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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May 07. 2019

#7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호주 워킹홀리데이 그리고 330일간의 세계일주

#140606 썰전보면서 든 생각. 강용석은 국민 세금을 비롯한 공공기금이 '내가 낸 돈'이라는 의식이 강하다. 반면에 이철희는 '우리의 돈'이라는 의식이 강하다. 그래서 둘 다 국민이 낸 혈세라는 단어를 쓰지만 강용석은 어쨌든 허투루 쓰거나 낭비되어서는 안되는 돈이라고 말하고 이철희는 조금 낭비되고 생산성이 없더라도 복지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쓰여야 하는 돈이라고 말한다. 다르게보자면 강용석은 세금이라는 개념에 대해 주인의식이 강한편이고 이철희는 상대적으로 공동체의식이 강한편이다.


#140613 대도시보다는 자연환경이 좋은 곳을 찾아다녔는데 야경이 이쁜곳이 여기도 있었다 :) 낮보다 밤이 이쁜듯

<시드니 하버브릿지>



#140613 전화로 카톡으로 문자로 페북으로 메시지로 다양한 수단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받았고 또 시드니에선 J 덕분에 많은걸 보고 느낀, 햄볶는 날이었다. 빈말일뿐이더라도 한마디 건내준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고 또 감사하다. 생일 축하해준 내용중에 지금껏 우리가 만나게 된 모든 인연들에게 감사하다는 표현을 쓴 친구가 있었다. 많이 공감했고 그순간 다시한번 감사하게 됐다. 항상 행복하고 고맙고 겸손해지게 되는 날이다. 내년까지 또 열심히 달려야 것다 :) 


#140613 2011년에 처음 타지에서 생일을 맞았고 이번이 그 두번째인데, 내 생일을 타지에서 맞는 것보다 나돌아댕기느라 주변사람들을 못챙겨준게 항상 아쉽다. 


#140613 J가 짜 놓은 스케줄 덕에 시드니 야경은 제대로 보고 온 것 같다. 갑자기 받은 휴가에 자는 시간에 돌아다니려니 피곤하긴 했지만, 이번에 여기저기 돌아댕긴덕에 시드니 주요 지리는 이제 다 파악이 된 것 같다. 시드니 대학도 수산시장도 맨리비치도 아직 못가봤고 하이드파크의 큰 체스판도 아직 못봤다. 모든 교통수단 원데이 패스가 있다는 걸 알았으니 다음번에 갈때는 트램이랑 페리만 하루종일 타고 돌아다녀야겠다. 신기한게 시드니에 아직도 트램이 있다는 거! 페리는 베네치아 이후로 도시 내 교통수단으로 타본적이 없었는데, 여기에선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는거! 내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교통수단 두 개를 한 도시에서 탈 수 있다는건 내겐 좋은 일이다. ㅋㅋ 빈에서는 트램 원데이패스를 끊어서 숙소앞 정류장에 나가서 그냥 무작정 먼저오는 트램을 타고 구경하면서 가다가 좋아보이면 내리고 한창 둘러보다가 또 아무정류장에서나 가장 먼저오는거 타고 계속 반복. 베네치아에서도 12시간 단위로 끊어져있는 바포레토(배) 승차권 끊어서 같은 방식으로 돌아다녔는데, 시드니에서도 똑같이 한번 해봐야겠다. 


#140613 하버브릿지와 오페라하우스의 야경은 언제봐도 좋은거 같다. 달링하버로 가는 페리를 서클러키에서 타고 가면서 하버브릿지 아래를 통과할때 봤던 하버브릿지 모습은 최고였다. 배에서 봤던 달링하버의 야경도 좋았고.. 관광수입으로 먹고사는 호주가 야경을 위해서 정부에서 전기세를 내준다는 J의 말을 들으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ㅋㅋ (호주는 관광자원으로 일부러 불을 켜놓지만, 한국은 정말로 야근하는 사람이 많아서 빌딩숲에 야경이 멋있다는 말이 참 비참하게 들렸다.) 야경을 위해 전기세를 유네스코에서 내고 전구를 하나 갈아끼는 것도 유네스코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부다페스트가 순간 생각났다.


#140613 시드니가 대도시라고 하는데 몸으로 직접 느꼈던게, 정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정신없이 움직이는 퇴근시간이었다. 파티복으로 갈아입고 어디론가 장사진을 이뤄서 가는 사람들, 전혀 다른 피부색과 인종의 사람들이 포옹하고 키스하는 모습들, 전혀 다른 언어를 한 곳에서 동시에 들을 수 있는 순간들. 그 한가운데에 서있을 때, 꿈을꾸고 있나 싶을 때가 종종 있다. 


