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셔터를 내리고 가게의 불을 끄는 순간, 묘한 상상에 빠지곤 한다. 만약 어느 날 아침, 이 서울 강남 선릉 혼술바 어울림이 연기처럼 증발해 버린다면 세상은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도 지구의 자전 속도에는 0.001초의 영향도 주지 않을 것이다. 태양은 여전히 동쪽에서 떠오를 테고, 선릉역의 출근길 인파는 어제와 똑같이 바쁘게 움직일 테니까.
하지만 나는 가끔 바 테이블의 모서리를 어루만지며 생각하는 것이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과연 무엇이 남아 있을까, 하고 말이다.
사람의 기억이란 참으로 제멋대로여서, 때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잊어버리고 사소한 디테일만 남겨두곤 한다.
어쩌면 누군가는 우리 가게의 시그니처 위스키 향을 기억할지도 모른다. 혹은 조명의 조도가 만들어내는 적당한 어둠, 아니면 내가 고심해서 고른 재즈 음악의 선율을 떠올릴 수도 있다.
물론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맛있는 술과 예쁜 인테리어는 바(Bar)가 갖춰야 할 기본 소양 같은 거니까.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가 진짜로 남기고 싶은 건 그런 '물리적인 잔상'이 아니다. 나는 강남 선릉 혼술바 어울림이 단순한 술집이 아니라, 일종의 '기분 좋은 해프닝'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거기 사장님, 글을 참 묘하게 썼지"라거나, "그날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랑 나눈 대화가 참 근사했어" 같은 것들 말이다.
완벽하게 칠링 된 맥주 한 잔도 훌륭하지만, 낯선 타인과 우연히 섞여 들며 만들어내는 뜻밖의 웃음소리야말로, 마치 햇살에 잘 말린 린넨 셔츠를 처음 팔에 꿰어 입었을 때의 그 사각거리는 감촉처럼 우리 삶의 구겨진 마음을 기분 좋게 펴주는 법이니까.
결국 장사라는 건, 공간을 파는 게 아니라 시간을 파는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고독을 씹어 삼키기보다는, 새로운 인연을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곳으로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화려한 간판이나 값비싼 인테리어는 시간이 지나면 낡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고 간 온기는 꽤 오랫동안 식지 않는다. 내가 강남 선릉 혼술바 어울림이라는 간판을 걸고 매일 밤 잔을 닦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언젠가 이 가게가 사라진다고 해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거기서 참 재미있는 위로를 받았어"라는 문장 하나가 남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나의 이 소박한 비즈니스는 대성공이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그러니 오늘 밤도 나는 바 뒤편에 서서 기다리는 것이다. 당신이 문을 열고 들어와, 우리들의 이야기에 새로운 문장을 더해주기를. 위스키의 얼음이 다 녹아버리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