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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Mar 23. 2018

180322

시타르 공연을 보고




# 좋았다. 너무 좋았다. 또가고 싶다.
10만원짜리티켓사서 가야겠다.


# 현악기의 솔로무대는 항상 부럽다. 타악기는 어쩔수없는 한계가 있는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타악기는 절대 가질수 없는 음의 높낮이를 가지는 여타 다른악기들을 보면서 항상 아쉬웠다.

퍼커션 연주자가 한명 있었지만 그가 솔로로 연주할 때는 짧은 드럼솔로와 대부분의 Handpan연주였다.

물론 연주는 환상이라 전수관에서 느꼈던 울림을 공연 내내 여러번 느꼈다.

서양 악기라서 장구의 매력은 없지만 말이다.


# 콘트라베이스가 악기도 크고 소리도 중후해서 막연하게 좋다는 느낌만 가지고있었는데,

콘트라베이스 솔로를 보고 완전 반해버렸다.

저 큰악기가 저런 매력이 있구나..

기회가 되면 배워보고도 싶은데,

솔로연주가 드문 악기들을 또 배우는게 살짝 겁이난다.


# 셰나이라는 인도피리는 인도영화에서 자주 들어본 소리였다.

사실 태평소 소리랑 비슷해서 많이 익숙하긴했다.

그 찢어질듯하면서 커다란 소리가 너무 사람을 쪼이는 느낌이라,

그런 악기를 잘 부는 연주자를 만나면 대단하고 존경스럽지만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별로 없다.

그렇게 좋아하는 소리는 아닌데,

공연을 잘 짠건지 연주를 잘하는 건지

전체적인 음악과 잘 어우러져서 좋았다.

뭔가 우렁차게 터트려야하는 부분에서 꼭 필요한 때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었다.


# 퓨전음악이라 참 좋았다.

시타르와 셰나이, 콘트라베이스, 퍼커션과 handpan. 가끔 피아노와 드럼.

기타와는 다른 매력적인 소리에 콘트라베이스의 저음이 참 잘어울렸다. 공연을 잘짠거겠지만.

Handpan 솔로를 하다가 콘트라베이스와 시타르가 같이 들어오는 부분이 환상적이었다.

시타르가 음을 무시하고 매우 빠르게 박자를 타는데,

기타로 꽹과리 2채를 치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에 속도그대로 음을 바꿔가며 치니까 와.. 대박.


# 한시간 반짜리 공연을 잘 구성해서 올리는 것.

그리고 그 연주자가 되어 공연을 잘 마치는 것.

이 두개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내공연을 보니까,

확 와닿았다.

예전 우리 공연이 생각났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막연히 부끄러운 점들도 있었는데,

비록 실력이야 아마추어지만,

한시간짜리 실외공연을 구성해서 잘 마쳤다는 그 자체로,

자부심이 생긴다. 다시하라면 못할거같지만 ㅎ


# 실내공연에서는 못하는 것들을 판에 넣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지기를 연극처럼 구성하는 것이나,

솔로연주로 시작해 관객들 사이사이에서 한명씩 튀어나오는,

플래시몹같은 구성도 재밌을 것 같다.

특히 솔로연주자가 먼저 연풍대를 돌고,

한명 두명이 합세하고,

네댓명이 원을 만들면 점점 커지면서 자리를 만들면, 네댓명이 한꺼번에 연풍대하면서 사이로 들어가 두어바퀴를 그렇게 도는 것도 관객입장에서는 굉장히 흥미로울것 같다. (내가 안도니까 할수있는 말이지..) # 무대조명이 실내공연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여러번 느꼈다.

음악 전체를 잘 알고 박자나 음에 맞춰서 조명을 쏘는게,

레알 쉬운일이 아니더라.

흡사 예능 영상만들때 자막이나 효과를 넣는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그건 편집할 시간이라도 있지,

이건 한시간이상을 뒤에서 빛이라는 악기로 연주하는 것과 같다.


#풍물패 활동을 하고 공연준비를 여러번 하면서

많이 듣고 실제 느꼈던 것은,

공연은 공연자들만의 것이 아니니 관객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해야하니까 정해진 이론처럼 퀘스트깨듯이 후다닥 해버리고 넘어가지말고

관객들이 인지하고 즐길수 있도록 공연자들이 힘들더라도 시간을 갖고 중요한 부분은 오래 그리고 천천히 공연할 필요가 있다.

풍물패에서 연풍대가 그러한데,
보통 딱 다섯번씩만 돌고 말아버리는데, 쉽지않은 일이지만

적어도 원 한바퀴를 도는동안 내내 돌아야 관객들이 인지하고 박수를 보내며 즐길 수 있더라.


#이런 경험이 결국 수업에서

내가 하려고 계획했던 것을 퀘스트 달성하듯 하고 체크하고 하고 체크하고 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인지하고 이해하고 집중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해줬다.

교사가 스타강사처럼 멋있게 완벽하게 하는 강의보다

작고 보잘것없는 것이라도 학생이 하나라도 배우고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는 요소가 제대로 들어가 있는 수업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 짧은 시간에 압도되는 듯한 분위기속에서,

많은 감정이 피다지고 많은 생각이 쏟아졌다.

공연도 시간나면 자주 보러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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