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저의 꿈은 모든 아이들이 한 번쯤은 꾸어봤을 만한 경찰, 소방관 그리고 대통령이 꿈이었습니다.
당시에 생활기록부에 장래희망을 쓰는 칸이 있었고 선생님께서 저에게 물으시기에 당시 제가 알고 있는 가장 멋지다고 여긴 직업들을 매 학년 번갈아가며 답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느덧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를 거치며 대통령은 어느새 일찌감치 꿈의 목록에서 지워진 지 오래였고, 병원 갈 이 생기면 어머니나 이모들이 의사이신 막내 외삼촌에게 부탁하는 모습들이 멋지게 느껴져 한때 의대 진학을 목표로 공부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바람과는 다르게 수능 점수는 의대 가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공대로 진학을 했습니다.
당시 입시교육의 폐해였는지 점수만으로 과를 선택해 입학하다 보니 무엇을 공부하는 과인지도 모른 채 입학한 후에 누구보다 신나게 놀았고 결국은 선동렬 감독의 선수 시절 국내에서 이룬 0점대 방어율과 견줄만한 성적과 함께 두 번의 학사경고인 '투고'를 받으며 부모님에게 쫓기듯 군대로 가게 되었습니다.
군대를 제대한 후 본격적으로 전공에 대해 공부하면서 무슨 전공을 하는 과인지 알게 되었고 적성에 맞았는지 석사 학위를 위해 대학원까지 진학을 했습니다.
철없었던 10대와 20대를 지나 30대 끝을 향해가면서 취업이라는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쉼 없이 달렸고 저의 꿈은 어느새 그냥 남들이 알아주는 대기업에 취직해 이쁜 와이프를 만나 아이를 놓고 알콩달콩한 가정을 꾸리는 현실적인 새로운 꿈으로 변모했습니다.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한 번의 취업의 도전에 실패한 이후, 다시금 이를 갈고 한 학기만에 재도전에 성공했고 취업 후 1년 만에 그동안 저를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한 지금의 아내와 결혼이라는 인생의 중요 터닝 포인트를 만들었습니다.
어느덧 이제는 한 집의 가장이 되었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저를 보며 입을 벌리고 둥지에서 먹이를 주기만을 기다리는 애기들도 2명이나 생겨 제법 요즘 시대에 적지 않은 가족 수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이해하지 못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새끼'라는 말이 어느새 이해가 갔고 그런 아이들을 보며 문득 지금의 저의 아이들처럼 저도 과연 저의 부모님께 지금도 이렇게 사랑받는 행동을 하고 있을까??라고 문뜩 생각이 들었습니다.
답은 너무나도 당연히 아니었습니다.
정확히 날짜는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매주 아버지께서 목욕 가서 사주시는 바나나 우유를 제가 친구들과 가서 사 먹을 수 있었던 초등학교 5학년 시절부터 아버지와 그나마 함께 하던 주말 일과마저 없애버렸고 그 이후 사춘기를 거치며 쑥쑥 한 경상도 남자로 자라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문득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일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고 우리 아이들이 먼 훗날 지금의 이 순간의 아빠를 생각할 때 '좋은 아빠였다고 생각할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쉽사리 '나는 좋은 아빠야'라는 답이 내려지지 않자 저의 최근의 꿈은 좋은 아빠 되기가 되었습니다.
정확히 저의 경우로 되돌아보면 큰 아이가 이제 5살이고 둘째가 3살이니 아이들이 아빠를 따라 뭐든 같이 하는 시간이 저에겐 7~8년도 채 안 남았단 사실을 깨달았고 요즘 애들은 예전의 저의 어린 시절보다 훨씬 빠르다고 하니 좋은 아빠가 되겠다고 도전을 하더라도 남은 시간은 그리 넉넉하진 않아 보였습니다.
저를 포함해 요즘 세상의 모든 아빠들은 이전에 유행했던 '아빠 어디 가?' 혹은 최근까지도 방영되고 있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의 미디어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희 아버지들 시대의 아빠와는 차이가 많이 난다라고 생각이 들며 대부분이 육아를 여성의 전유물이라 생각하지 않고 공동 육아를 위해 많이 노력하는 것 같고 어느새 그것은 이 시대의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불과 몇 년 전과는 다르게 최근엔 남자의 육아 휴직이 그리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저 역시도 나쁜 아빠여서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도전하는 것은 분명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 멋진 아빠 그리고 좋은 아빠냐고 묻는 다면 바로 쉽게 답하긴 어려웠습니다.
결국 제가 세운 좋은 아빠라는 꿈이 제가 어린 시절 꿈꾸던 대통령과 같은 허무맹랑한 목표 중 하나로 전략할 수 있고 어느새 먹고사는 현실에 부딪혀 일이 많아지게 되고 그 사이에 아이들은 부쩍부쩍 자라면서 주어진 시간이 금세 사라져 버릴 수도 있는 많은 시행착오들과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적어도 제가 편하게 소파 위에서 TV 보며 지내던 조금의 시간조차도 아이들과 나눠 쓰며 함께 살 비비며 지내기 위해 노력한다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하며 이 꿈이 이루어 또 다른 꿈을 꾸는 시기까지는 최선을 다해 보려고 합니다.
지금의 저 같은 생각을 하는 이 세상의 많은 아빠들 그리고 예비 아빠들이 이 글들을 보면서 아이들과의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고 활용하여 모든 아빠들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서툰 글 솜씨를 마무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