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크리스마스

@the hotel in the tropical city

by Peter Shin Toronto

크리스마스 이브날 아침, 크라운 플라자 호텔의 너른 breakfast lounge 엔 한사람도 없없다. 이브날 누가 호텔에 묵고 있을 것인가. 적도 국가 수도의 이곳 노동집약적 외국투자 공장 관계자 및 상사 맨들은 모조리 귀국했고 현지 주재 직원들 역시 가족과 함께 할것이고, 이 나라 젊은이들은 클럽이나 바에 가득차 있을것이니, 이런 비지니스 호텔에 사람이 있을리 만무했다. 그래도 출장객들이 한두명 정도는 남아 있지 않을까 했지만, 나같이 일에 미쳐 회사의 귀국 종용도 거부한채 머무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호젓함을 넘어 적막했지만 조식을 위한 음식은 풍성했다.

당시 난 프로젝트에 너무 빠져 밤새 일해도 지치질 않았었다. hp 시절엔 소위 선진국들만 돌아 다녀 잘 사는 나라들은 너무 익숙하고 진부했지만 새로운 회사에서의 새로운 제삼 세계 국가들, 전혀 다른 인더스트리, 전혀 생소한 프로세스들, 그리고 전혀 다른 구성원들은 날 흥분 시켰고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오로지 프로젝트에만 기꺼히 몰두하게 했었다. 열악한 제반 인프라 조차 흥미로운 대상 이었다.

내가 음씩을 씹어 대는 소리는 잔잔한 라운지 음악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래 오늘이 오래전 예수님이 태어나기 하루 전날이란 말이지..

이브날 저녁, 저녁 식사를 하러 라운지로 내려 왔더니 웬일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알고보니 미국에서 성탄절 공연을 위해 내려온 교회 봉사자들 이었다. 잠시 수다를 떨면서 이들의 리허설 캐럴 공연도 감상했다.

호텔의 지극히 스패니쉬 풍의 유화들이 마음에 들었었다.

저녁식사를 위한 호텔의 다이닝 홀 역시 손님은 오로지 나 한사람 이었고, 쿡들은 날 위해 즐겁게 요리에 임했다. 얼마나 신기했겠는가, 아무도 없을줄 알았는데 느닷없는 코리안이 나타났으니. 더우기 flat grill 을 담당하는 쿡은 홍콩 출신이라 나와 긴 수다를 나눴다. 난 홍콩을 얼마나 자주 들락거렸던가.

그리곤 랍스터 두마리와 아스파라거스로 쿨한 성탄 정찬을 즐겼다.

맛있었다. 오로지 요리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특별한 날의 나홀로 식사였다.

약간의 fried rice 도 곁들이고.

디저트는 banana flambo 와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스쿱. 난 이때의 바나나 플램보 맛에 반해 캐나다에 오고 나서도 가끔 요리해 먹는다. Grand Marnier 리퀴르에 바나나를 뜨거운 화력으로 marinate 시킨 후 시나몬 파우더을 약간 뿌리는 간단한 디저트지만 맛이 기가 막히다.

이븟날은 그렇게 잘 먹고 잘 곯아 떨어졌다.

이틋날 성탄절 아침엔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풀 사이드에서 브런치를 즐겼다. 역시 나 홀로.

적도의 겨울은 얼마나 싱그러웠던지.

착한 서버는 미안할 정도로 정중했다.

밤 늦도록 수영을 즐겼고 그 사이 이미 친분을 돈독히한 루이지가 방문해 줘서 잠시의 담소를 즐겼다. 루이지는 내가 이 호텔 전에 장기 투숙했던 호텔 로블레스의 지배인 이었다.

다시 홀로된 난 따스한 적도의 성탄절 밤을 아무 생각없이 즐겼다. 요즘 식으로 멍때리기 힐링 이었달까.

벽화가 맘에 들어..

멋져. 강렬해! 속으로 되뇌며 난 호텔방으로 꾸역 꾸역 올라갔는데, 정치, 경제, 인프라, 부패지수, 치안등 국가의 제반 상황이 세상에서 가장 열악한 나라중의 하나인 이곳 적도 국가에서의 성탄절은 내겐 참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