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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May 09. 2016

할아버지의 시계

my own Saskatchewan

이젠 저러한 벌거벗고 초라한 듯한 나무가 노스텔직(nostalgic) 분위기를 자아내며 홀로 서있는 벌판을 바라봐도 황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세찬 북극의 바람이 항상 몰아치는 대평원의 겨울이지만 맨눈으로는 너무 밝아 도저히 눈을 바로 뜨기 힘든 햇살이 온 대지를 비추는 가운데 이 깨끗하고 파삭 파삭한 햇살을 오롯이 혼자 누리고 있는 저 나무가 애처롭게 보이기는 쉽지가 않은 것일까..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시계가 멈추고, 그 시계를 고스란이 물려 받은 할아버지의 아버지의 시계가 멈추고, 할아버지의 시계가 멈추고, 이제 아버지의 시계가 멈출 것이고.. 언젠가 내 시계 역시 멈춰설것이다. 하지만 이 나무라는 생명체의 bio clock은 도무지 멈추려 하질 않는다. 필요한 만큼 쉬어 가기도 하면서, 십년, 백년.. 천년을 넘어 잘도 간다. 잠시 이들의 성장 시계, 삶의 시계가 멈춰 있음은 오히려 여유를 느끼게 까지 한다. 생명의 대사를 필요에 따라 잠시 멈출 수 있다면.. 한 계절 정도 잠시 멈추다 때가 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우리도 참 좋겠다. 타 생명 群들에 좋은 일을 너무나 많이 하는 나무들은 그 생명의 미케니즘 역시 탁월하다. 탁월할만 하다.

대평원의 메뚜기는 오늘도 어김없이 무심한 고개 짓인데.. 녀석의 실루엣은 이제 오래된 친구의 모습처럼 다가오기까지 한다.

한해가 오는 듯 싶었는데 벌써 또 다른 한해가 와 버렸다. 무심하려 노력해 보지만, 시계를 자꾸만 보게 됨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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