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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Mar 09. 2017

느리게 걷기

토론토

붉은 색의 멋진 주인과 아름다운 카약은 그렇게 모래 기슭 한켠에서 쉬고 있었다.

저런 날씬한 전문가용 투어랑 카약 보다 난 그저 뭉퉁하고 통통한 일반 카약을 즐긴다. 카메라와 식량등을 Zip Lock 같은 방수가 잘되는 플라스틱 백에 잘 넣고 노를 저어 저어 호수가 수십만개가 넘는 캐나다의 수상 생태계 곳곳을 탐사해 보고 싶은 거다. 어쨌든 저녀석은 정말 육감적인 모양과 색을 가졌다. 모래사장에 무심하게 걸터져 쉬고 있는 카약의 모습에 괜히 가슴이 두근 거린다.

세곳으로 나누어져 이루어져 있는 토론토 섬은 원래 육지였으나 거대한 온타리오 호수의 수면이 상승함에 따라 섬들로 변했고 국내선(몇편의 가까운 미국행) 비행장 한곳을 비롯하여 유람시설과 비치 수영장 그리고 넓은 산책 시설과 공원으로 이루어진 토론토 시민들의 여유로운 휴식처이자 각종 새들에게 더할 나위없이 좋은 서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토론토 섬 중앙부의 옛 마을 터에는 오래전 개척민들이 지었던 아름다운 교회가 아직도 잘 보존되어 오고 있다. 얼마나 소박하면서도 예쁘고 정답게 지었는지 한참동안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초기 정착민들의 삶은 얼마나 팍팍했을까. 그들은 작은 공동체를 중심으로 거친 풍토와 환경에 적응해 오늘날 세상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 중 하나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뜻의 토론토의 초석을 만들었겠다.

그 옆에는 작은 농장과 함께 멋진 지붕의 빨간 집도 있는데 역시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통나무를 걸쳐 만든 울타리 역시 얼마나 다정스러운지.

마리나에 정박된 요트들은 요트 박람회를 방불케한다.

토론토 섬 주변에는 요트를 정박할 수 있는 마리나 시설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데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면 요트의 쥔장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배를 손보며 출항 계획을 짤것이다.

캐나다에 도착해 구입했던 하얗고 푸른 색의 내 마운튼 바이크. 너른 토론토 섬을 둘러 볼때도, 돈 강을 탐사 할때도, 또 다운타운 나들이 길에도 녀석과 함께 하면 여행이 훨씬 더 즐거웠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 처럼 토론토 역시 자전거가 잘 어울리는 도시다.

내 바이크와 같은 색의 조합인 백색과 청색의 꽃이 만발한 초봄이다. 겨울이 길고 추운 캐나다이기 때문에 깨끗하고 선명한 색상으로 더욱 풍성하게 만개하는것 같다. 고목의 주변에 정성스레 심어진 작은 화초들의 군락은 제 특성에 맞게 더불어 살아감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말해 주고 있다.

화재등을 감시했던 마을의 망루는 토론토 항으로의 선박 이동이 많아지면서 등대로 쓰였는데 이제는 아름다운 유물로 남아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강력한 포식자인 가마우지는 편대를 이루어 나는 저공비행을 즐긴다. 물위를 스치며 나르는 녀석들을 바라보는 것은 토론토 섬에서 대할 수 있는 멋진 장면 중 하나다.

북미 인디언들, aboriginal 들의 전통 배는 카누다. 풍랑이 없는 호수에선 더욱 제격이지만 혼자 탈 수는 없는지라 주로 홀로 나다니는 나로서는 그냥 이쁘게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는데 이후 온타리오주의 유명한 호수 생태 보고인 알곤킨주립공원에서 원없이 노를 저었고, 이제는 가족들과 함께 낚시를 할수 있는 삼인승 카누를 장만해 캠팡과 함께 즐기고 있다.

토론토 아일랜드에서 바라본 토론토 다운타운의 스카이 라인. 거의 십년전의 모습인데 마천루들이 하루가 다르게 들어서고 있어 지금은 더욱 빽빽한 프로파일을 가질거다. 오래되고 세련된 도시의 풍요로움과 편안함, 현대 도시로서의 잘 갖추어진 도시 인프라,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교육 환경, 토론토 특유의 문화적 다양성, 먹고 살기 적당한 비지니스 환경(though it depends..), 도시의 아름다운 스카이라인과 함께 여유로운 자연으로의 접근 용이성 까지, what else do I need more?

토론토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걸 보는건 드믄일이다. 축제가 열리거나 야외 컨서트가 열리거나, 아님 주로 프로야구팀 Toronto Blue Jays 선수들이 로저스 센터 스타디움에서 야구 경기를 할때 정도다. 하지만 날씨가 좋은 주말이면 토론토 섬으로 가는 페리를 타기 위한 터미널엔 사람들이 언제나 가득하다,

토론토 다운타운의 중심 광장인 영 & 던다스(Yonge-Dundas)에서 온타리오 호수변인 하버프론트(Harbourfront)까지는 걸어서 이십분 정도다. 그곳에서 토론토 아일랜드까지 왕복하는 셔틀보트를 타면 섬에 당도한다. 스팀보트 같은 통통한 모양의 배도 이쁘고 짧은 거리지만 하버프론트와 토론토 섬들 사이를 떠다니는 많은 이쁜 요트들과 카누, 카약, 그리고 범선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더구나 보트를 꽉채운 세계 각 나라에서 방문하는 수많은 관광객들의 즐거운 목소리들은 주민인 나조차 더욱 들뜨게 하는것이다.

상당히 빠르긴 하지만 빛의 속도에 비하면 충분히 느리게 날아가는 저 가마우지 편대를 보며 새삼 내가 아직 뉴토니안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를 다시 깨닫는다.  

토론토 아일랜드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개최되는 드래곤 보트 경주에는 매년 왔었다. 어떤 해에는 딸아이가 선수로 참가했던 토론토 대학 팀을 응원하러 오기도 했었다.

남매인 아이들이 어렸을적 아이들과 함께 찾기도 하고..


Bye for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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