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을 피하지 말 것
훌륭한 리더들은 무엇이 다를까? 관리자가 되고 나서 좋은 리더십에 관해 고민이 많았는데 여러 리더십 관련 책을 읽으며 느낀 공통점 한 가지를 발견했다. 그들은 다른 관점의 의견을 피하지 않았다. 최근 다시 읽었던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에서 링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도 그랬다. 공동의 큰 목표를 위해 내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는 내용인데,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너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안다. 특히 승자 효과로 인해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더 그렇다. 그래서 다른 의견을 마주치는 불편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제임스 부캐넌 대통령과 같이 (아래 인용문 참고) 자신의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둘러 싸이길 '의도적으로' 선택한다. 그런데 나와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로 팀을 구성한다니!
눈앞에 닥친 엄청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링컨은 미국 역사에서 가장 특이한 내각을 구성했다. (생략) 제임스 부캐넌 대통령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 말하자면 대통령의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지지자들을 의도적으로 선택했다면, 링컨은 자주적이고 결단력 있는 사람들로 내각을 구성했다. (생략) 내각을 그렇게 구성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링컨의 대답은 간단했다. 국가가 위험에 직면한 때문이었다. 그들은 미국에서 가장 강인하고 유능한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그들을 옆에 두고 도움을 받아야 했다. 개인적으로 야심적이고 뛰어난 재능을 지닌 반면 자기주장이 강해 자칫하면 지리멸렬한 집단이 될 수 있었지만, 합중국을 향한 충성심에는 의문을 품을 수 없는 내각으로 융합할 자신감이 링컨에게는 충분히 있었다.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p.372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무계획적으로 행정부 안팎에서 인재를 끌어 모아 위기관리팀을 구성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조언을 받기 위해 규합한 7명은 모두 저마다 독특한 시각으로 파업을 해석했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분쟁의 다각적인 해결에 맞추어진 사람들이었다. 그 방향이 루스벨트 자신과 그의 다양한 경험과 전문지식으로 수렴됐다...(생략) 따라서 그들의 지혜와 지식과 영향을 하나의 팀으로 결집하면, 공통된 목표를 위해 일하는 방법을 찾아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p.450
각각 한 사례이지만 이렇게 다양한 시각을 환영하는 문제 해결방식으로 두 사람은 모두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을 해결하며 미국에서 역사적인 대통령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은 대통령이라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의식적으로, 주도적으로 피드백을 받으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모두 피드백을 통해 가능하다.
피드백이 필요한 이유는 자신이 스스로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연함의 힘>의 저자, 수잔 애쉬포드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를 모르는 무지는 사실상 외부의 도움 없이 해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말한다.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제대로 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혼자 하는 일은 무엇을 하든 상관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엮여 있는 '조금 더 복잡한 무언가'를 할 때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계획대로 흘러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거기에는 반드시 피드백이 필요하다.
거두절미하고 당신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피드백이 필요하다.
(생략)
방법은 딱 하나뿐이다. 피드백을 구하라.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라.
(생략)
- <유연함의 힘>, p.168
나와 다른 의견을 맞닥뜨리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나와 반대되는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은 고통스럽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아무리 피하고 싶더라도 문제를 대면하지 않는다면, 내가 보지 못한 많은 정보들과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그대로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책 <유연함의 힘>은 '성장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성장 공동체'는 피드백 친화적인 문화를 가진 곳이다. 피드백 자체가 불편하고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곳이다. 하지만 그 중요성을 모두가 알고 있어서 모두가 함께 노력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런 '성장 공동체' 문화를 가진 회사가 많지 않고, 실제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피드백의 중요성을 회사 문화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두가 거리낌 없이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야 학습과 성장이 조직 전체의 습관이 될 수 있다. 개인적인 성장은 조직과 대체로 깊이 얽혀 있다는 점을 밝힌 연구도 있듯이 조직의 역할은 중요하다.
우리 회사의 경우, 피드백이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고 솔직한 편이다. 그냥 운이 좋아 이런 사람들이 모인 것은 아니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상대방에게 줌으로써 불편해지는 상황을 여전히 피하고 싶어 하는 본능은 모두에게 여전히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문화로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고영성 대표님은 정기적으로 회사 교육 시간에 여러 좋은 책 내용들과 업무를 연관한 강의들을 하신다. 물론 실전은 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갈등과 업무갈등을 분리해서 알고 서로가 피드백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피드백을 줄 때는, 이것은 당신을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의 목표를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거나 먼저 상대방이 잘하고 있는 내용을 칭찬하며 안전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며칠 전 신입 직원들에게 팀의 문제점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눈 적이 있는데, 그 직원들은 이렇게 이런 예민한 문제들를 완전히 꺼내놓고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너무 놀랍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피드백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나도 최근 대표님께 피드백을 받았는데, 내 생각으로 일부가 아닌 전체를 판단하거나 주관적으로 해석한 일로 내가 실수한 부분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게 되었다. 이런 피드백을 받을 수 없었다면 어땠을지 아찔하고도 감사하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교훈은 계속 나타난다.
결국 피드백은 지적이나 비난이 아니라 나를 완전히 바꾸기 위한 것이다. 나를 제대로 알고 철저한 반성을 통해 나를 완전히 바꾸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받기 위해서는 나를 노출해야 한다. 문제점을 발견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시 말해서 문제점을 발견하는 것은 교훈이나 반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바꾸기 위한 것"이다. 바꾸기 위해서는 바꾸겠다는 확고한 결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속한 곳이 어떤 '성장 공동체'가 아니라서 피드백을 받거나 주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제한적이라고 해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은 분명히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 환경이 아니라 내가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다. 수많은 리더십 전문가들도 직무의 종류보다 어떤 경험에서도 배우려는 자세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는가. 어느 순간에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에서 의미를 도출하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배우는 태도는 주위 사람들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성장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현재 무엇을 경험하는 중이든 그것을 활용해 스스로 성장하려고 노력하면 된다. 게다가 이것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든 시작할 수 있다. (생략) 당장 시작할 수 있다. 일단 시작하고 나면 당신은 일상의 경험을 활용해 업무 능력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능력을 진일보시킬 기회와 힘을 갖게 된다. 이렇게 하려면 딱 하나만 있으면 된다. 배우고 싶다는 단호한 의지. 어떤 경험에서든 반드시 의미를 이끌어 내겠다느 굳은 의지다. (생략) 경험은 누구에게나 교훈을 주는 효과적인 학습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운에 맡겨서는 안 된다. 우리는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더욱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유연함의 기술의 핵심이다. - <유연함의 힘>, p.54-55
꼭 조직이 아니라도 어떤 목표가 있다면 내 주위 사람들을 링컨과 루스벨트처럼 나와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로 채워보자. 그들과 서로 투명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면 어떤 복잡한 문제들도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오래 걸리더라도 그것이 변화의 핵심이라고 믿는다.
참고:
<유연함의 힘>, 수잔 애쉬포드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도리스 컨스 굿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