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콘돌

@volcan masaya.nicaragua

by Peter Shin Toronto

우린 아주 간혹 뜻밖의 생명체를 의외의 곳에서 만나보는 행운을 누리기도 한다. 그럴 때면 그 생물체에 대해 가졌던 우리의 스테레오 타입적 생각이 증발되면서 전혀 새롭게 재정의 되기도 한다. 난 한때 중미의 여러 나라들에 위치한 니트 의류를 생산하는 대단위 공장들을 대상으로 제반 생산 프로세스를 들여다보며 글로벌 바이어들의 표준 요구 및 품질 요구 사항들에 부합하게 시스템과 전 공정을 리엔지니어링해나가는 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니카라과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즈음의 마지막 한 달 동안 난 아름답고 신비한 지구의 뜨거운 숨결을 매일 아침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른 아침 수도 마나구아(Managua)의 호텔에서 남동쪽 도시 마사야(Masaya) 공장까지의 출근길 내내 오른쪽으로는 저 거대한 마사야 화산의 분화구가 예쁜 구름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었고 왼쪽으로는 니카라과에서 두 번째로 거대한 마나구아 호수가 국도를 따라 계속 함께 했었다.

11월 말에서 12월까지 제법 차가운 겨울의 아침 공기는 화산가스와 더불어 뿜어 나오는 수증기를 응결시켜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게 하는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 내는데 마침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마치 화산이 지구의 구름을 모두 만들어 내는 듯한 멋진 광경을 연출했었다. 도대체 말로 표현하기 힘든 벅찬 정경의 출근길에 대한 기억을 가진 이들이 얼마나 될까.. ㅎ

이곳 마사야 화산지대는 여러 개의 분화구와 칼데라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2000년 전에 형성되었으며 니카라과에서 최초로 지정된 국립공원이자 최대 규모의 공원이기도 하다. 1000년 전 또 다른 대규모 용암 분출이 발생한 후로, 1999년 2001년 2003년 계속해서 분출이 이루어져 오고 있는데 이는 환태평양 지진대 중에서도 북미와 남미대륙을 잇는 바로 연결선상에 위치해 있어서 깊지 않은 지하에 용암이 흐르고 있는 불안한 지질구조상에서 화산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출근 시간인 아침 7시 반경, 국도의 갓길에 차를 세워 놓고 바라본 마사야 화산의 모습이다. 이 가난한 나라의 아침 광경은 이렇듯 아름답고 신비롭게 시작하고 있었다.

분화구의 함몰된 정 중앙의 모습. 저 구멍이 바로 지구의 중심에서 수십억 년 동안 끓고 있는 용암탕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겠다.

용암(lava)이 흘러내리며 굳어버린 검은 사암 층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분지에는 이름 모를 잡풀과 관목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군데군데 유황가스를 분출하는 소규모 활동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거대한 분화구의 함몰 부분을 형성하는 깎아지른 절벽 위엔 마치 불지옥의 수문장처럼 대머리 독수리가 지키고 앉아 있었다. 콘돌이었다.

녀석은 분화구 주변으로 가끔 찾아오는 인간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분화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훈증을 즐기기도 하면서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분화구 주변에는 유독 가스로 인해 거의 생물이 서식하지 않고 있어 먹잇감이 있을 리 만무함에도 녀석은 분화구 입구만 맴돌며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무슨 대단한 사연이 있는 게 분명했다. 콘돌 언어를 모르는 나로서는 계면쩍게 다가가, 뭔 일인데?하고 물어볼 수 도 없고.ㅎ

땅에 서있을 때는 대머리에 시커멓기만 한 못생긴 콘돌이지만 하늘을 나르는 모습은 조류 중에서 아마도 가장 위엄과 품위를 갖춘 모습이 아닐까.

분화구 주변의 가장 높은 정상엔 소박한 나무 십자가가 하늘을 향해 겸손하게 서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거대도시 서울에서 보아오던 무지막지하고 오만하게 솟아오른 어지러운 네오사인 십자가들과는 느낌이 다른 것이었다.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함과 깨끗함으로 다가왔던 소박한 성스러움은 실로 오랜만에 그려 볼 수 있었던 종교인 혹은 성직자들이 지녀야 할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부드럽게 보이는 십자가 정상으로 향하는 나무 계단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는데 마치 천국으로 오르는 계단 같았다. stairway to heaven.

고개를 들어 바라본 하늘엔 마치 천국과 같은 이미지가 있었다.

화산활동의 엄청난 힘과 활발함을 보여주듯 분화구 주변은 온통 진노랑의 유황 가루들과 깎아지른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 었는데 수년 전 다시 용암이 분출했을때 집채만한 바위가 수 km 높이로 날아 올라 떨어졌다 한다.


Chao amig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