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리스 소재의 거의 모든 것
1편에서 이어집니다.
앞 파트에선 매트리스의 본질과 이를 위한 기능 3가지를 알아봤다.
- 본질 : 편안한 수면을 위한 도구
- 기능 (순서대로 중요)
1. 압점 분산
2. 척추 정렬
3. 온도
매트리스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1) 철저히 “본질적 기능”에 맞춰
2) “충분히 좋게” 구성
되어야 한다.
이번 파트에선, 매트리스의 구조와 구성요소(소재)에 대해 소개하겠다. 소재가 무엇인지 알면, "좋은" 소재는 어떤 것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우선 아래 매트리스 내장재 사진을 보자.
사진에서 보듯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쿠션 : 처음 힘을 받아 몸을 감싸주는 파트
2) 베이스 : 마지막에 힘을 받아 지지하는 파트
3) 커버 : 디자인, 제품 보호, 촉감 및 피부와 맞닿는 역할
물론 일부 제품은 쿠션이 없거나(돌침대 류), 베이스가 없는 경우(토퍼 류) 도 있으나 대부분 쿠션 + 베이스 + 커버의 공식으로 구성된다.
각 구조별로 사용되는 소재의 종류에 대해 개괄적으로 보자.
1) 쿠션 : 압점 해소 + 전체적 느낌 담당
1.1) 폴리우레탄 폼
- Viscoelastic Foam
- High Resilience Foam
1.2) 라텍스 : 천연 고무를 이용해 만든 쿠션소재
1.3) 천연소재 : 말총, 코코넛 등
2) 베이스 : 척추 정렬 + 느낌의 디테일 담당
2.1) Spring 스프링
- 본넬 스프링
- 포켓 스프링
2.2) 고경도 High Resilience Foam
2.3) 기타
3) 커버 : 첫 느낌 담당
- 천연섬유
- 화학섬유
전체 매트리스 소재 중 초록색으로 칠한 폴리우레탄 폼과 스프링(연두색 칠한)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보겠다.
쿠션층은 몸을 감싸는 기능을 한다. 매트리스와 몸이 닿는 표면적을 넓혀, 압점 해소에 기여한다. 쿠션의 특성에 따라 매트리스의 전체적인 느낌이 결정된다. 조금 덜 들어가면 하드한 느낌, 더 들어가면 소프트한 느낌이 든다.
2.1.1 폴리우레탄 폼
폴리우레탄 폼(Polyurethane Foam, 이하 PU폼)은 폴리올(Polyol)과 이소시아네이트(Isocyanate)를 주 원료로 촉매, 발포제, 정포제 등을 넣은 폴리우레탄의 다공성 구조체다. 폴리우레탄 폼은 소파, 카시트, 매트리스 등 다양한 쿠션재로 사용되는데, 이론상 ‘경도(단단한 정도)’를 조절해 원하는 모든 느낌을 낼 수 있다. 경도에 대해선 잠시 후 자세히 설명하겠다.
매트리스에 사용되는 PU폼의 종류는 크게 2가지다.
① Viscoelastic Foam ② High Resilience Foam
하나씩 알아보자.
① Viscoelastic Foam(점탄성폼)
점탄성폼(이하 메모리폼)은 이름처럼 점성(Viscosity, 천천히 변화하는 특성)과 탄성(Elasticity, 힘을 가하면 변형하고 힘을 빼면 원래대로 돌아오는 특성)을 모두 가진 폴리우레탄 폼을 일컫는다.
잘 알려진대로, NASA에서 우주비행사가 이륙 및 재진입 시 겪는 G-Force를 잘 견디기 위해 개발한 신소재다. 상업적으로 활용되면서 '메모리폼'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메모리폼의 특징]
장점 1: 압점 분산에 최적화된 소재다. 몸을 모양에 맞게 잘 감싸주기 때문이다.
장점 2: 몸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들어 편안하고 안정감있다.
단점 1: 뒤척이면 불편하다. 점성이 있어 반응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특유의 서서히 들어가는 느낌도 '늪에 빠지는 느낌'이 들어 이질적일 수 있다. (경도가 높은 단단한 폼과 조합하면 약간 완화 가능)
단점 2: 온도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진다. 점탄성을 내기 위한 원료와 첨가제 때문인데, 고열 = 고에너지 = 분자결합 약화가 예민하게 일어나 사람의 체온 정도로도 많이 부드러워진다.
