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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Apr 18. 2019

컴포트 존에서 나오다!

무대공포증 극복기

"어떻게 저렇게 카리스마 있게 말을 빨리, 조리 있게 잘할까?"

항상 말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나는 경이로움에 속으로 감탄을 연발했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나의 워너비...

영화, <미스 슬로운>


늘 나는 내가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사람들 앞에서는 더 그랬다.

피치 못하게 발표를 해야 할 때는 목소리는 물론, 입술 근육도 파르르 떨렸다.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을 최대한 피했지만, 피치 못하는 상황은 어쨌든 생겼다. 그나마 있던 기회 속에서 반복적인 실패의 경험 (떨던 기억)은 나를 점 점 더 우물 안으로 들어가게 만들었다. 잘 못하는 현실과 잘하고 싶은 욕심 사이의 차이는 너무 컸다.


그런데, 그 피하고만 싶던 발표를 내가 하겠다고 했다.  내가 가둔 나의 경계를 깨고 싶은 욕구가 있었고, 지난 5월 '빡독'(힘들게 독서하자) 행사에서 강렬한 동기부여를 받았고,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내가 하려고 한 발표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행사 중에 있는 스피치 시간이다. 매 회마다 발표 주제가 바뀌는데, 이번 기회에 내가 나섰다. 도전되는 일이었지만, 한 번 해보기로 했다. 내가 100명이나 되는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잘할 수 있을까? 잘 해내야만 했고, 잘하고 싶었다.


마침 3회 빡독의 스피치 주제는 "나의 성장 스토리".


'성장'하면 또 할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에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쉽지 않았다. 문제는 할 말이 너무 많았다는 거다. 이야기는 자꾸만 장황해지거나, 옆길로 새거나, 사람들을 가르치려고 하고 있었다...

몇 번을 뒤집은 후에야 가닥을 잡았다. 제목은, '나의 치열했던 취업 성공기'


                    

새까매진 종이가 몇 장이나 있었는지...ㅎㅎ


일단 내용을 정하고 흐름을 잡고 나니 그다음 문제는 '말하기'였다.  다행히(?) 빡독 스피치가 있기 일주일 전에 예방주사를 맞을 기회가 있었다. 연 초에 웅 이사님이 뉴미디어 관련해서 의뢰받은 강연을 나와 연 피디님에게 배정해주었었는데 공교롭게도 빡독 행사 일주일 전에 강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발표도 걱정이었는데 강연이라니...!? 강연이 다가오던 일주일 동안 나는 불안과 초조함에 살았던 것 같다. 


예정된 강연 3시간 중 나는 마지막 한 시간을 맡았다. 강연 제목은 '무엇을 만들까 보다 "어떻게 전달할까!" 나는 같은 달 회사 내에서 독서토론으로 진행했던 책, <콘텐츠의 미래>의 내용을 우리가 회사에서 직접 적용하면서 배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선일보 청세담 강연 (2018. 7. 29)
함꼐 강연한 연PD와 함께


이 날은 하루 종일 얼마나 긴장했는지, 강연 전에 우황청심환까지 먹었는데 효과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강연 초반 내 목소리는 떨렸고, 초보 강연자의 느낌이 풀풀 났던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초반이 지나자 떨리는 게 점차 안정이 되었고, 내가 할 이야기는 다 하고 내려왔다는 거다. 질의응답 시간도 꽤 길게 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진이 다 빠졌는데, 한편으로는 계단을 한 칸 넘어 선 것 같아서 뿌듯했다. 강연은 도움이 되었을까? 


-강연 후, 메일로 받은 피드백 하나-


아쉬움은 있었다. 어떻게 하면 목소리를 덜 떨 수 있을까?


빡독 스피치에서 발표를 잘 하기 위해서 입에 단내가 나도록 연습했다. 남편 앞에서, 친정 엄마 앞에서, 운전을 하면서, 길을 걸어가면서, 거울 앞에서, 산책을 하면서 중얼거리며 다녔다. 내용을 고치고, 또 고치고 다듬었다. 아... 초심자에게 발표는 정말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이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발표를 마쳤다. 


