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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Feb 13. 2022

마음을 사로잡는 과학적인 원리를 알고 싶다면 이 책.

회사에서 온라인으로 여러 단톡방을 운영하고 있다. 거의 5천 명에 넘는 사람들과 핸드폰 하나로 직접 연결되어 있다 보니 이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가 늘 관건이다. 아직도 시작 단계이고, 개선할 점은 많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니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그룹의 리더가 하는 첫인사인데, 핵심은 '나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약한 모습을 보이는 순간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두려워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온다. 그룹의 리더가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리더가 먼저 약점을 드러내면 약한 모습을 드러내도 안전함을 느끼게 되는 분위기가 조성이 되기 때문이다. 이 마중물이 잘 부어져야 온라인으로 만난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편하게 꺼낼 수 있다. 그렇게 포문이 열리고 서로 답글을 달아주며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하면 그 그룹은 리더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활성화된다. 나는 여러 해에 걸쳐 경험으로 깨닫게 되었지만, 최근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를 읽으며 사람들의 감정이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하고 있다. 다음은 자기 공개에 관한 책의 일부다.


자기 공개는 뭐가 됐든 다 사랑의 출처가 될 수 있지만, 어떤 것은 다른 것보다 더 강한 효능을 발휘한다. 그러한 자기 공개는 더 은밀하고 개인적인 내용이다. 이러한 비밀이 무엇이든, 사랑의 강력한 출처가 될 수 있다. 그 힘은 은밀함의 정도에 따라 커진다. 하지만 과학적인 말하기 공식의 두 번째 성분과 섞지 않으면 좋은 재료를 허비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성분은 바로 경이이다. 경이의 확장이 없다면 자기 공개는 사랑을 촉발하는 게 아니라 반감을 유발할 수도 있다. (중략) 확장을 버무린 자기 공개로 구애하면 이는 강력한 신경 효과를 발휘한다.

두 번째 자기 공개는 구애받은 우리 쪽에서 해야 한다. 구애자에게 호응함으로써, 우리는 뇌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도파민을 방출하여 그 화학적 달콤함을 즐긴다. (중략) 함께 있으면 더 행복해진다고 느끼고 개인적 이야기를 더 많이 공개하다 보면, 결국 친밀한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된다.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된 행복한 상태가 바로 사랑이다. 사랑의 행복감은 대부분 자기 공개의 즐거움에서 나온다.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p.85-86



"경이가 확장된 자기 공개"를 구애자가 먼저 하면, 구애받은 쪽에서 두 번째 자기 공개를 한다. 구애자와 구애받은 자가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자기 공개"를 주고받다 보면,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된다. 함께 있으면 더 행복해진다고 느끼게 된다. 이런 일이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함께하는 단톡방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여기서 "경이"란 무엇일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갚이 간직한 비밀이 될 수도 있고, 나의 약점이 될 수도 있다. 평소 잘 잘 드러내지 않는 나 자신에 관한 무언가를 공유하고, 내 약한 모습까지 기꺼이 보여주려는 의지다.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에서 저자 앵거스 플레처는 문학을 통해 사람의 마음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설명한다. 이 책은 문학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각 요소의 심리적 효과를 파악하는 데 집중다. 문학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뇌를 탐구하는 방식으로 문학을 탐구한 것이다. 그래서 문학 작품에서 감정을 움직이는데 쓰인 장치들을 발명품이라고 부른다. 


선조들은 문학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대단한 발명품으로 취급했다. 그것도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 발명품으로 취급했다. 각 발명품은 고유한 용도가 있어서, 각기 다른 복잡한 회로를 작동시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심리를 자극했다. 각 발명품은 고유한 용도가 있어서, 각기 다른 복잡한 회로를 작동시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심리를 자극했다. 어떤 발명품은 슬픔을 달래주었고, 어떤 발명품은 외로움을 없애주었다. 아울러 불안감을 덜어주거나 트라우마 증상을 치유하거나 희망을 안기거나 즐거움을 배가시키거나 사랑을 부추기거나 평온함을 유도하기도 했다. 만들어진 방식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발명품은 어쩌다 우연히 발견되었다.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p.27


이런 발명품은 책에서 총 25개 소개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7장, 비관적인 생각을 버려라 부분이다. 해결책은? 그냥 행운을 떠올리면 된다. 결론은 간단하지만 도출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권선징악의 스토리(좋은 일은 좋은 일을 낳고 나쁜 일은 나쁜 일을 낳는다는 논리)는, 지금의 결과가 좋지 않을 때 과거의 과정까지 부정되거나, 내 노력이 충분치 않을 때 미리 결과까지 고정된 것으로 예측하여 낙담시킬 수 있기 때문에, "행운의 반전"이라는 발명품이 등장하게 되었다. 꼭 좋은 것에서만 좋은 게 나오지는 않으며, 나쁜 것에서도 임의로 좋은 게 나온다는 "행운의 반전"에 대하여 현대의 신경과학자들은 우리 내면의 낙천가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유익한 장치라고 호평했다고 한다. 


물론 이런 행운의 반전이 무책임한 행동을 유발한다는 점, 막연한 운을 믿게 한다는 점에서 나쁜 스토리텔링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운이 좋을 수 있다고 그리고 과거의 일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상기해주는 암시에 대해 저자는 오히려 유익하다고 말한다. 우리 건강에 진짜로 위험한 것은 낙관론이 아니라 비관론기 때문이다. 절망스러운 공포감이 음습할 때 행운을 떠올리며 회복력을 강화하고 우리가 가진 좋은 것에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목차 


이런 식으로 문학 속 "발명품"이 뇌과학적으로 설명된 글을 읽다보니 문학이 하는 일은 생각보다 더 위대하고 대단했다. 그러면 이 발명품을 활용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앞에서 언급했던 단톡방의 첫인사처럼 그 효과를 추적해서 독창적으로 활용해 볼 수 있다. 나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서로 연대하고 용기를 얻을 수 있다. 교훈을 주고 특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온갖 감정에 수시로 휘둘리는 우리를 치유할 수 있다. 우리를 더 인간답게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이 발명품들은 우리가 노력해서 배울만한 기술들이다. 


하지만 적용하는 것은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도 앵거스 플래처는 말한다. 문학 작품 속에서 독특한 심리적 효과를 파악해 보라고, 그리고 그 효과를 추적해서 독창적으로 활용한 발명품을 찾아보라고 말이다. 두 단계를 숙달할 때까지 연습하고 또 연습하면 그 은밀한 힘을 다 파악할 수 있다고 격려한다.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말하고 싶은 것은 결국 어떤 효과적인 행동을 경험칙상으로 우연히 깨닫는 데는 여러 시행착오와 시간이 필요하니, 이 시간과 기회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책만 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가 그런 책이다. 은밀한 힘,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우리에게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허구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인간의 언어가 갖는 가장 독특한 특징이다. (중략)
이런 신화 덕분에 사피엔스는
많은 사람과 융통성 있게 협력할 수 있는 유례없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지극히 유연한 방식으로
수많은 낯선 이들과 협력할 수 있다.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참고: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스토리의 과학>


*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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