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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띠선비 Apr 23. 2023

'구인사'에서 하루

취업을 했던 17년 겨울. 주위 많은 친구가 입사 전 해외여행을 갔다. 당시 나는 지쳐있었고 곧 입사를 앞두고 있어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생각한 것이 템플스테이였다.


그렇게 첫 템플스테이를 하고 몇 년이 지난 나는 어느새 '불교를 좋아하는 사람'에서 '불교신자'라고 이야기하게 되었다. 또한 버킷리스트에 다양한 절을 다녀보는 꿈을 적게 되었고 이를 실천하듯이 매년 1~2회 템플스테이를 다녀오게 되었다.


스스로 한 경험에 그칠 수 있지만, 찾아보니 템플스테이 공식 사이트의 후기 말고 템플스테이에 관련된 글이 많지 않아서 내 경험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글로 남길 절은 충북 단양에 위치한 구인사이다.


22년 봄에 방문했다. 조계종이 아닌 천태종 총본산의 역할을 하는 점과 길을 따라서 전각이 늘어져 있는 특이한 형태 때문에 구인사를 선택했다.


전날 늦게까지 약속이 있어서 매우 피곤한 상태로 운전대를 잡고 구인사로 향했다. 단양까지 가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산사이기에 구불구불한 길을 타고 들어가야 했다. 예상보다 시간이 늦어져서 프로그램 시작 전에 겨우 도착했다(오랜만에 체험형으로 신청했다)


※ 템플스테이의 2가지 종류: 체험형과 휴식형
-체험형: 절에서 기획한 여러 가지 활동(프로그램)을 하며 템플스테이를 하는 유형이다. 보통 1박 2일을 하기에 그것을 기준으로 설명하면, 첫날에는 도착 후 사찰을 돌아보고 설명을 듣는 일, 염주를 만드는 일, 저녁 예불을 드린다. 둘째 날에는 새벽 예불을 하고, 스님과 차담을 하고, 방사를 정리하고 돌아간다.
-휴식형: 휴식형은 체험형에 있는 프로그램 참석이 대부분 자율로 되어있고, 식사시간만 지키고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휴식에 집중하면 되는 유형이다. 체험형을 몇 번 경험한 나는 주로 휴식형으로 템플스테이를 많이 했다.


평일이었기에 나와 한 분의 형님이 전부였다. 도착하여 옷을 갈아입었다.(보통 조끼와 바지를 주신다) 홍보관으로 가서 템플스테이 기본예절과 구인사와 천태종의 역사에 대해 영상을 보았다. 천태종은 고려의 왕족이기도 했던 대각국사 의천에 의해 고려에 전해졌으며 그 맥이 이어졌으나 조선시대에 들어 종파가 통합되면서 사라졌다. 그러다 구인사를 창건한 상월 스님에 의해서 다시 시작되었고 현재 우리나라 3대 종파 중 하나가 되었다.

(참고자료: https://www.hani.co.kr/arti/society/religious/458511.html)


홍보관에서 108 염주를 만든 뒤 사찰 곳곳을 돌아다녔다. 구인사는 길을 따라서 양 옆에 전각이 배치된 구조여서 여태까지 다녀본 절 중에서 구조가 독특했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니 양 옆에 전각이 늘어선 모습이 아름다웠다.


<산책길, 꽃이 군락으로 많이 피었다>

산책을 마치고는 자유시간이었다. 함께 온 형님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각자 휴식을 취했다. 둘이서 템플스테이를 하는 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하여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내 방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시 형님도 군 복무를 마치고 새로운 진로를 찾아 나서는 중이었고 나 또한 몇 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앞둔 시기었다. 서로가 살아온 삶과 그 순간순간에 내린 결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를 응원해줬다. 500원 자판기 캔음료를 두고 나누는 야밤의 이야기는 진솔했고 평화로웠다.


<방사, 널찍한 방이었다>
<방사, 화장실도 깔끔했다>


다음날 아침 비가 왔다. 새벽예불은 가지 못하고 우산을 챙겨 아침을 먹으러 갔다. 전날 형님과 아침을 함께 먹자고 했는데 시점이 엇갈렸는지 함께 밥을 먹지 못했다. 금번에 체험형이어서 산책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우천으로 취소되었고 스님과의 차담을 가졌다.


<스님과의 차담, 정갈한 다과와 차를 마셨다>


당시 참여한 사람이 2명이었고 나만 체험형 프로그램이었기에 스님과 1:1로 차담을 했다. 속세에서 아나운서로 일하시다가 출가하셨다는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행복과 마음의 평화에 대한 선문답을 나눴다. 스님은 템플스테이를 자주 하고 불교에 관심이 많은 내게 출가할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세속에서 이루고 경험하고 싶은 게 많아서 출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고, 템플스테이를 할 때마다 평화로워 보이는 스님을 보며 행복하신지 궁금하다고 질문을 드렸다. 출가보다는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면 혼란한 세속에서 멀어져 자신을 수양하는 스님의 삶이 행복이 궁금했다. 스님은 그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고 정성을 다하는 것이 행복, 행복한 상태라고 말씀을 주셨다.


스님과의 차담을 끝으로 구인사에서 하루가 끝났다. 협곡을 굽이굽이 따라가며 늘어선 전각, 깔끔한 방사가 좋았다. 단풍이 들면 더 멋있는 곳이니 언젠가 기회가 되면 또 방문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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