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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Nov 07. 2021

결국,
승리하는 사람이 가진
두 가지 특징

초등학교 5학년인 큰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속상해했다. 점심시간에 보드게임을 하는데, 친구들이 안 끼어 준다고. 그 보드게임을 하고 싶어서 다음에는 자기가 먼저 맡았는데 친구들이 오지 않는다고. 게임을 주도하는 아이가 한 명 있었는데, "야. 이수민 왕따 시켜!"라고 하면서 놀아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어보니 엄마가 개입해야 되는 상황은 아니었고 놀다가 한두 번 그런 것이니, 아들은 심하다고 느끼면 알려주겠다고 했다. 어떤 상황인지는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봐야겠지만, 일단 지금 내가 아들에게 조언해 준 것은 그 보드게임에 관심을 가지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 방법은 '힘의 균형을 재조정'하는 네 가지 방법 중 하나인 '철회'다. 


유인: 상대방이 가치 있게 여기는 자원을 공략하는 전략
철회: 상대방이 가치 있게 여기는 자원에 관심을 두지 않는 전략
통합: 상대방이 제공하는 대안을 축소하는 전략
확대: 상대방의 자원에 대한 나의 대안을 늘리는 전략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아이의 초등학교 생활을 들어 보면 어른이 되어 느끼는 사회생활과 큰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서로가 가치 있게 여기는 대상의 크고 작음 정도랄까. 그런데 중요한 것은 위와 같은 어떤 사건이나 상황 속의 대처 방법이 아니다. 책 <권력의 원리>의 저자들은 그보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고 한다. 바로 권력의 "역학"이다. 역학이 뭘까? 하고 찾아보니 역학은 물체의 운동에 관한 법칙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이 중에서도 힘과 운동의 관계를 다루는 동역학이 저자가 말하는 그 역학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권력은 무엇으로 구성되며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떻게 작동시켜야 할지'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누가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 속 시원하게 설명해주는데, 그 논리를 간단하게 정리해 보려고 한다. 


요컨대 나에 대한 상대방의 의존도를 높이려면, 자원을 제공하는 소수의 무리에 들어 내가 제공하는 자원에 상대방이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도록 만들면 된다. 반대로 상대방에 대한 나의 의존도를 낮추려면, 상대방이 제공하는 자원의 가치를 약화하거나 해당 자원을 공급하는 대안을 찾아 상대방의 지배력을 낮추면 된다. -<권력의 힘>, p.42


1. 힘은 관계 안에서만 존재한다


첫 장에서 이 책은 권력을 정의한다. 권력은 누군가가 소유하는 것이 아니며 일부만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힘은 누구도 소유할 수 었고, 누구나 가질 수 있다. 그리고 힘이란 오직 관계 안에서만 존재한다. 권력을 가졌다고 하면 설득이나 강압을 통해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능력일 수 있지만, 그것보다 넓은 범위에서 이해해야 한다. 다시 말해 권력이란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가치 있게 여기는 자원에 대한 접근 권한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2. 상대방이 원하는 것,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자


그러면 상대방이 가치 있게 여기는 자원은 무엇일까? 인간은 누구나 안전과 자존감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힘의 관계를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문제는 각자 살아온 다른 맥락 속에서 어떤 자원에 우선순위를 두느냐 하는 것이다. 그 가치들은 물질적 자원, 지위, 소속감, 성취감, 자율성, 도덕성 등이 될 수 있는데, 여기서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더불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제공받았을 때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알아야 그것을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지, 그것에 대한 접근 권한을 상대방이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 되었든 내가 되었든 그것을 파악하는 방법은 경청과 관찰이다. 


