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의 저작권은 어떻게 보호되고 있나요?

저작자의 재산권은 저작자가 생존하는 동안과 사망한 후 70년간 존속한다.

by 에리카

피아니스트로서 연주를 위해 첫 번째 필요한 준비물은 바로 악보입니다. 물론 하얗고 까만 건반 위에 손을 얹고 머리와 마음에 떠오르는 대로 즉흥연주를 할 수도 있지만, 클래식을 전공한 피아니스트로서 저는 수 세기의 음악사를 거치며 탄생한 아름다운 명곡들을 연주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저작권법상 음악저작물은 무엇일까요? 음악저작물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이 음(音, 음성·음향)으로 표현한 창작물을 말합니다. 오페라 아리아나 가곡, 가요처럼 악곡에 가사가 포함된 경우 그 가사도 음악저작물의 일부로 간주됩니다. 음악이 녹음된 노래나 연주곡, 그 가사, 악보, 음악 파일 등 모든 형태의 창작물에는 저작권이 적용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온라인에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악보 사이트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International Music Score Library Project(국제 악보 도서관 프로젝트), 약칭 IMSLP입니다. 이 사이트는 미디어위키 기반으로 운영되며, 누구나 자신이 가진 악보와 음원을 활용해 기여할 수 있습니다. 현재 IMSLP에는 약 80만 개의 악보와 8만 9천 개의 음원이 올라와 있습니다. 악보와 음원 모두 저작권이 보호되는 음악저작물인데, 어떻게 이런 사이트가 운영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저작권법 제39조 제1항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제39조(보호기간의 원칙) ①저작재산권은 이 관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저작자가 생존하는 동안과 사망한 후 70년간 존속한다. <개정 2011. 6. 30.>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슈만, 쇼팽 등 유명 작곡가들을 떠올려 보세요. 이들 모두 사망한 지 70년이 넘었기에, IMSLP에서는 이들의 많은 악보를 무료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 사이트는 악보를 일일이 구입하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출력물보다 스크린으로 악보를 보는 편의성이 높은 현대의 음악 환경에서도 유용한 옵션을 제공합니다. 뿐만 아니라 퍼블릭 도메인에 해당하는 클래식 음악 음원도 다수 올라와 있어 음악 애호가와 학도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사이트가 되었습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전공 학생들은 원전판 악보(Urtext edition)를 보아야 하는데, 이들 원전판 악보는 대개 고가의 수입 악보입니다. 하지만 이 원전판 악보들도 학술적 용도와 비상업적 용도에 한해 퍼블릭 도메인으로 인정받아 IMSLP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IMSLP는 각국의 저작권법을 준수하여 저작권이 만료되지 않은 곡들은 업로드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윤이상이나 카푸스틴과 같은 20세기 작곡가들의 곡은 이곳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이런 곡들을 연주하려면 악보를 직접 구매해야 합니다. 다행히 요즘은 온라인으로 손쉽게 악보를 구입하고 pdf 파일로 다운로드하여 출력할 수 있습니다. 저의 학창 시절 명동의 대한음악사에 수입 악보를 주문하고 받기까지 두근두근 기다리는 설렘은 없어졌지만 훨씬 편리해졌지요.


이처럼 많은 것이 데이터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저작권을 보호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IMSLP는 저작권 보호를 위해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어긴 경우 즉시 삭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소비자로 하여금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창작물을 향유할 수 있도록 마련된 법적 장치입니다. 연주자인 저 또한 창작자로서 저작인접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연주를 녹음한 음원이나 촬영물이 상업적으로 이용될 경우 이에 대한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지요. 경우에 따라 소비자가 되기도 하고 창작자가 되기도 하는 우리 모두가 저작권을 잘 이해하고 지켜야만 창작의 바다가 더욱 넓어지고, 건강한 창작 환경이 유지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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