단점 3: 덥다. 점탄성폼의 특성상 열을 잘 머금는 성질이 있어, 타 소재에 비해 확실히 덥다. 특수한 기술(Open Cell 구조 등)을 사용하더라도 타 소재에 비해 확실히 덥다.
② High Resilience Foam(고탄성폼, 이하 HR폼)
HR폼은 메모리폼과 성질이 반대다. '탄성'에 집중해 반응이 빠르고, 약간의 반발력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메모리폼이 '점성'에 집중한 것과 다른 점이다.
HR폼의 Resilience는 '고무공을 바닥에 튕겼을 때 튕기는 힘' 탄성이다. 복원 + 에너지 반환의 개념이 함께 포함된 것이다. 반면 메모리폼의 Elasticity는 '고무줄을 잡아당겼다가 놓으면 원래대로 돌아오는 상태'의 탄성으로, 복원에 가까운 의미다.
HR폼은 주로 경도(단단한 정도)를 높여 지지력 있는 베이스 소재로 사용하거나, 덜 푹신한 느낌을 낼 때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엔 시몬X, 까사XX 등 고가 브랜드 중심으로 고밀도 저경도의 HR폼을 사용해 체압 분산과 통기성을 모두 잡는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HR폼의 특징]
장점 1: 빠른 반응속도로, 뒤척임에도 편안하다.
장점 2: 덥거나 갑갑하지 않다. 구조적으로 열을 빠르게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점 3: (고밀도 & 저경도로 만들면) 메모리폼과 비슷한 체압분산 효과를 낼 수 있다.
단점 1: 고밀도 & 저경도 HR폼은 만들기 어렵다. 밀도가 높을 때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쉽다. 밀도와 탄성을 유지하며 경도만 낮추는건 쉽지 않다. 발포 업체가 수준 높은 기술력을 가져야만 가능하다.
단점 2: 그래서 고밀도 & 저경도 HR폼은 가격이 비싸다.
[PU폼의 품질을 가늠하는 법]
폴리우레탄 폼의 품질은 경도와 밀도를 보면 된다. 2가지가 조합되어 느낌과 수명을 결정한다.
① 경도
단단한 정도. 소프트, 미디엄, 하드 같은 느낌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다. 체압 분산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어떤 경도의 폼을 어떻게 배치하고 조합하느냐가 브랜드 역량이다. 고경도폼을 물리적으로 깎아내 모양을 만들어 느낌을 다르게 낼 수도 있다. 이런 폼을 프로파일 폼이라고 부른다.
맞는 경도의 침대를 찾았다면, 그 느낌이 얼마나 오래갈지가 중요하다. 이건 아래 설명할 밀도를 확인해야 한다.
② 밀도
단위 면적 당 원료가 들어간 양. 폼의 수명과 직결된다. 밀도가 낮으면 금방 경도로스(꺼짐 증상)가 일어난다. 밀도 40kg/㎥ 미만은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 50kg/㎥ 이상이면 충분히 좋다고 할 수 있다.
100kg/㎥ 같은 엄청난 밀도는 더 좋은걸까? 꼭 그런건 아니다. 고밀도 폼으로 만들 수 있는 느낌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고밀도 폼을 저경도로(소프트하게) 만드는 것은 어렵다. 밀도가 높아지면 내부 구조가 촘촘해지는데, 이 상태에서 경도를 낮추는게 쉽지 않다. 자칫하면 탄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밀도+저경도 폼의 원가가 높은 이유다.
매트리스 매장에 가서, 직원에게 폼 레이어 별로 평균 밀도를 물어보자. (대부분 밀도를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긴 하지만...) 고밀도 폼인데 잠기는 느낌 없이 부드럽다면, 그 폼은 최고의 기술력이 사용된 높은 품질의 폴리우레탄 폼일 가능성이 높다.
③ 안전성
PU폼은 화학 제품이지만, 올바른 제조 과정을 거치면 안전하다. 카시트, 소파, 의자, 매트리스 등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쿠션재가 PU폼으로 되어있다. 안전한 폼을 썼는지 확인 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바로 인증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CertiPUR라는 인증이 있다. 폼 제조공정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 중금속, 발암성물질, 포름알데히드 등 유독 물질에 대해 검사하고, 안전하다고 통과된 경우에만 주는 인증서다. US와 EU 인증이 있는데, CertiPUR-EU 기준이 보다 빡빡하다.
