반복하는 것, 바로 그 과정이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이다. 배움이 결과가 아닌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듯, 컨텍스트 엔지니어링도 맥락을 세팅하는 과정 속에서 힘을 발휘한다.
AI 시대의 교육은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한다.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처럼 학생들이 배워야 할 것은 답을 잘 뽑아내는 주문이 아니라, AI와 함께 과정을 구체화하는 질문이다. AI가 생성한 결과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언제 AI에 위임할지, 언제 스스로 사고해야 할지를 구분하는 힘이다. AI 시대의 교육은 더 빠른 답을 얻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AI를 통해 사고의 과정을 설계하고, 그 과정을 반복하며 배우는 힘을 기르는 일이다.
우리가 말하는 ‘AI 리터러시 교육’은 바로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AI는 답을 주는 도구가 아니다. 과정을 배우는 교실이어야 한다.
교육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마찰 속에 있다.
Make it Ma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