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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Oct 10. 2021

안개

석굴암 가는길 @ 토함산

저 아래 사바세계는 폭우 뒤 햇살이 가득히 퍼져가고 있었다. 중간계 토함산은 가득한 안개로 인간들의 거죽은 물론 폐부 깊숙이 까지 씻김의 과정을 베풀고 있었던 것일까. 반도체 생산 라인 클린 룸으로 들어서기 위해 방진복을 입고 에어 샤워 구간을 통과해야 하듯 우리 인간들은 석굴암으로 향해 절벽으로 이어지는 안개 가득한 산 중턱 길을 계속해서 걸어가야 했다.

관광성 순례의 길인 만큼 너무 평탄하고 짧은 오름길이었지만 안개는 그 모든 속성을 동원해 우리 인간들에게 매혹적 신비함을 유지시키려 애썼다. 동북 아시아적 미감이었달까. 간달프 할배가 나타난다 해도 잘 어울릴것 같았지만.

안개가 너무 고마웠다. 그곳의 부처는 안개가 자욱하던, 폭우가 쏟아지던, 아님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던 말던 아무 상관 없다는듯 쿨한 암굴 속에서 해맑게 1,400여 년을 가부좌로 앉아 있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좌우의 두 금강역사는 심지어 더욱 강해지며 젊어져 가는 듯 했다. 삼십년만에 다시 오른 토함산 이었다. 난 삼십년 후에도 다시 오를수 있을까.

Just a glimpse of the statue.

The Buddha's spider was just a fog-catcher.

Each granule of the ubiquitous fog was dedicated to grow a single sprout of moss.


back to civil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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