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릉역 근처, 빌딩 숲에서 한 걸음 비켜난 곳에 우리의 바가 있다. '어울림'이라는 이름의 바다. 어쩌면 이 도시에 지친 당신의 문장 끝에 찍는, 조용한 '쉼표' 같은 곳일지도 모르겠다.
퇴근 벨이 울린다. 그렇다고 하루가 완벽하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문득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시끌벅적한 장소는 피하고 싶다. 그렇다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기엔 어쩐지 석연찮은 기분이 드는 밤. 그런 날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 밤을 위해, 우리는 피나콜라다를 추천한다.
한 모금 마시면, 럼과 코코넛, 파인애플이 뒤섞인 달콤함이 혀를 감싼다. 복잡했던 머릿속의 소음이 먼 파도 소리처럼 잦아드는 기분이다. 지금 여기가 강남 한복판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든다. 꽤 괜찮은 단기 망명이다.
'피나콜라다'. 스페인어로 '걸러낸 파인애플'이라는 뜻이라나. 칵테일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좋다. 그저 부드럽고 달콤한, '트로피컬 칵테일'이라는 이름에 충실한 술이다.
이 칵테일의 기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이야기가 있다. 19세기 푸에르토리코의 해적이 선원들의 사기를 위해 만들었다는, 이제는 레시피가 사라져버린 낭만적인 전설. 혹은 1950년대 푸에르토리코 산후안의 두 바(카리브 힐튼이든, 바라치나 레스토랑이든)가 서로 '원조'라고 주장하는, 조금은 더 현실적인 이야기.
누가 원조인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1978년, 이 칵테일이 '푸에르토리코의 공식 국가 음료'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휴식'. 어쩐지 흥미롭지 않은가.
푸에르토리코의 국가 음료를 강남의 우리 바에서 마시는 기분.
우리는 그저 술을 파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시간'이나 '공간'을 파는 것에 가깝다. 얼마 전, 혼자 바에 들렀던 한 손님이 자신의 리뷰에 이런 문장을 남겼다. "고민 끝에 피나콜라다를 주문했습니다. 마치 휴양지에 온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 문장을 읽었을 때, 우리는 우리가 추구하는 '편안함'과 '휴식'의 가치가 이 칵테일 한 잔을 통해 정확히 전달되었다고 생각했다.
혼자 바에 앉는다는 것. 처음에는 어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달콤하고 부드러운 칵테일은 그 어색함을 녹이는 데 꽤 유용하다. 바 자리에 앉아 우리가 고른 잔잔한 음악(방문객들은 '음악이 좋다'는 말을 자주 남긴다)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긴장은 풀리고 오롯이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유난히 힘든 하루를 보냈다면, 이 칵테일이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강남 한복판에서 느끼는 아주 잠시 동안의 휴양.
물론, 피나콜라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종류의 위스키가 있고, 'B-52 폭격기'나 '섹스 온 더 비치'처럼 이름만으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칵테일도 준비되어 있다. 무엇을 마셔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저 바텐더에게 취향을 말해주면 된다.
이 복잡한 도시 속에서, 우리 바가 당신만의 아늑한 아지트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오늘 퇴근길, 어울림 바에 들러 시원하고 달콤한 피나콜라다 한 잔.
여러분의 지친 하루를 위해, 우리는 언제나처럼 이곳 선릉에서 기다리고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