가령, US는 낮은 수준의 포름알데히드 방출은 허용하지만, EU 기준은 포름알데히드 방출이 없어야 하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CertiPUR-EU인증이 있다면 안전한 폼으로 믿고 사용해도 괜찮다.
2.1.2. 라텍스
라텍스는 천연 고무를 이용한 소재다. Talaly 방식과 Dunlop 방식으로 주로 만든다.
장점은 천연소재(천연이 아닌 합성 라텍스도 있습니다.) 그리고 특유의 반발력.
단점은 느낌에 제한이 있고(엄청 푹신하거나, 엄청 단단하게 만들기 어려움), 경화 현상(열을 받으면 단단해지고, 가루가 되어 부서지는)이 있다는 점이다. 경화현상은 햇빛과 체온, 보일러 같은 일상 생활 중에 받는 열로도 생길 수 있다.
2.1.3. 천연소재
말총, 코코넛패드 등 동물 또는 식물 소재로 만드는 쿠션재다.
- 장점은 온도와 습도 조절이 좋다는 점.
- 단점은 비싸다는 점. 그리고 라텍스처럼 낼 수 있는 느낌에 제약이 있다는 점이다. 결정적으로, 말총과 코코넛 패드가 하는 일은 PU폼이나 솜 등 더 저렴하지만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체재가 있다. 그래서 프리미엄을 넘은 럭셔리용으로 사용된다.(영국 귀족들이 쓰는... 같은)
매트리스의 베이스는 보통 쿠션층 아래에 들어간다. 주로 몸을 올바른 곡선으로 지지해주는 역할(척추 정렬)을 담당한다. 좋은 베이스 소재를 사용하면, 느낌의 디테일을 더하고 체압 분산에도 기여할 수 있다.
2.2.1. 스프링
전통적인 베이스 소재다. 폴리우레탄폼이 대중화 되기 전엔 쿠션재 역할도 일부 했다. 4가지 종류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① Bonnell(본넬)
가장 오래된 스프링 방식. 전체 스프링이 엮여있는 형태. 저가형 브랜드에서 많이 쓰는 방식이다. 현재는 포켓스프링에게 대세를 빼앗긴 상태.
- 장점: 저렴하고 내구성이 좋다.
- 단점: 대부분 느낌이 굉장히 단단하고, 소음이 발생하기도 한다. 옆에 진동이 전달되는 특징이 있다. (특정 브랜드는 본넬 스프링의 일부 결합을 조정, 전달되는 진동을 줄이기도 한다.)
② Pocket(포켓)
각 스프링이 포켓에 싸여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방식. 보다 부드럽고 편한 느낌을 준다. 현 시점 가장 많은 매트리스가 선택하는 방식이며, 고급 매트리스는 대부분 포켓 스프링으로 베이스를 구성한다.
- 장점: 체압 분산에도 기여하며, 옆으로 움직임이 전달되지 않는다.
- 단점: 타 스프링대비 가격이 비싸며, 무거운 편이다.
③ Offset(오프셋)
본넬과 유사하지만, 스프링의 끝이 평평하게 가공된 형태. 본넬에 비해 소음이 적고 유연하다. Sealy가 Triple Offset 같은 방식으로 개선해 사용중.
④ Continuous Coil(컨티뉴어스 코일)
전체 스프링이 하나의 철사로 연결되어있는 방식이다. Serta가 처음 개발해 Mira-Coil이라는 이름으로 홍보한 스프링으로, 본넬처럼 단단하고, 진동이 전달되는 방식이란 특징이 있다. 역시 본넬처럼 저가형 매트리스에 주로 사용된다.
대중적으로 가장 편한 스프링은 "포켓 스프링" 방식이다. 구조적으로 스프링이 분리되어 있기에, 체압 분산에 기여하면서 진동 전달도 적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선경, 구경, 회전수, 회전각 등을 조절해 본넬 만큼의 단단한 지지력부터 훨씬 부드러운 지지력도 구현할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좋은 스프링 찾는 법]
스프링의 품질은 2가지를 보면 된다. 구경, 회전 수.
(느낌을 결정하는데는 강선, 선경, 회전각 또한 영향을 미치지만, 이는 품질보다는 기호에 대한 부분일 수 있으니 생략한다. 혹시 자세한 이야기가 듣고 싶은 분들은 슬립부스터 체험관에 오시면 설명 드리겠다.)
