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치료, 환경과 습관을 개선해 수술 없이 디스크를 극복한 이야기
2024년 4월은 내겐 끔찍한 달이었다.
3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1. 퇴사 후 야심차게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6개월 만에 Drop 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고, 우울감에 빠져 살았다.
2. 10년 전 파열된 뒤 방치했던 발목 인대가 다시 말썽을 부렸다.
오른쪽 발목 인대가 불안정하니, 운동 후 무릎과 골반이 아프기 시작했다.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없으니 더 가라앉고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3. 허리 디스크가 찢어졌다.
밖에 나가지도 않고 집에만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기분 전환을 위해 고향인 부산에 내려갔다.
몇 주 정도 있으려고 캐리어에 짐을 꽤 챙겨갔는데, 캐리어를 들고 이동하다가 디스크가 찢어졌다.
특히, 허리 통증 때문에, 몇 달 동안 최악의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오늘은 30대인 내가 어쩌다가 디스크가 망가졌는지.
힘들었던 치료의 과정은 어땠는지.
다시 정상적인 삶으로 어떻게 돌아올 수 있었는지.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그 힘들었던 시간을 다시 마주하고 솔직하게 털어놓고자 한다.
부디 통증으로 희망을 잃어 가는 분들께 작은 불씨가 되길 바라며...
2024년 4월 어느날, 나는 몇 주치 짐을 싸서 부산으로 내려왔다.
서울 역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하는 무궁화호에 탔다.
머릿속이 복잡했기에, 생각을 비우고, 아름다운 바깥 경치에 시선을 맡기며 여유를 되찾고 싶었다.
긴 시간이 걸려 부산역에 도착했다.
5시간 40분이나 걸린 긴 여행이었다.
부산엔 가벼운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쓰지 않아도 괜찮을 정도였지만, 길을 적시기엔 충분한 양.
부산은 언덕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몰려든 6.25 피란민이 생활하기엔 평지 공간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이리라.
3살 무렵 부터 20여년 살았던, 지금은 부모님만 살고 계신 우리 집도 언덕 위에 있었다.
긴 일정을 계획하고 왔기에, 캐리어에 짐을 넣어왔다.
평소라면 쉽게 끌고 올라갈 수 있는 길.
하지만 비로 적신 땅은 미끄러웠고, 경사마저 가팔라 도저히 캐리어를 끌 수가 없었다.
오랜 기차 여행으로 몸이 지쳐있었다.
집까지는 이제 1분이면 도착한다.
나는 빠르게 들어가고 싶었고, 끌고 가던 캐리어를 손으로 들었다.
순간, 허리 쪽에서 뭔가 "쑤욱" 밀려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몇 초 뒤.
허리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시작되었다.
"앗!!"
황급히 캐리어를 내려놓았다.
비오는 오르막길에서, 나도 주저앉았다.
서 있기 힘들 정도로 허리 통증 심해졌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조금 더 지나자 앉아기도 버거워졌다.
나는 팔을 땅에 짚고 엎드린 자세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다.
실제로는 2~3분 남짓이었을테다.
하지만 내 체감은 30분 그 이상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머릿 속에 수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갑자기 왜 아픈거지?'
'허리 근육이나 인대가 찢어졌나?'
'디스크가 터진건가?'
'다리에 왜 힘이 풀렸을까? 혹시 하반신 마비가 되는걸까?'
'고작... 무거운거 한 번 들었다고?'
정말 다행히 집과 거리는 30보 이내.
일단 집에 들어가자는 생각으로, 난간과 캐리어 손잡이에 의지해 일어났다.
황급히 짐을 정리하고, 정형외과를 찾았다.
급한대로 열려있는 곳 아무 곳이나 방문했다.
택시를 타고 병원 바로 앞에 내렸지만, 걷는게 힘들어 3~4걸음 걷다 쉬는걸 반복했다.
X-Ray를 찍고, 진찰을 받았지만, 정확한 병명을 알려주진 않았다.
그저 허리가 갑자기 무리해 근육이 놀란것 같다는게 의사의 소견이었다.
진통 주사, 충격파 치료를 받고 3일치 약을 타서 나왔다.
이 부상이, 요추 추간판 탈출증(허리 디스크)라는 걸 알게된 건 몇 달 뒤의 일이다.
너무 아파서 도저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
누워서 며칠을 보냈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다행히 다친 날 밤부터 다리는 움직일 수 있었다. 다만 허리가 찢어질듯 아파서 걸을 수는 없었다.
정말 큰 일이 났구나 싶었다.
