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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띠선비 Feb 04. 2020

우리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세상에서 핑클이 사라진다면)

'캠핑클럽'과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을 통해본 우리의 추억

※ 참고로, 이 글은 캠핑 클럽이 종영했을 당시인 2019년 9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핑클의 캠핑기를 다룬 JTBC의 캠핑클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캠핑클럽은 요새 제일 재미있게 본 예능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종영의 아쉬움이 크다.

 

캠핑클럽은 90년대와 00년대를 풍미한 아이돌 그룹인 핑클이 전국 방방곡곡 자연 경치가 좋은 곳으로 캠핑을 떠나는 내용을 다룬다. 핑클은 1주간 캠핑을 하면서 자연을 배경 삼아 과거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멤버 간의 남아있던 앙금 같은 아쉬움과 서운함을 풀어낸다. 대단한 편집도, 대단한 사건도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좋았고, 대중에게도 사랑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의 무엇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한 단어로 하면 추억이고, 길게 이야기하면 핑클이라는 매개를 통한 그때 그 기억에 대한 향수와 추억에 대한 회상이다. 사실 나처럼 당시 나이가 어려 핑클이라는 존재만 기억하는 사람도 캠핑 클럽을 보며 내 인생 속 90년 말과 00년대 초반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핑클이라는 매개로 그때의 나와 우리 가족, 그리고 친구들에 관한 추억이 뭉개 뭉개 떠올랐다. 당시 어린 나도 그랬으니, 학창 시절, 20대를 보낸 당시 청춘들은 나보다 그때의 추억이 더 선명하게 떠올랐을 것이다. 그것은 핑클에 대한 직접적인 기억(팬으로서 기억), 간접적인 기억(핑클이 활동했던 시대에 대한 기억)을 모두 포괄한다.


결국 우리가 캠핑클럽을 좋아한 것은 캠핑클럽이 결국 우리의 추억을 다루어줬기 때문이다. 현재를 사느라 머릿속, 마음속 고이 접어둔 옛날의 기억을 꺼내어주기 때문에 캠핑클럽이 좋았던 것이다. 이는 단순히 '옛날이 좋았어'라는 상투적인 표현으로 대체될 수 없는 감정이다. 추억은 공평하게 좋은 추억과 좋지 않은 추억을 모두 포함하고, 누군가에게는 그때가 굳이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캠핑클럽이 좋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그때의 여러 모습을 떠올려주었기 때문에, 자신이 그때 어떤 사람이었는지 생각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즉 추억은 켜켜이 쌓여 우리 내면에 자리 잡아 어떤 매개체를 만나서 발현되며 그 발현된 기억은 타인과 우리를 구별시켜준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추억이, 그리고 추억의 매개체가 중요하다고 느낀다. 추억은 자신의 정체성이다.


캠핑클럽은 핑클 멤버 4명에 관한 추억이 아니라, 그들이 매개로 그 시대가 떠오르게 만드는 추억을 소재한 프로그램이었다. 그 점에서 캠핑클럽은 우리의 추억을 다룬 영화(소설)인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과 연결된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 앞에 악마가 나타나 세상에서 하나씩 물건을 없애면 하루씩 더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은 처음에 하루를 더 살기 위해 악마가 고른 물건을 없애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그 물건이 사라졌을 때,  주인공은 단순히 특정 물건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물건과 얽힌 주인공의 추억까지 사라지는 것을 곧 알게 된다. 물건 자체보다는 그것과 연관된 관계와 추억이 사라지는 것이 주인공에게는 크게 다가오며 추억이 삶을 이루는 요소임을 알게 된다. 마지막에 악마가 주인공에게 많은 추억이 담긴 고양이를 없애자고 제안했을 때, 차마 주인공은 고양이를 없애지 못하고 자신의 죽음을 택한다.


추억은 추억팔이로 단정 지어질 수 없으며, 추억은 우리의 삶을 이루는 구성요소이고, 내가 타인과 구별되는 나임을 증명해주는 요소이다. 그래서 우리의 추억이 담긴 무언가가 사라지는 것은 내가 사라진다고 말할 만큼 슬픈 일이다.


그래서 제목에 쓴 것처럼 가정이지만 우리에게 세상에서 핑클이 사라지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고, 우리가 사라지는 것에 비견될만한 일이다. 핑클이 남아있음으로, 또 캠핑클럽과 같은 프로그램이 제작되고 방영되면서 우리는 우리의 추억을 떠올리고 우리의 존재를 규명하게 된다.


지난 몇 달간 캠핑클럽을 통해 추억과 마주할 수 있어서, 그때의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해 줘서 참으로 감사했다. 앞으로도 캠핑클럽과 같이 우리의 추억을 진솔하게 다룬 프로그램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 '캠핑클럽' 포스터 사진은 JTBC에 저작권이 있으며, 출처는 JTBC 홈페이지입니다.

※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영화 포스터 출처는 '다음 영화'(https://movie.daum.ne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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