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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Apr 04. 2017

십년지기 친구와의 점심

@north york.toronto

내가 토론토에서 한때 살았던 노스욕 지역엔 고층 건물 공사가 한창이었다. 토론토로 밀려드는 이민자들과 해외 부동산 투자자들은 토론토의 집값을 하루가 다르게 올려 놓고 있는데 고층 콘도 시장 역시 엄청난 분양 열기를 지속하고 있는 모양이다. 사실은 거주목적이 아닌 투기 목적의 외국인들이 부동산을 사재끼는 바람에 열심히 일하는 이민자들의 내집 마련 장벽이 날로 높아져 가고있는 현실이다. 이미 토론토에서 백만불 미만의 하우스 찾기는 불가능하다. ㅠㅠ

오늘 밤 비행기로 사스카츄완으로 돌아 가야 하는 난 딸 아이를 회사까지 출근 시킨 후 친구와의 점심 약속을 위해 이곳으로 왔고 시간 여유가 있어 내가 살던 곳 주변을 산책하며 옛추억에 잠겼다. 아침엔 봄 가랑비가 흩날리기도 했던 도시를 천천히 걸으며 약간은 멜랑콜리한 기분에 빠져들었는데 그 부드러운 느낌이 좋았다.

아이들 어렸을적 자주 가던 도서관 앞 콘도가 내가 살던 곳이었다. 리노베이션 중인 라이브러리엔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데리러 오던 십년전 일들이 기분좋게 떠올랐다.

멜 이스트만 광장 앞의 아이스링크엔 봄 기운이 완연하고..

오랫만에 접하는 산뜻한 디자인의 도시적 구성물들도 반갑고..

출근 때면 커피를 사곤 했던 스타벅스는 같은 건물내에 또 한곳이 생겼다. 캐나다는 스타벅스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한다. 캐나다 인들의 커피 사랑이라니.. 나 역시 예외가 아니지만..

친구와 만나기로 한 몰도 참 오랫만이다. 오프라인 영화관의 쇠퇴로 삼층의 시네마 컴플렉스는 문을 닫았지만 다른 비지니스들은 여전했다.

수퍼마킷인 로블로스의 과일들은 여전히 싱싱함을 뽐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친구가 생업에 바쁜줄 잘 아는 난 전화 안부로 인사를 대신하려 했으나 최사장은 굳이 식사 약속을 잡았고 먼길을 나와 주었다. 얼마나 반갑던지.. 그리곤 대륙의 한가운데에서 바다 생선과는 무관하게 살아가는 날 위해 광어회를 오더 했고 조금전까지 펄떡였을 광어는 얼마나 쫄깃하고 맛있던지, 광어회가 원래 이렇게 맛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회에는 한국식 소주가 그만인지라 우린 소주 한병도 다 비웠다. 오랫만에 얼굴을 대한 우리는 아이들 이야기, 비지니스 이야기 그리고 은퇴 후 함께 놀러다닐 이야기 등으로 정신없이 대화를 나눴다.

생각해 보니 최사장은 벌써 나의 십년지기다. 우리가 살아온 세월에 비해 십년이 뭐 대수겠냐만 내가 캐나다에 와서 처음 사귄 동년배 친구로 가정과 비지니스의 대소사들을 함께 나누며 살아오는 유일한 친구다. 그리고 내게 그 십년의 초기 기간은 캐나다에 정착하게 되는 새롭고도 어리둥절하던 시기였고 아이들에게는 질풍노도의 성장기였다. 두 집안의 비지니스나 가족 현황이 비슷해 우린 나눌 이야기들이 참 많았다. 사람을 만나는 기회는 많지만 그 만남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며 성숙해져 친구로 까지 발전되어 인생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은 행운이 따르지 않으면 힘든 것이다. 더구나 인생이막, 머나먼 타국에서 만나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더우기 함들것인데, 최사장과는 이제 까지 살아온 삶의 결이 공유될 수 있는 부분이 많았고 캐나다에서의 살아가는 모습이나 아이들의 성장 과정 조차 유사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의 됨됨이가 가장 클것인데 최사장은 내가 배울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친구와 정담을 나누며 함께하는 음식과 소주 한잔은 행복감에 젖게했다. 오랫만에 만나도 어린아이 처럼 서로 즐거워 할수 있는 친구들이 있는 이들은 행복할지니.. 최사장, 언제나 건승하시고 은퇴 후 여유있게 함께 여행할 날들을 기다립시다!

최사장과의 오랫만의 만남을 아쉬워하며 난 이번 바쁜 여정의 마지막 일정인 아들과의 데이트를 위해 토론토 남서쪽에 위치한 옥빌로 향했다.


Toronto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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