3회 빡독 스피치 (2018. 7. 7)

구조적인 문제는 항상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무대 정 중앙에서 조명을 받고 있었고, 사람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연습을 했는데도 대본을 들고 있던 왼손이 수전증에 걸린 듯 떨어서 아예 대본 보기를 포기하고 손을 내려놓았다. 이 때는 정말 연습의 힘이 컸던 것 같다. 긴장했지만 할 이야기는 빼놓지 않고 다 하고 내려왔다. 


오글거리긴 하지만 역시 하길 잘했다. 나를 드러내고 진솔하게 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좋은 타이밍이었고, 좋은 기회였다.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듣고 힘을 얻는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유튜브 댓글에 달린 피드백 둘,-


내가 내 모습을 보기가 너무나 오글거려서, 나중에야 정말 용기를 내서 영상을 봤다. 조금 더 자신감이 필요하다. 조금 더 천천히 말하더라도 단어를 명확하게 발음해보자. 이 발표가 무려 3달 전 이야기다.


그리고 한 달 전에는 4회 빡독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사회를 맡았다. 상황 상 할 사람이 나 밖에 없어서 이것도 내가 자원한 일이다.자꾸 내가 자원해서 하겠다고 하니 회사 사람들은 내가 발표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모를 거다. ㅎㅎ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나의 다짐의 결과로.. 이번에도 역시 도전해보기로 했다. 


빡독이 있던 그 주에는 유난히 일이 많아서 당일 새벽 12시가 돼서야 발표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더 효과적으로 시간을 활용해야 했다. 이번에 특이한 점은 지난 행사 때, 연 피디님이 사회 봤던 영상을 따로 출력해서 반복해서 보고 들으면서 시뮬레이션을 한 것인데, 이게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사회는 사실 설명만 잘하면 되었다. 스피치가 일기였다면, 사회는 설명문 느낌이랄까? 내용 구성에 대한 부담은 없었지만, 사회는 하루 종일 행사를 이끌어야 했고, 행사를 대표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를 하면 안 되었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부담이 있었다. 특히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의 스피치 후에 그분들의 내용을 정리하는 간단한 멘트를 해야 했는데, 나는 임기응변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표자들의 스크립트를 보고 미리 말할 내용을 정리해 두었다. 

      

4회 빡독 (2018. 9. 8)


세 번째 경험이라서 그런지, 준비를 한 것이 잘 통해서 그런지, 스피치가 아니라 행사 진행이라서 그런 건지 이번에는 거의 떨지 않았고 임기응변도 하면서 행사를 이끌었다. (특히 이번에는 우황청심환을 안 먹었는데도!! ㅎㅎ) 물론 부족한 부분이 있었겠지만, 나 자신을 평가했을 때 어떻게 이렇게 많이 성장했는지 너무나 기특하다...ㅠ 


-4회 빡독 참가자의 피드백-


'하다 보면 무조건 나아진다'는 말은 진실이다. 다만 "의식적인" 노력은 필요하다.


인간의 능력이 유전적으로 규정된 특성에 의해 제한된다는 오랜 믿음은 "나는 못해." "나는 아니야."가 들어가는 온갖 문장들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올바른 연습을 한다면, 거의 모든 사람이 자신이 선택하고 집중하는 어떤 영역에서든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말하자면 우리는 자신의 잠재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책, <1만 시간의 재발견> 중에서)

 

세 번의 경험은 완벽한 환경설정이 되었고, 실수해도 괜찮다는 마음의 여유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것이 내가 이렇게까지 컴포트 존을 깨고 나오려고 애를 쓰는 이유다.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감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특히 나의 자존감은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이상을 아이들에게 잣대로 들이밀 것이 아니라 내가 보여줄 수 있도록, 대단해 보이는 것도 사실 별 것이 아니라고 느낄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아이들이 따라 하고 싶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노력할 것인가!? 


막연하게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두려움의 안개를 걷어 낼 수 있는 구체적인 각론을 이야기해 보자. 어떤 개인 역량을 확보해야 위기 상황에서 구명조끼나 낙하산이 되어 줄까? 다양한 능력을 많이 쌓으면 좋겠지만,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나는 모든 문제 해결을 위한 공통분모 같은 능력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라고 생각한다. (책, <뼈 있는 아무 말 대잔치> 중에서)


내가 초등학교 때 배웠던 교과서의 이름,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이 네 가지의 마스터가 될 수 있도록 더욱더 나의 컴포트 존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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