나는 더 나아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것도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것 없이 원하는 것만 알아서는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달라고 애원하거나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받을 것을 찾기 전에 줄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찾고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사회의 변화와 흐름을 읽는 것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3. 권력의 지도를 파악하라


내가 반응하는 것과 가지고 있는 것을 파악했다면 다음 할 것은 내가 필요한 것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일이다. 다시 말하면, 힘의 관계를 파악하는 일이다. 미국의 36대 대통령인 린든 존슨은 정계에 막 진출하기 시작했을 때, 하원 의원 비서들이 모여있는 호텔에서 하루에 샤워를 네 번씩, 10분마다 양치질을 했다고 한다. 워싱턴이 돌아가는 상황을 빠르게 이해하고 권력의 실세가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누가 누구에게 찾아가 대화하는지, 주로 말을 하는 쪽은 누구이며, 듣는 쪽은 누구인지, 누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관찰을 통해 알아해 낸 것이다. 그의 이 특별한 능력은 누구보다 빠르게 대통령의 자리까지 올라가게 해 준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권력의 원리>에서는 상대방이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그리고 상대방이 가치를 두는 자원을 통제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할 하기 위해 다음 3가지 권력의 지도를 그려보라고 제시한다. 

1) 공식적인 조직도 (공식적인 지위 체계)

2) 비공식적인 조직도 (조직 네트워크 중심에 있는 사람들을 식별) 

3) 지지자와 반대자, 중립자


4. 권력 재분배 전략 가운데 무엇을 사용할지 결정하라


권력 재분배 전략은 이미 위에서 설명했다. '유인 및 통합 전략'은 한쪽의 의존도를 높이는 전략이며, '확대 및 철회 전략'은 한쪽의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이다.

출처: <권력의 원리>, p.36


하지만 이 책에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방법론적인 것이 아니다. 이렇게 얻어진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특히 힘을 경험한 사람들의 사례들 속에서 누적된 과도한 자신감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게 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둔감하게 되는 '반복적인' 과정을 보면 권력자들이 왜 타락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된다. 이렇게 누구도 권력의 유혹에 자유로울 수 없으며 권력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나도" 권력을 가지게 되면 중독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결론은 견제의 잣대를 누군가가 아니라 나에게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의 원리>는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자기 자신에만 집중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공감 능력을 키워가는 것, 그리고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겸손한 태도를 갖춰 가는 것이다. 이 능력과 태도는 타인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미디어와 책, 실제 삶을 통해) 노출되면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경험해보면서 키워나갈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자신을 위해서도 좋다. 우리가 상대방을 공감하고 겸손한 태도를 가지면 사람들은 우리가 가진 힘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여러 연구 결과는 그것이 모두에게 좋다는 결론을 뒷받침해준다. 


특정 문화나 맥락에 관계없이
개인이나 집단을 평가하는 기준은 딱 두 가지,
능력과 따뜻함이다.
...
이 과정에서 능력보다는 선한 의도에 대한 신뢰 형성이 먼저였다.
사람들은 동료의 능력과 따뜻함에 모두 가치를 두지만,
이견 조율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따뜻함의 가치가 훨씬 커진다.

능력은 상대방의 업무 효율성, 성과, 기술, 역량을 두루 포함한다. 따뜻함은 상대방의 진실함, 정직성, 관용을 일컫는다. 따뜻함이 상대방의 의도에 대한 신뢰를 뜻한다면, 능력은 그 의도를 실행할 수 있는 역량에 대한 신뢰를 뜻한다. 우리는 교류하는 사람의 능력과 따뜻함에 관심이 많다. 이를 통해 안전감이 채워지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나를 배신하지 않고 잘해 줄 거라는 신뢰가 있으면 우리는 안전감을 느낀다. 또 나의 필요를 채워 주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 곁을 떠나지 않으면 거기서도 안전감을 느낀다. -<권력의 원리>, p.110-111


그렇다면 결국, 힘이 이동하는 곳은 '업무적인 탁월함, 공감 능력과 겸손,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를 가진 누군가가 아닐까? 결국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그 누구도 영원히 살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힘 그 자체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낳다. 힘은 누군가를 회유와 강압으로 억지로 바꾸게 하는 것이 아니다. 힘은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단지 어떤 식으로 행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ps. 참고로 아들에게 나는 보드게임에 관심을 갖지 말라는 말과 더불어 게임에서 이기려고 하지 말고 먼저 그 아이가 원하는 것을 찾아서 해줘 보라고 조언했다. 


참고: <권력의 원리>, 줄리 바틸 라나, 티치아나 카시아로

썸네일 출처: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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