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미국은 Student Loan 이 일반인들의 personal finance에 매우 큰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당연한 것"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걸 볼 수 있다. 그렇게 되어버린 이유 중 하나는 학교 등록비가 터무니없이 높아져버린 것이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다. Inflation과 같은 rate으로 학비가 올랐다고 가정했을 때의 그래프가 오렌지색(사립)과 노란색(공립)인데 실제는 파란색과 회색이다.
예전에는 대학에 다니면서 남는 시간 아르바이트해서 학비를 내는 게 가능했다면 이제는 그저 약간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공립과 사립의 교육이 큰 차이가 없는 경우 저만큼의 큰 학비의 차이를 알고도 사립학교에 가는 것이 난 사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학비가 이렇게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수가 줄어들거나 학교들이 망하지 않는 이유의 중심에는 student loan 이 있을 것이다. 학비가 얼마가 되었건 그만큼 이상의 돈을 빌릴 수 있으니까. 어차피 다 그렇게 빚지고 사는 거니까. 나중에 졸업 후 직장을 갖게 되면 매달 student loan payment 내는 건 크게 부담되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아직도 많은 필드에서 대학 졸업증은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미국 체류 신분의 이유로 student loan을 빌릴 수 없었기 때문에 대신 크레딧 카드에 의존했다. 다행히도 공립학교를 다녔고 그때만 해도 학비가 지금에 비해선 굉장히 준수했다.
나의 큰 딸이 지금 4학년이니까 8년만 있으면 대학에 갈 때가 된다. 8년 후가 되면 학비가 어느 정도가 될지 생각만 해도 무서워지긴 하지만, 난 대학교 학비만큼은 부모가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굳게 믿는 쪽이다. 학비 이상으로 많이 도와줄 수 있는 재력이 된다고 해도 도와주는 것이 과연 좋은 건지 아닌지는 또 다른 깊은 생각과 고민이 따르겠지만, college tuition 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대의 상황을 볼 때 "너희 인생 살기 위한 교육이니까 너희가 부담하는 게 당연하다"며 쉬운 말로 독립성을 길러준다고 말하며 산더미 같은 학자금을 떠안으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하는 건 그냥 너무 혹독하다. 교육을 위해서 그렇게 큰돈을 줘야 하는 것 자체가 틀렸다. 세상이 이렇게 되어버렸다고 해서 "어쩔 수 없네" 하면서 "다들 그렇게 빚의 구렁텅이에 빠져서 시작하는 거래. 미안하다. 너희도 구렁텅이부터 시작해야겠다"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조금만 미리부터 계획하고 준비한다면 부모에겐 그리 큰 부담이 아닐 수 있는 게 college tuition이다. 내가 우리 딸들의 학비를 책임지지 못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그들이 태어나서 18년 동안 내가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쓴 돈을 돌아보며 미안해할 것이다. 모을 수 없어서 못 모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딸들이 몇만 불, 혹은 몇십만 불의 빚을 갖고 졸업하는 것이 내가 갖고 싶은 stuff 들을 사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았다는 말 밖에 안 되는 것이다.
물론 대학 학위가 필요하지 않은 커리어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럴 수 있는 확률 때문에 준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냥 핑곗거리인 것이다. 학비를 모았다가 학비를 안 쓰게 되면 그 돈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그때 가서 "대학교도 안 갈 거였는데 이 돈 괜히 모았네"라며 후회하진 않을 것이다.
Retirement planning 이 우선인가 college tution 이 우선인가 질문을 한다면 그건 각자의 환경에 적절한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한 가정 한 가정 다 처한 상황이 unique 하기 때문에 모두에게 같은 답이 있기는 힘들다. 억지로라도 대답을 하라고 하면 둘이 같이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겠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정말 시간이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간다. “아직 우리는 아이들이 어리니까”라고 미루기 시작하면 크게 후회할 날이 눈 깜짝할 사이에 코앞에 다가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