처음 병원에서 타준 약을 모두 먹고, 다시 방문했지만 똑같은 이야기만 할 뿐이었다.
근육이 놀랐고, 약을 먹으면 괜찮아 질거라고.
병원의 한 번 더 믿고, 3일 동안 다시 약을 먹었다.
하지만 전혀 괜찮아지지 않았다.
조금 걸을 수 있게 되었을 뿐, 허리 통증은 더 심해진 느낌이었다.
나는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1주일만에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 자취방 근처에 평점이 좋은 병원을 찾아갔다.
번거롭지만 다시 X-Ray를 찍었고, 주사치료를 권해서 주사를 맞았다.
단순한 엉덩이 주사가 아닌 C-ARM 이라는 기계로 하는 주사였다.
뭔가 더 전문적인것 처럼 보였다.
1회 20만원짜리 주사였는데,
3~4회는 맞아야 괜찮아 질거라고 했다.
꽤 많은 비용이 필요했지만, 낫는게 우선이니 투자하기로 했다.
다만, 정확한 통증의 원인과 병명은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최대한 안정하라는 말을 하며, 며칠에 한 번씩 주사를 맞으며 예후를 보자고 했다.
다치고 3주가 지난 시점에서는 걷다 주저앉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오래 걷기는 힘들었다. 집에서 병원까지 50m에 1번씩 걷다 쉬다를 반복했다.
처음 이야기한 4번의 주사를 모두 맞았다.
여전히 오래 걷기 힘들었고, 앉아있기가 불가능 했으며, 허리 통증도 계속되었다.
맨 처음 다쳤을 때 통증 강도가 10이라면, 서울에 올라왔을땐 7, 지금은 5~6정도였다.
조금씩 호전되고 있었지만, 80만원을 투자한 댓가 치고는 실망스러웠다.
무엇보다 통증의 이유를 물어봐도 명확히 답변 해 주지 않는점이 가장 답답했다. 디스크와 인대가 복합적으로 문제가 생겼을거라 추정할 뿐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20만원짜리 주사만 계속 맞추려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병원을 알아보았다. 다친지 8주차가 지난 시점이었다.
명확한 원인을 알려주는 병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도록 MRI나 초음파 설비가 있는 곳을 알아봤다.
그 중 실제 방문 후기를 찾아 괜찮은 병원 3곳을 추려 모두 방문했다.
처음 방문한 병원에서 MRI를 찍었다.
진단 결과는 4-5번 요추 추간판 탈출증. 일명 허리 디스크.
다른 병원에서도 같은 진단이었다.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 했다.
지금의 허리 통증은 디스크 파열의 여파로 발생한 염증에 의한 통증이라고 했다. 염증을 줄이고 섬유륜 회복을 돕기 위해 주사를 맞고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수술을 할 정도로 심각하게 찢어지진 않았다고 했다.
C-ARM 이라 불리는 기계를 통해 주사를 맞았다. 왼쪽 다리 전체가 감전된 듯, 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처음 그 느낌은 아직 생생하다.
새로 갔던 병원에서 좋았던 점은 3가지였다.
1. 영상을 바탕으로, 근거 있는 진단을 내려줬다.
2.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회복에 대한 희망을 줬다.
3. 치료 외 환경과 습관에 대한 가이드를 줬다.
"환자분 디스크 모양을 기준으로, 과거 디스크 환자들의 사례를 봤을 때 70% 정도 확률로 원래대로 돌아올거에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단, 통증이 줄어드는 시점부턴 허리에 좋은 환경과 습관을 꼭 만들어야 합니다."
'환경과 습관?' 이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때, 의사는 내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혹시 매트리스는 뭐 쓰세요?”
좀 뜬금없고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당시 나는 푹신한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쓰고 있었고,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딱딱한 바닥도 좋지 않지만, 너무 푹신한 매트리스도 좋지 않아요”
그러고는 모니터로 한 책에서 발췌된 이미지를 보여줬다. 허리 전문의가 쓴 책이었다. (본인의 책은 아니었다.)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었다.
원래 척추는 특유의 곡선(만곡한 곡선)이 있다.
이 곡선이 잘 유지된 상태면, 찢어진 디스크의 섬유륜도 안정을 찾고 잠을 자면서 자가 회복을 시작한다.
이 때, 매트리스가 너무 푹신해 엉덩이가 많이 잠기거나, 반대로 너무 딱딱해 허리가 뜨면 주변 근육이 긴장해 회복이 더딜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YOYpy7SOiI&t=466s
진료를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매트리스에 누웠다.
집중해서 몸이 어떤 형태로 들어가는지 느껴봤다.