#140613 이스탄불을 보고 동서양의 문화가 만나는 도시라고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이번에 시드니를 보니까 정말 다양한 문화가 보이는 도시는 호주에 있는 것 같았다. 영국에서 들어온 호주인들과 세계 어딜가든 보이는 중국인, 워킹홀리와 유학때문에 들어와있는 유럽/미국인들, 마찬가지긴하지만 대부분 돈벌이를 위해 와있는 동남아인들/인도파키스탄인들. 같은 거리에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음식점과 헝그리잭(버거킹), 맥도날드, 한식전문점,케밥집,도미노피자 등등이 있는 모습은 이상하면서도 신기했다.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을 보아도, 피부색이고 생김새고 모두 다른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그마만큼 많은 여행자들도 그들사이에 섞여있다. 한 도시안에 차이나타운,스페인지구,코리아타운이 있는것도 신기했다. 차이나 타운에 있는 가판대 앞에 서서 두부튀김을 먹고 말레이시아 식당에 앉아 나시고렝을 먹고 한국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는 서양인들을 보면서 진짜 동서양 문화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딕슨거리의 차이나타운 입구에 중국식 대문 간판에 쓰여있는 사해일가(四海一家)가 아주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140613 여행을 다니면서 영어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꼈는데, 이제는 중국어도 영어와 비슷한 위치에 올라와있다는 것과 한국어만 할 줄 알아도 어디가서 굶어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음식과 한국에서 쓰는 잡화들을 파는 상점과, 스시집,미용실,네일아트 가게들이 즐비한 시드니의 Pitt거리에 어느 상점이건 들어가서 자연스럽게 한국말로 말을 걸어도 정확하게 원하는 걸 모두 할 수 있다는게 참 세상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어 내심 혼자 웃었다. 


#140613 이제 슬슬 호주 문화에 익숙해지고 몇몇은 자연스럽게 내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번에 적응안된다고 한적 있었던, 길거리를 맨발로 돌아다니는 모습은 적어도 길거리를 돌아다니진 않지만, 건물내에서는 신발신고 그대로 들어온 방과 복도를 맨발이나 양말을 신고 돌아다녀도 신경쓰이지도 않고, 적응 안 될 것만 같았던 좌측통행도 꽤 많은 사람들과 거리에서 부딪히고 나니까 적응이 되어간다. 횡단보도에서 초록불이 들어올 때까지 한없이 기다리던 모습도 이젠 몇달 전 모습이고, 전혀 안면식도 없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건네는 것도 자연스러워 졌다. 다른 문화에서 살아본다는 건 이런거라는 걸 조금씩 몸으로 느끼고있다 ㅋㅋ 불편하거나 어색하다기보다 적응한 혹은 변화된 내 모습을 보면 마냥 재밌다.


#140613 어제 시드니 마트에서 재밌는(?)황당한(?) 일이 있었다. 식사대용 간식을 사려고 이것저것 골라서 줄을 섰는데, 내 앞에 거대하신 몸집을 가진 흑인 아줌마가 한 명 서있었다. 자기차례가 되자 점원이 그 아줌마를 불렀는데, 계산대 앞에 가자마자 하는 말이 마트안에 잇는 사람들이 다 들을 정도로 크게 한 단어 한 단어 또박또박 Can You Speak Engilsh? 라고 했다. 영어를 잘 못하는 한국인들이 외국인을 만났을 때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당당하게 그런 질문을 당당하게 하길래 순간 빵터졌다. 약간은 동남아 인처럼 보이는 점원이라 그랬나부다 했는데, 다시한번 크게 Can You Speak Engilsh, Guys? 라고 누가봐도 서양인인 현지 아줌마한테 묻는걸 보고 벙 쪄버렸다. 


#140613 여기서 일을 하면서 참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난다. 청소를 하는데도 정말 다양한 사람들, 특히나 내가 한국에서 그냥 그대로 살았더라면 평생 접하기 어려웠을 캐릭터들이 많았다. 그 중에 기억나는 몇몇을 열거하자면, 반포에서 살다가 사고쳐서 일찍 결혼하고 호주로 넘어와 청소랑 용접으로 돈벌고 화류계에도 잠깐 있엇다가 아프리카 라이베이라에서 다이아몬드 광산 사업도 하고 지금은 네팔에 돼지농장을 하려고 준비하다가 캐쉬가 없어서 일하러 오신 형님. 뉴질랜드로 이민왔다가 도박에 빠져서 재산 다 말아먹고 은퇴할 나이에 청소하겠다고 뉴캐슬로 오신 형님. 여행사 운영하다가 돈이안되서 그만두고 여기서 수퍼바이저 하는 실장님. 한국에서는 너무 착하게 퍼주기만 하느라 자기걸 못챙겨서 고생만 죽어라 하고 이용만 당하다가 결국 이쪽으로 넘어오신 형님.등등 사연도 많고 각기 성격도 너무 다른데 희희낙낙하기도 하고 때로는 치고박고 하면서 지내는 모습을 보면 참 재밌다. 

 그치만 이사람들을 보면 자기가 '선택'해서 이런 삶을 살고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가치판단은 두번째로 하더라도 결국은 무슨 이유에서건 한국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자기가 선택했다고 말하긴 하지만, 같이 일해보면 왜 한국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했는지 알법한 무언가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이들이 패배자라고 말하는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결국 많은 사람들이 돈때문에 한국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여기에 넘어와있다는 사실에 왠지모르게 비참한 기분이 든다. 한국은 삶의 여유를 가지기가 어려운 곳이라 나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이 이야기 하는 그 삶의 여유도 결국은 자기들이 투자하는 시간만큼 돈을 벌지 못하는 것에서 기인하는 '놀고 먹고 쉴' 시간이 없다는 것이지, 하는 이야기나 쉴때 하는 취미들을 보면 뭔가 삶의 질의 문제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이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일반적인 사람들이라고 하기는 분명 어려움이 있는데도 호주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이들을 보면서 한국을 판단한다는게 참 슬픈 일이다. 삶의 여유를 찾으러 왔다는 사람들이 호주 사람들에게는 돈에 미친 사람으로 보이는 것도 참 아이러니한 일이고.. 


#140613 그런 인식들을 보고 들으면서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를 항상 잊지 않으려고 매일매일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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