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photo odysse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shin Apr 18. 2017

소살리토에서 저녁을

@sausalito.california

부활절 연휴에 모녀는 20년만에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함께 했다. 딸아이는 네살이었을적 이곳에 와봤으나 기억은 사라진지 오래라 처음 방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난 여전하고도 굳건하게 캐나다에서 호텔을 지키며 매일밤 아내가 카톡으로 보내오는 사진들에 이곳에 대한 내 오래된 기억들을 중첩 superimpose 시켜가며 모녀와 함께 virtual travel 에 나섰다.

이번 여행은 토론토에서의 회사 생활에만 몰두해 있어 답답해하던 아이를 위해 엄마가 함께한 일종의 힐링 여행이었다. 지난달 아빠와의 몬트리올 여행이 1차 여행이었고 이번 엄마와의 여행은 2차인건데 3차여행은 저 혼자 하는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이가 졸업후 이곳의 실리콘 밸리 회사에서 일하기를 바라는 엄마가 딸아이에게 모티베이션을 심어 주려는 숨은 의도도 있긴했다. 이제 다 커버린 딸아이는 캘리포니아 여행이 별일 아니라는듯 저 혼자 사는 토론토에서 지난 목요일 회사 퇴근 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었고, 여행을 마친후엔 야간 비행으로 월요일 아침 일찍 토론토에 도착해서는 우버택시를 타고는 바로 회사로 출근해 버렸다. 옆 동네 마실 다녀오듯.

샌프란시스코에는 내 오랜 동료이자 친구인 서정배 사장이 오래전 부터 자리잡고 있는데 서사장 부부는 우리 모녀를 위해 하프 문 배이 비치 앞의 멋진 호텔에서 맛있는 브런치를 함께하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대를 잇는 가족간의 교류가 이어지는걸 보는건 너무 뿌듯한거다. 젊은시절 한국에서 서사장의 장녀 연주가 태어났을때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서사장은 벌써 손자까지 본 할배가 되었다. 무자게 보고싶은 서사장, 다시 감사드리고 곧 볼날을 고대 합니다.

모녀지간의 애틋함과 끈끈함은 애비로써 다 헤아릴수 없다. 더구나 이젠 자매 같은 모습으로 재패니스 타운에서의 스티커 사진 놀이까지 하니 아빠가 끼어들기 쉽지 않을듯.

아주 오래된 명문 버클리의 너무 오래된 환경에 아이는 실망했지만 스탠포드의 산뜻하고 깨끗한 분위기엔 혹했다는데, 아이가 회사생활을 해가며 언젠가 학위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목표로 삼아볼 학교들인 것이다.

아이는 작년 이곳 실리콘 밸리의 서니베일에 위치한 반도체 장비관련 방위 산업체에서도 쟙오퍼를 받았었는데 좋은 조건이었음에도 국적에 따른 비자 문제로 성사되지 못했었다. 그덕에 더 글로벌한 회사에 조인하게 되는 행운이 따르기도 했지만..  좌간 그간 게으름을 피우며 신청을 미루고 있었던 캐나다 시민권도 바로 받아서 이젠 기술유출관련 민감한 방산 분야에도 자격이 되긴 하는데 졸업후 이곳으로 다시 지원해 오고 싶어 할지는 알수가 없다.

소살리토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은 딸아이의 마음을 빼앗은 모양이었다. 난 오래전 이곳에서 아침 일찍 문도 열기전의 카페 앞에서 커피를 기다린 적이 있었다. 목재 냄새 가득한 빈티지 풍의 카페 실내와 바로 내린 커피향과 진한 맛이 기억나고  평화롭고 한가한 공원과 마리나, 멀리 바라보이던 금문교를 잊지 못한다.

모녀는 이곳의 어느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찾아 맛있는 시푸드 요리를 즐겼다고.

시푸드의 천국인 샌프란시스코 바닷가 부근 레스토랑의 디쉬는 프리젠테이션 역시 풍성하고 강력한것 같다. 입이 짧은 딸아이조차 맛있다고 감탄했다니 소고기등 육류의 천국인 이곳 대륙에선 焉敢生心 이다.

이곳 랍스터의 거대한 꼬리는 캐나다의 이쁜 레드 랍스터완 많이 다른것 같다. 이제 내 호텔 레스토랑의 쿡이 되어버린 난, 예전 회사 동료들과 왁자지껄 비지니스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음식은 곁다리로 대하던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맛이나 모양에 별 흥미가 없었던 이런 음식들에 이젠 관심이 많이 갈수 밖에 없다.

거인국에도 들린 모양인데..

금문교위를 걷던 아이가 보내온 사진속 작은 점은 뒤돌아 누워 배영을 하며 딸아이를 바라보는 바다 사자 라고 했다. 엄청 귀여웠겠다.

비가 내리는 금문교를 딸아이는 기어코 혼자 걸었다. 차안에서 바라보는 것은 여행이랄수 없다며..

바다사자와 물개, 돌고래들이 많았던 모양.

캘리포니아는 내겐 거의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101 하이웨이 옆으로 나있는 유서깊은  엘까미노리얼  El Camino Real 도로를 따라 팔로알토에서 산호세까지 실리콘 벨리가 형성되어 있었고 왕년의 IT 거물 hp 의 캠퍼스는 어디든 자리하고 있었다. 마운튼 뷰의 캠퍼스가 내가 소속된 사업부 였고 난 그곳 주변의 레스토랑, 호텔, 쇼핑몰등 크고 작은 비지니스들이 사라지고 생겨나곤 했던 광경을 목도하며 제조업 중심의 IT 인더스트리의 황금시대를 함께 했었다. 이젠 전혀 다른 인터넷 세상, 인공지능 세상의 솔루션 강자들이 자리잡고 있으면서 중동과 인도, 그리고 중국에서 온 인재들로 가득차 있겠지만 내가 근무하던 당시의 열정과 에너지는 변함없을 것이다.

삼박사일간의 주말여행이었지만 모녀는 돈독한 정을 더욱 공고히 한것 같고 딸아이에게는 유쾌한 재충전의 시간이었던것 같다. 이나라 저나라, 이 도시 저 도시에서 끝없이 운전을 해대며 아이들 관광시켜주기 바쁜 아내에겐 좀 피곤한 여행이었지만.. 아직도 캘거리로 날아오고 있을 비행기안에서 아내는 곯아떨어져 있을것이다.


welcome home!

매거진의 이전글 people in the lakeshor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