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법인장과는 내가 이곳에 출장 온지 열흘이 지나서야 한잔 할 기회가 생겼다. 가족들이 모두 이곳에서 같이 살고있던 깁법인장이라 늦은 저녁 시간에는 내가 좀처럼 한잔 하자기 미안한 터였다. 이미 다른 곳에서 식사를 마친 후여서 우린 와인을 하기로 했다. 먼저 들른 와인바 에서는 펀드 레이징을 위한 파티가 열리고 있었는데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싫어 다른 곳을 찾기로 했다. 기사를 보내고 김 법인장이 차를 몰기 시작했다. 지금 가는 곳은 애인들 끼리 데이트 하러 가는 곳인데 라며..바깥 공기가 시원해 짐을 느끼면서 차량의 외부 공기 온도계를 읽어 보았다 25도. 어 정말 시원하네. 서로 별말이 없었고 우리는 자꾸 산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기온은 24도, 23도, 그리고 22도 까지 기온이 내려가고야 나서야 우리는 샷건과 권총으로 무장한 경비원이 지키고 있는 고색 창연한 Gate를 지날 수 있었다. 우린 니카라구아의 수도 마나구아의깊고 높고 산속에 위치한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 다다른 것이었다. 아마도 이 나라 수도에서 가장 private 한 곳이었을것 같다.
부근은 온통 울창한 숲으로 둘러 쌓여있었고 앞 쪽으로는 마나구아 시내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미국인들과 중국인들 무리들이 이미 파티 분위기를 내고 있었고 색소폰 만으로 연주되는 재즈는 이곳이 미국의 한 도시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했다. LA와 샌디에고의 야경이 떠올랐다. 마침 경치를 보러 패티오가 있는 정원으로 내려온 미국인과 인사를 했고 그도 야경이 마치 LA 시내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고 칠레 와인과 버섯 요리 안주를 시켰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구름에 살짝 가려진 월광이 은은히 비치고 있었는데 중미 도시의 한여름 밤은 그렇게 은근하고 텁텁한 와인이 두 사나이의 마음을 적셔주는 가운데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사람은 수많은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진다. 어떠한 사람을 만나는가, 만날 수 있는가에 따라 우리는 그 만남의 전과 후가 얼마나 다름을 경험하는가. 직장 초장기의 에피소드들을 비롯한 흘러간 이야기들을 나누며 우리는 박장대소 하기도 추억을 더듬기도 했다. 공장 운영등의 현실에 대한 견해를 나누면서는 사뭇 심각하고 진지해 지기도 했다. 이쪽에 떠 있었던 달이 어느덧 저쪽으로 흘러가는 동안 우리는 마치 인생을 향해 Moonlight Serenade 라도 부르고 있지나 않았던 건지. 이곳은 더운 곳이라 그런지 와인 한병을 나눠 마셔도술기운이 오른다. 좋은 사람과의 의미 있는 대화는 酒道의 첫번째와 두번째 덕목이 아니던가. 김법인장은 차를 몰고 그 어두운 산길을 내려오며 CD 하나를 찾아 들려 주었다. 양희은의 아침이슬과 하얀 목련...가슴이 뜨거워 지며 싸해 졌다. 둘은 대학시절 당시를 느끼며 노래를 따라 불렀고 시내가 가까이 오며 우리는 다음 회동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