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나를 보겠다고 출판사 사장님께서 박물관에 찾아오셨다.
대뜸 하시는 말
"왜 이리 살 빠졌어요? 운동하세요?"
난 매주 일요일 근무를 많이 한다. 나랑 교대하는 친구가 어리다. 그리고 연애를 한다. 그리고 성당에서 청년회장이란다. 그래서 그 친구가 일요일 쉬고 난 토요일 자주 쉰다. 이번에는 내가 일요일 일정이 생겼다. 양해를 구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토요일 근무를 했다.
봉사자님들이 내 앞을 가로막고 안부를 물었다.
그리고 무슨 운동 하냐고 물어보셨다.
어깨가 펴지고 산만큼 컸던 내 배가 들어갔다고 살 더 빼면 더 멋있어질 거 같다고 한참수다를 떠셨다.
난 속으로 생각했다. '더 멋있어지면 골치 아픈데...'
어찌 되었건 살이 빠진 듯하다. 집에 사는 짝지만 모르는 듯하다.
퇴근하고 그동안 그림을 그린다고 매일 4킬로씩 걸어 그림 배경으로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았던 게 살 빠진 이유인가?라고 생각을 했다.
나의 허리띠는 통가죽이다.
어느 순간부터 허리띠가 커졌다.
구두 수선하는 사장님께 5000원을 내고 구멍 두 개를 뚫었다.
그런데 다시 커졌다. 구멍을 더 뚫어야겠다.
비가 엄청 왔다. 박물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샵에 들렸다.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쓰고 있었다.
사람들이 사라진 후 무얼 썼나 봤더니 '누구누구 왔다 갔어요.'라고 쓰여있었다.
샵에서는 박물관 로고가 박힌 공책을 팔았다. 샘플로 놓아둔 공책에 박물관 로고가 그려진 연필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내방객들이 그 노트에 새겼다.
난 공책을 넘기며 내방객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뜻밖의 장소에 와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힘을 준 장소라 쓰여있기도 하고, 제주도에서 일부러 와서 행복하다고도 쓰여있고, 광복절에 안중근 의사 친필을 보고 감동했다고 쓰기도 하고....
각자의 사랑 이야기도 있고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기도 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이 공책으로 박물관 기록을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