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손님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여기는 왜 예약을 안 받나요?" 합리적인 질문이다. 구글 캘린더에 빽빽하게 적힌 일정을 소화해 내는 것이 미덕인 이 강남 한복판에서, 예약이 안 된다는 건 꽤나 불친절한 시스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울 강남 선릉 혼술바 어울림의 주인장으로서, 나는 일종의 '불편함'을 고수하고 있다. 그것은 내가 '즉흥'이 가져다주는 낭만을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계획된 완벽함보다 느슨한 우연을
완벽하게 짜인 계획대로 흘러가는 하루는 물론 훌륭하다. 마치 잘 다림질된 셔츠를 입는 것처럼 깔끔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나는 가끔 그 셔츠의 단추를 하나쯤 잘못 채웠을 때 생기는, 그 묘한 틈새를 사랑한다. 서울 강남 선릉 혼술바 어울림은 바로 그런 틈새를 위한 공간이다.
아무런 계획 없이 거리를 걷다가, 문득 "아, 위스키 한 잔 마시면 딱 좋겠는데"라는 생각이 갓 구운 팬케이크처럼 따끈하게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그때 별생각 없이 문을 열었는데, 마침 바(Bar)에 딱 한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이다.
그건 마치 중고 음반 가게에서 10년 동안 찾아 헤매던 쳇 베이커의 LP를 발견했을 때와 비슷한 종류의 짜릿함이다.
불쑥 찾아온 당신이라는 행운
나는 약속된 시간에 정확히 맞춰 들어오는 손님도 반갑다. 하지만, 예고 없이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오는 당신이 조금 더 반가울 때가 있다. 그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지나치게 예측 가능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오늘 밤, 스마트폰의 지도를 보지 않고 발길이 닿는 대로 걷다가 우리 가게의 문을 열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치 당신을 위해 비워둔 것 같은 빈 의자가 하나 놓여 있다면, 그것은 오늘 당신에게 주어진 작지만 확실한 행운인 것이다.
나는 그 행운을 축하하며 셰이커를 흔들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주말의 확률론에 대하여
물론, 낭만만으로 가게가 굴러가지는 않는다. 소설 속 주인공도 밥은 먹어야 하니까. 요즘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주말에는 그 '우연의 행운'이 발생할 확률이 조금 낮아졌다.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 소중한 발걸음을 헛되게 하지 않으려면 오기 전에 웨이팅이 있는지 한 번쯤 확인해 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낭만도 좋지만, 굳게 닫힌 문이나 만석인 자리를 보고 돌아서는 뒷모습을 보는 건 나로서도 꽤나 마음 아픈 일이니까. 전화나 DM으로 가볍게 "지금 자리 있어?" 하고 물어봐 준다면, 나는 가장 성실한 태도로 답할 것이다.
결국 인생이란 건 재즈의 즉흥 연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악보에는 없지만, 그 순간의 공기와 기분에 따라 연주되는 음표들이 때로는 명곡을 만들어낸다.
서울 강남 선릉 혼술바 어울림에서 당신의 오늘 밤이 그런 근사한 즉흥 연주가 되기를 바란다. 나는 언제나처럼, 이 자리에서 얼음을 깎으며 당신이라는 우연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