아니나 다를까 엉덩이 부분이 쑥 들어가 V자 형상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저가형 매트리스를 샀다보니, 엉덩이 부분에서 꺼짐 증상이 발생한 것이다.
침대가 자연스러운 척추 곡선을 유지해주지 못하니, 수면을 통한 회복이 더뎠던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해,
통증을 관리하기 위한 방법은 치료가 전부가 아니란것을,
치료 만큼이나 생활 환경과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척추 회복과 관련한 자료를 미친듯 찾았다.
허리 전문 의료진의 칼럼이나 인터뷰 영상과 저서, 디스크 환자들의 치료 성공 후기, 대형 병원에서 제공하는 공식 자료를 가능한 한 많이 찾고 꼼꼼히 읽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도움을 많이 받았던 책은 서울대학교 정선근 교수님이 쓰신 “백년허리” 라는 책이었다.
(치료 대기만 무려 2년이라는...)
나는 이 분께 진료받지는 않았지만, 허리 디스크에 대해 공부하면서 가장 많은 지식을, 일반인 관점에서 이해하기 쉽게 적은 책이라 좋았다.
책을 통해 알게된 사실은
1.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환경으로 인해 디스크 섬유륜 손상이 만성적으로 있었을 것이다.
2. 마침 무거운 물건을 들었던 것은 "원인"이라기보다 “트리거(계기)”일 뿐 이라는 것.
3. 그래서 디스크는 치료와 회복 만큼이나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
이었다.
물론 이미 다친 상태였기 때문에…
1. 일단 안정하며 회복하고
2. 회복에 좋은 행동과 환경을 갖추고
3. 나아가 재발을 막는 습관을 가지는 것
을 목표로 회복을 시작할 수 있었다.
허리 회복에 도움 되는 환경을 위해, 매트리스를 바꾸려고 여러 매장을 돌아다녔다.
척추 곡선을 유지하면서도 편안함을 주는 매트리스를 찾는건 쉽지 않았다.
접근하기 쉬운 온라인 브랜드의 제품이나 해외 제품은 너무 푹신하거나, 느낌이 별로였다. 원래 내가 쓰던 매트리스도 이런 계열의 브랜드였다. 오래된 브랜드의 제품은 내 기준에선 너무 하드해서 허리가 뜨는 곳이 많았다.
나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혼수 침대로 유명한 브랜드들을 찾아갔다. 침대 산업에서 일 하면서, 혼수 침대에 가격 거품이 얼마나 많이 껴 있는지 알고 있었기에 망설였지만, 더 이상 대안이 없었다.
누구나 아는 1등 브랜드에 방문해 매장에 있었던 가장 저렴한 모델부터, 가장 비싼 모델까지 전부 누워봤다. 예상대로였다. 품질은 타 브랜드 대비 비교불가 수준으로 좋았다. 하지만 너무 비쌌다. 편했던 제품엔 800만원이란 가격표가 붙어있었다.
매출 기준 2~3등의 프리미엄 브랜드도 다르지 않았다.
400만원대 최상위 라인업은 되어야 만족스러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시장은 여전하구나.'
인생에 1번 하는 결혼이란 명분으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붙여 제품을 판매하는 문화는 여전했다. 양극화가 너무 심했다. 저품질의 저가 제품이거나 vs 중~고품질의 초고가 제품이거나.
IT기기나 IT 주변기기 처럼 고품질에 합리적인 가격인 제품은 거의 없었다.
직접 매트리스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 것도 이 무렵이다.
여러 글에서 이야기 한 것 처럼, 나는 좋은 매트리스와 의자를 사용하고, 허리에 좋은 습관을 유지하며 디스크 재발 방지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매트리스는 직접 만들었고, 의자는 높낮이 + 허리 쿠션의 깊이 조절 + 목받침 조절까지 되는 제품을 사용한다.
디스크는 완치가 없는 질환이라는 말이있다.
시술과 수술로 눈에 보이는 증상은 고칠 수 있지만, 매일 매일 쌓이는 잘못된 습관과 환경으로 언제든 문제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좋은 생활 습관과 환경을 갖췄을 때, 평생 통증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나도 처음 디스크가 찢어지고 불안에 휩싸였을 때, 이제 평생 운동도 못하고 누워 살아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하지만 다니던 병원을 끊었으며, 다시 운동을 시작했고, 통증을 조절하며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좋은 습관과 환경을 만들면 충분히 편해질 수 있다고,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하고 싶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에서, 디스크가 터지고 통증이 오래 지속되었던 "진짜 원인"에 대해 소개하고,
회복에 도움 되었던 방법도 자세히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