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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Feb 02. 2018

180202


# 막연한 민족주의적 선입견

'한국문학은 한국에만 있지 않다'라는 제목을 봤을 때 뭔 개소리인가 싶었다. 일본학자가 뭘안다고 한국문학을 얘기하나 싶기도 했다. 끝까지 인터뷰를 읽어보곤 섣부른 판단이 부끄러웠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0171408001&code=960205)


 '한국문학'의 의미는 무엇일까?

한국에서 쓰인 작품? 한국인이 쓴 작품? 한국어로 쓰인 작품?

그 개념은 나름 각기 다른 기준으로 규정될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최대한 포괄해 규정짓자면(+오무라 마스오의 개념을 따르자면), 한국계 작가가 쓴 모든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문학이란 작가의 국적의 문제도 아니고 꼭 한국어 혹은 한글로만 쓰여져야 하는 것도 아닐 것이고 출판이 이루어진 곳이 한반도 혹은 대한민국이어야 하지도 않는다.

그런 차원에서 오무라 마스오가 규정지은 한국문학이라는 개념은 좀더 일반명사적인 의미로 조선문학(북한문학), 옌벤문학, 재일조선인문학, 나아가 고려인문학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물론 그만큼 그 기준은 낮아질 것이다.


 이 인터뷰를 보고 흥미로워 옌벤문학과 재일조선인문학, 그리고 있을것이라고 추측한 고려인문학을 검색해보았다. (초중고 12년과 대학생 시절까지 더한시간동안 그렇게 여러군데를 돌아다니면서도 이러한 단어가 한국과 연관될 것이라고 생각해본적이 없다. 물론 내가 전공이 국문학은 아닌 탓도 있겠지만, 나름 한국문화에 대해 관심있게 잘 알고있다고 여겼던게 부끄러웠다.) 그 검색어에 딸린 여러 인터뷰들과 위키피디아 글들은 여러모로 신선했다.  

 많은 한국계 작가들이 한국문학이라는 개념을 속문주의나 속지주의 혹은 속국주의로 규정하려는 시도들에 맞서 그들 자신만의 정체성을 이야기하고 인정받길 원했다. 옌벤작가협회장의 인터뷰중에서(https://blog.naver.com/ehanuri/220863801943) '국가정체성과 민족정체성이라는 이중의 정체성을 가져야한다는 것을 이해받고 싶다.'는 말은 내가 인지하지도 못하고 당연하게 가지고있었던 민족주의적 개념에 균열을 내었다. 이들 문학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학이자 그 문학이 쓰여진 장소 및 작가의 국적에 속하는 문학이고, 동시에 한국문학과도 교집합을 이루는 문학인 것이다.

 작가의 국적이 어떻든지간에 한국계 작가가 한국어로 쓴 문학이라면 한국문학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는데, 그럼 고려인 4세대들이 한국인 부모아래에서 (제한되긴하지만) 한국 문화속에 성장하면서 러시아어로 쓴 문학은 과연 한국문학이라고 할 수 없는가? 하는 물음이 뒤이어 떠올랐다. 결국 작가의 국적이나 발표한 장소, 쓰여진 언어와는 상관없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담아낸 작품을 모두 한국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인정체성의 개념을 따지기 시작하면 너무 포괄적인 개념이 돼버려서 더 복잡해 질 것 같긴 하다.)

 내가 직접 연구할 수는 없지만, 이 개념에 대해 좀더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많은 논문들이 나오면 좋겠다. 대한민국 문단에서는 이들과 연계해 대한민국의 문학작품들이 세계에 알려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고, 문화교류를 통해 또 새로운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교사를 꿈꾸는 내가 가진 문제의식은 결국 '한국사'의 개념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새롭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옌벤문학이나 재일조선인문학, 고려인문학이 한국문학안에 포함될 수 있다면, 조선족, 재일조선인,고려인들의 역사 역시 일종의 한국사로 포함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좀 복잡한 문제지만, '그들의 역사가 한국의 역사에 포함될 수 있다'는 명제가 곧 그들은 한국인이다 혹은 그래서 그들이 거주하고 있는 영토는 한국영토이다라는 논리적 비약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속지주의, 속국주의에 따라 그들은 현재 살고있는 나라의 국가적 정체성과 한국인이라는 민족적 정체성을 둘다 가지고 살아야하는 존재들이며 그들의 과거나 현재가 양쪽에 모두 공유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왜 굳이 역사를 속국주의적으로 해석해 본질은 버린채 형식적 말장난으로 싸워야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물론 현실은 국가적,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이러한 바람이나 의문자체가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인 몽상으로 취급받겠지만 말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학생들에게 '한국사'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자연스레 한번쯤은 던져볼만한 질문인 것 같다.

 



http://kicho.tistory.com/417


https://ko.wikipedia.org/wiki/%EC%9E%AC%EC%9D%BC_%EC%A1%B0%EC%84%A0%EC%9D%B8_%EB%AC%B8%ED%9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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