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낱, 말

by 박은영


말끝이 흐린 날


높은 하늘이었다가

떨어지는 빗방울 같은


제 말의 뜻을?


무엇을 위해

그 무엇이 되지 않아도


새벽을 잘 버티고 일어나면


또 괜찮아

괜찮을, 거야

괜찮기를


어떤 말을 하기는 쉽지

흩뿌리고 담을 수 없는 그런


흐릿해 이렇게 가까이 있어도

그래서 떨어지는 중이야


어렴풋한 사람은


오래 누워서 꿈을 꾸고 있어

우린 늘, 너무나 가난해서


잠든 마음이


꿈을 꾸는 건

살려달라는 말이지?


네가 자꾸 웃으니까

네가 자꾸 죽으니까


꿈을 사랑하면 언젠가는

버림, 받을 거야


네가 나를 꼭 잡아줘

같이, 떨어져도


너는 자고 있으니까

너는 깨어 있으니까


계속 시를 쓰게 해 주세요

아픈 사람들을 위해

저 문을 열어주세요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느려도

꼭 숨을 쉬어

놓지는 마


무엇을 위해

그 무엇이 되지 않아도


말끝을 흐리면

어김없이 비가 왔다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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