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하는 스마트폰과 죄책감의 상관관계
크리스마스라는 날은 기묘한 인력을 가지고 있다. 마치 거대한 진공청소기가 도시의 외로움을 남김없이 빨아들이려는 것처럼, 사람들은 어디론가 모여들고 싶어 하니까.
평소라면 넥타이를 느슨하게 푼 직장인들이 예고 없이 들러 위스키 한 잔을 털어 넣던 이곳, 서울 강남 선릉 혼술바 어울림도 어제만큼은 조금 다른 공기가 흘렀다.
가장 힘들었던 건 칵테일 쉐이커를 흔드는 일이 아니었다. 카운터 한구석에 놓인 스마트폰 화면 위로 쉴 새 없이 떠오르는 인스타그램 DM 알림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사장님, 혹시 오늘 갈 수 있나요?", "지금 자리 있나요?"
그 짧은 문장들에 대고 "죄송합니다, 오늘은 예약제입니다"라는 답장을 보내는 건, 마치 덜 익은 감을 씹은 것처럼 떫고, 목구멍 어딘가에 작은 가시처럼 걸리는 일이었다.
보이지 않는 전파 너머 실망했을 그들의 표정이 상상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배신감 같은 것을 안겨주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굳이 '예약제'라는 까다로운 방식을 택했을까. 단순히 매상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라면 DM이 올 때마다 "오세요!"라고 외치며 테트리스 블록 쌓듯 손님을 채우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바(Bar)라는 공간이 제공해야 할 것은 '술'이 아니라 '시간의 밀도'라고 생각한다. 특히 크리스마스는 더욱더.
일 년 중 가장 들뜨기 쉬운 날, 이곳을 찾아준 분들에게 도떼기시장 같은 소음 대신, 마치 한겨울 언 손을 푹 찔러 넣은 두툼한 울 코트 주머니 같은 아늑함을 건네고 싶었다.
예약제는 그 '확실한 즐거움'을 담보하기 위한 나만의 고육지책이었던 셈이다. 다행히 어제(이브) 다녀가신 분들의 표정은 꽤 나쁘지 않았다. 아니, 꽤나 만족스러워 보였다고 믿고 싶다.
물론, "모든 손님이 100퍼센트 만족했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다.
세상에 100퍼센트 완벽한 크리스마스 이벤트란, 100퍼센트 완벽한 연애만큼이나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적어도 서울 강남 선릉 혼술바 어울림에서의 시간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 꽤 괜찮은 재즈 트랙처럼 남기를 바랐다.
어제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늘은 조금 더 능숙하게, 그리고 조금 더 다정하게 손님들을 맞이할 생각이다.
어제 DM으로, 전화로 문의하셨으나 모시지 못한 분들에게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벤트 참가를 예약해 주신 분들에게는, 가장 맛있는 술과 음악을 준비해 두고 기다리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결국 우리가 바라는 건, 낯선 잔들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맑은 소리, 딱 그 정도의 행복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