① 구경 Spring Diameter
스프링 코일의 지름을 말한다. 구경이 작을 수록 정교한 지지력을 구현할 수 있다.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스프링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구경이 작을 수록 스프링이 많이 들어가니 원가도 올라간다. 고급 매트리스는 55mm, 저가형 매트리스는 65mm 구경의 스프링을 주로 사용한다.
물론 40mm 같이 극단적으로 작은 구경의 스프링도 있지만, 가공에 제약이 있어(선경이 얇거나, 회전이 적거나 등) 원하는 느낌을 마음대로 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
② 회전 수
스프링의 회전 수가 늘면 힘이 천천히 전달되면서 보다 부드러운 지지력을 구현할 수 있다. 저회전 스프링은 힘이 빠르게 전달되어, 반발력이 빠르게 느껴진다. 저가형 매트리스는 보통 5~6회전을, 고가형 매트리스는 7~8회전 스프링을 사용한다.
매장에서 비싼 매트리스에 "앉았다가" 일어났을 때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 난다면, 고회전 스프링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회전이 많을 수록 더 많은 원료가 필요하고, 보다 난도 높은 공정을 거쳐야 해 가격도 올라간다.
2.2.2. HR폼
고경도의 HR폼을 베이스로 사용하기도 한다. 템퍼 같이 전체를 폴리우레탄 폼으로 매트리스를 만드는 브랜드가 선택하는 방식이다. 고경도 HR폼은 저경도에 비해 만들기 쉽다. 다만, 밀도가 충분치 않으면 꺼짐 증상이 금방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2.2.3. 기타
돌이나 기타 소재를 베이스로 쓸 수 있으나, 쉽게 보기 어려우므로 생략한다.
커버는 매트리스 내장재를 감싸고 보호하며, 우리 신체와 매트리스가 닿는 면을 책임지는 부분이다. 체압 분산, 척추 정렬 같은 매트리스의 핵심 기능과 큰 관련이 없기에 이 글에서는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다음에 커버에 들어가는 원사들도 쭉 다뤄보겠습니다.
2.3.1. 천연섬유
실크, 면, 양모, 린넨 등 자연적에서 채취/재배가 가능한 소재다. 대부분 온/습도 조절에 뛰어나고, 자연 분해가 되어서 깨끗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다만 동물이나 곤충, 식물을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기르는 경우도 있다. 극단적인 프리미엄으로 갔을 때, 천연섬유 중 희귀한 섬유를 쓰는 경우가 많다. (e.g. 고급 비쿠냐, 캐시미어 등등)
2.3.2. 화학섬유
대표적으로 폴리에스터가 있다. 과거엔 나일론이라 부르던 소재도 화학섬유다. 저렴한 가격에 튼튼한 소재가 많다. 고어텍스 같은 기능성 원단도 여기에 포함되며, 식물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를 기반으로 한 레이온(비스코스, 모달, 텐셀 등)같은 재생섬유도 일종의 화학섬유다.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편이고, 제조 공정에 따라 천연 섬유만큼 친환경적인 경우도 있다.
이번 파트 내용이 정말 길었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쿠션 : 압점 해소 + 전체적 느낌 담당
1.1) 폴리우레탄 폼(PU폼)
- Viscoelastic Foam(점탄성폼 = 메모리폼) �
- High Resilience Foam(고탄성폼 = HR폼) ��
1.2) 라텍스 : 천연 고무를 이용해 만든 쿠션소재
1.3) 천연소재 : 말총, 코코넛 등
** PU폼에서 확인 해야할 것 : 적절한 경도, 전체 층의 높은 밀도, CertiPUR-EU 인증
2) 베이스 : 척추 정렬 + 느낌의 디테일 담당
2.1) 스프링
- 본넬 스프링
- 포켓 스프링 ��
- 오프셋 스프링
- 컨티뉴어스 스프링
2.2) 고경도 High Resilience Foam
2.3) 기타
** 스프링에서 확인해야 할 것 : 작은 구경(지름), 높은 회전 수
3) 커버 : 첫 느낌 담당
- 천연섬유
- 화학섬유
=> 천연사, 화섬 모두 각각 장단이 있음
이번 글 내용도 정말 많고 길었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개발자 입장에서 추천하는 매트리스의 소재 조합과
실제 매장 방문하셔서 직원에게 여쭤봐야 할 부분을 정리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개발자가 알려주는 매트리스 시리즈]
2편 : 매트리스의 구조와 소재 (현재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