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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Aug 25. 2016

아재들의 애니메이션

어탁!! 살아있네

민물에서 잡아올린 이 굉장한 생선들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한마리는 매운탕 용으로 만들어 놨고 두 마리는 어탁을 뜨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말로만 들었고 가끔 어느 시골 음식점 등에 가면 액자에 가보처럼 모셔 놓은걸 보곤 했던 그 너무나 한국적인 어탁! 속으로 뭐 저런걸 저렇게 귀하다고 액자씩에나 넣어 놓고 년월일에 싸인까지.. 아이구.

이랬던 내가 이 처치곤란 생선들을 바라보며 어탁이라는 말을 떠올렸을때 그 참신함에 마음속 쾌재를 부를 정도였다. 토론토에서 비행기를 놓쳐 다음날 아침 비행기를 타고 하루 늦게 온 아들 녀석도 관심을 보였다. 난 심지어 요즘 유행하는 아재 개그식 소재도 떠올랐다.

 요즘 젊은 사람들 컴퓨터 애니메이션 좋아하지. 우리 아재들도 오래전부터 애니메이션 해왔어 왜이래. 어탁이야, 어탁! 낚은 생선을 탁본을 떠서 영원히 살게하는 말그대로 애니메이션 이지. 흠, 지금은 안 웃지, 나중에 엄마가 병어를 통채로 구워 식탁에 떡 올려 놓으시면 그걸 보고 빵터질거야. 두고봐~

walk-in freezer 에서 영하 15도로 꽁꽁 언 녀석들을 해동하고 어탁할 한쪽 면을 잘 닦아준 다음 미리 사다논 초등학생용 수채화 물감을 물적신 린넨 쪼가라로 묻힌다음 고기 위에 올린 종이를 톡톡 두드려 fish copy 를 진행해 갔다.

탁본을 위한 한국식 종이인 창호지게를 구할수 없는 이곳에서 내가 선택한 종이는 키친 타월!! 물기 잘 빨아들임을 모토로 삼는 제품이라 어탁에 적격이라 생각했다.

짠.. 근데 첫번째 버전은 물을 너무 많이 적시는 바람에 날씬했던 월아이(walleye)를 가자미처럼 넙적하게 만들어 버렸다.

두번째 시도로 겨우 윤곽이 들어나게는 했으나 넷상에 떠도는 기막힌 작품들 하고는 비교가 될수 없었다.

다분히 실망감 가득히 녀석을 찬찬히 살피다 발견한 것이 있었으니, 그건 월아이의 눈이었다. 얼굴에 비해 워낙 눈이 커서 붙은 이름인지라 눈을 제대로 표현해야 하는데 다른 곳은 몰라도 그 왕방울만한 눈은 제대로 표현된것 같았다. 휴 그나마 눈은 살아 있네. ㅎ


파이크는 무슨 공룡 화석처럼 나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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