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지금 프랑스 시골에 살고 있다.

나는 지금 프랑스 시골에 살고 있다.

by 남프랑스시골소녀

프랑스 시골 소녀가 되겠다고 프랑스에 온 지 거의 20일째이다.
첫 2주는 파리에 파리지앵 라이프를 즐겼고,
첫 나의 시골 라이프를 시작한 이곳은 몽펠리에에서 1시간 남짓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 지낸 지 벌써 일주일째.

스위스 사람인 크리스티앙 아저씨와 수잔 아줌마
그리고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영국인 룸메이트 레이첼과

애교 넘치는 개 4마리 (바베트, 비듀, 조아유, 폭시),
매일 치즈를 위해 젖을 내어주는 염소 4마리, 양 4마리
닭, 잉어, 기니피그, 산속의 새들과 함께

나는 지금 프랑스 시골에 살고 있다.




아침에 닭과 새소리가 알람처럼 울려 퍼지는 방 안에서
조금만 움직이면, 바스락 거리는 이불 소리에 레이첼이 깰까 조심스러운 첫날의 아침이었다.
서로 일어나자마자 불어로 “봉쥬르”를 외치고 , 지난밤 춥지 않았냐고 안부를 자연스럽게 묻고
우리는 바로 부엌으로 건너갔다.
이미 수잔 아줌마는 일어나서 바라만 봐도 아름다운 산을 보며 차를 마시고 있었고
난 그 앞을 손을 흔들며 지나쳤다.

내가 사는 이 울타리 안에는 3개의 집이 있는데

크리스티앙 아저씨 집과 수잔 아줌마 집, 그리고 가장 서늘하고 아늑한 곳에 레이첼과 내가 머무는

우리의 작은 캠핑카가 있는 마치 이곳은 작은 마을 같다.


IMG_3062.JPG 레이첼과 내가 살았던 낡고 작은 캠핑카


크리스티앙 아저씨와 수잔 아줌마는 둘은 예전 부부였지만, 지금은 이혼한 사이 인듯했다.
(레이첼도 이혼한 거 같다고 하지만, 그녀도 아직 그들을 잘 모르는 거 같다. )
하지만, 이혼한 사이인데도 이렇게 다정할 수 있을까?

그 어느 함께 사는 어느 부부보다 사이가 좋아 보인다.
한 울타리 안에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고, 하지만 각자의 공간과 시간을 존중해주는 친구 같은 사이.

크리스티앙 아저씨는 사실 아저씨인지, 할아버지인지, 아저씨와 할아버지 사이 그쯤 어딘가 계신 모습을 하고 있다. 난 그냥 아저씨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쯤이 내가 더 편할 거 같아서 이다.
그의 모습을 살짝 묘사하자면 다리는 남자치고는 정말 가늘지만, 목소리에 언제나 힘이 있으며
지금은 퇴직을 하고 수잔 아줌마의 아버지 때부터 지낸 40년 된 이 작은 집을 지키고 있다.
그는 "울랄라” 표현을 내가 본 어느 티비에 나오는 프랑스인들보다 가장 힘 있고 프랑스인스럽게 표현하고,
테라스에 있는 그 만의 술장고 옆에 앉아 늘 맥주를 즐겨마시며, 말아 피는 담배를 피우는 그는
늘 노래하듯 이야기하는 나는 늘 그가 인상적이다.
( 그의 이 사이에 있는 그 어떤 그을림 같은 것은 아마 그의 인생이 늘 담배와 함께 해왔음을 알려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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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아줌마는 나와 레이첼이 머무는 집과 크리스티앙의 집 사이에 자리 잡은

가장 예쁜 그림 같은 집에 살고 있다.

사실 그림 같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아름다운 광경을 볼 때 간혹 사람들은 "그림 같다"라고 표현하지만 직접 본 아름다움은 그림이 견줄게 못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내가 늘 꿈꿔온 그런 자연 속의 오두막 집이다
그녀는 늘 그녀 만의 울타리 안에서 햇볕을 쬐기도 하고. 정원에 물을 주기도 하고, 노래하기도 한다.
하지만, 난 아직 그녀의 울타리 안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그저 가끔 가져다주시는 파이를 보며 아줌마가 요리했을 그곳을 지나쳐가면 늘 상상해본다.





규칙 없어 보이는 이곳에 보이지 않는 규칙들이 있고, 그곳에 우리는 살아간다.
더러워 보이는 이 부엌에도 위생과 청결이 지켜져야 할 곳은 지켜지고,
스푼 하나부터 올리브 하나까지 각각 자기의 자리가 있다.

아침을 간단히 먹으며 크리스티앙 아저씨는 오늘 할 일과 살 물건들을 종이에 적었다.

그리고 뜨거운 햇빛을 조심하라는 당부에 레이첼과 나는 한국에서 가져온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정원으로 향하였다.

오늘의 할 일
감자 30개 심기와 파에 거름주기, 작은 밭에 돌 거르기 정도였다.

뜨거운 태양이 아침부터 쏟아지는 이곳에 일하는 내내 나는 생각했다.
“아침 좀 많이 먹을걸”


일어났다 앉을 때마다 어지러웠다.

밥을 조금 먹어서 어지러운 건지,

태양이 너무 뜨거워 어지러운 건지,
내가 이 아름다운 남프랑스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믿을 수 없어 어지러운 건지,

이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생각할 겨를 없이 핑 - 돌았다.
이런 나의 저질 체력..

다시 정신 차리고 감자를 심어 본다.

손톱 사이로 들어오는 흙이 기분 나쁘지 않다.

말라 보이는 흙을 들추니 촉촉하고 기분 좋은 촉촉한 흙이 가득 들어있다.
정원일을 2시간 남짓 치른 후 점심 먹고 나니
크리스티앙은 오전을 알차게 보냈으니 이제는 낮잠을 잔다며 그의 방으로 올라갔다.

낮 2시
뜨거운 태양 아래 레이첼과 나는 테라스에서 불어 공부를 시작했다.
태양이 너무나 뜨거웠지만,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불어를 공부했다.
우리의 불어는 형편없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우리는 비슷한 수준이었고, 이런 불어로 서로 대화가 되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사이 수잔 아줌마가 수영 후 가져온 딸기 파이


직접 기른 달다 못해 꿀을 머금은듯한 딸기가 한가득 들어있는 파이를 한입 먹으니
나도 어느새 레이첼 처럼 영국식 억양으로 “음~”을 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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