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메데진 프로 6 주짓수 시합을 또다시 오다니 감격스럽다. 시합 참가 신청은 했으나 곧 취소했다. 내년 6월에 열리는 시합으로 미루었다. 메데진에 오기 전후로 상태도 안 좋고, 한국에서 다친 무릎이 영 아직도 시원찮다. 전방 십자인대, 외측 인대가 모두 다쳐서 그런가 회복이 생각보다 빠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열기를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Andres 친구, 지난번에 왔을 때는 나보다 당연히 어린 줄 알았는데 4살 형이었다. 그냥 좋다. 생긴 것도 멋있고, 하는 행동도 그렇고 마초 그 자체다.
경기는 아쉽게도 6 대 0으로 이기고 있다가 역전 당했다. 많이 아쉽겠지만, 안 다치고 경기를 치러서 다행이었다.
Salomon이라는 친구는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친구다. 초록색 press 조끼를 입고, 안드레스가 경기하니 열심히 좋은 사진을 찍어주었다.
Alfredo, 이 친구는 변호사인데 생각보다 주변에 변호사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 직업이 우리나라에서 관념적으로 갖고 있는 정의(?)와 여기는 조금 다를 때가 많다.
최근에 하나 들었던 건, 의대를 진학했던 학생이 본인의 적성이 안 맞아서 간호학과로 전과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싶다. 물론 여기도 의대가 더 오래 공부하기도 한다. 근데 막상 받는 돈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한 친구의 말이 정답일 수는 없겠지만, 의외였다.
시합을 기다리는 알프레도 친구와 여자친구 laura 그리고 관장님
블랙벨트 파블로도 시합을 가졌고, 아쉽게 5초 전에 패스를 당해서 졌다.
그리고 관장님 시합, 여기 시합은 이 동네 관장들은 다 나온다고 보면 된다. 우리 관장님은 나이가 50대 중반이다. 근데 여기는 시합이 작아서 블랙벨트 통합 시합을 가진다. 체급, 나이 모두 통합해서 한다.
관장님은 60kg 중반에 나이는 50대 중반, 상대들은 하나같이 최소 80kg은 나가 보였다. 사진으로만 보아도, 저 사이즈 차이가 보이는가.
2년 전에도 AJP BOGOTA에서 관장님은 64kg 체중으로, 94kg 체급에 나가 이기고 온 걸 본 적 있다. 오늘 또 한 번 놀랐다.
블랙벨트는 최소 10년 이상 수련해야 얻을 수 있는 자격이다. 이 운동을 10년 이상, 블랙벨트까지 가는 건 단순히 자주 출석한다고 받는 게 아니다.
승급할수록, 젊고 강한 낮은 벨트의 친구들의 도전을 모두 받아내고 버티는 사람들이 감히 블랙벨트를 두르는 것이다. 그런 리그에서 나이와 체급 모두 불리한 상황에서 1등을 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존경심이 절로 생긴다.
항상 이런 멋있는 사람 옆에 있고 싶다. 일을 할 때는 팀장님이 멋있어야 하고, 운동할 때는 관장님이 멋있어야 한다. 난 항상 그런 사람들 옆에서 조금이라도 닮아가려 노력한다. 나도 멋있고 싶어서.
이런 얘기를 하면, 종종 듣는 얘기가 있다. '어차피 생활체육인데 뭐 어때?' 아니다. 난 항상 이런 사람들 옆에서 조금이나 삶의 태도나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군말 없이 결과로 입증하는 사람들을 본받고 싶다.
사실 결과도 놀랍지만, 관장님의 연세에 끊임없이 시합에 출전하고, 도전하는 모습이 내 눈에는 그저 존경스럽다.
그리고 블루벨트 파블로, 이 친구 시합 응원하다가 긴장과 흥분 그 자체였다. 체급에서는 마지막 패스 한 번이 아쉽게 무산되고, 어드 하나 받은 게 패배 요인이었다.
상대가 오히려 깃잡고 개비기하는데, 파블로한테 경고를 주어서 경고 하나 차이로 졌다. 그래도 앱솔루트 경기 나가서 금메달 따는 거 보고 역시나 싶었다. 이 친구도 참 멋있다.
그리고 메데진 프로 1에서 경기했던 MMA COLOMIBIA 팀의 JOSE와 AJP CALI에서 붙은 적 있던 JESUS까지,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JOSE라는 친구한테 경기 끝나고 잠시 가서 인사하고 왔다. "너 나 기억해? 우리 2년 전에 화이트벨트 때 붙었잖아." 나를 기억 못 할 줄 알았는데, 너 왜 시합 안 하냐고 되물었다. ㅋㅋ "내가 무릎이 안 좋아서.. 내년에 시합하려고.. "라고 답했다.
그리고 JESUS라는 친구는 20대 중반이다. 경기가 끝나고 보니 정말 순한 얼굴로 웃으며 맞이해주었다. 오랜만이라고 잠시지만 대화도 했다. 왜 여기는 -57.5kg 체급이 없냐면서, 투정 아닌 투정을 했다. 시합이 조그마하니 상대적으로 사람이 없는 체급을 다 퉁쳐놓는다.
이 친구들을 매트 밖에서 만나는 건 정말 좋지만, 시합장에서 정면으로 맞서고 있으면 늘 무섭다. 턱수염부터, 분위기가 장난 아니다. 그런 친구를 상대로 매트 위에서 만났다는 것도 행운이다.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는가.
JOSE라는 친구는 좀 멋있는 게, 거의 모든 경기를 서브미션으로 이긴다. 상대의 탭이 나오게 만든다는 건, 제대로 기술이 들어간다는 말이다. '너도 참 멋있다. 친구야. 2년 전, 내 첫 시합 상대가 너라서 참 좋았다.'
이 친구한테 지고, 한 달간은 악몽에 시달렸다. 꿈속에서 암바 걸리는 장면이 계속해서 나왔다. 그런 꿈을 꾸면 벌떡 일어나서 새벽이라도 나가서 뛰고 싶어진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동기부여가 됐다. 내 원동력이 되어주어 고맙다.
엄지손가락이 골절되고, 발목 힘줄이 탈구된 상태로 시합에 나간 건 지금 돌이켜보면 하나의 서사가 아니었나 싶다.
2년 전 우리는 흰 띠를 메고 시합했지만, 이제는 모두 블루벨트가 되어있었다. 이번 시합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이렇게라도 만나고 이 친구들의 시합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
TEAM CHECKMAT 친구들 시합을 보면서 감정이입이 과했다. 관장님의 코칭과 주변에서 들리는 소음 등등 기가 다 빠지고 왔다. 앱솔 경기들은 보지 못하고, 너무 피곤해서 바로 집으로 왔다. 저녁 7시쯤 돌아와 잠들었다.
요즘 너무 재미있는 하루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