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

들리지 않는 음악으로 감동을 주는 방법

by pharma

최근에 공개된 아카메디 시상식 후보 발표에서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색상에 오른 <코다>를 이제야 보았다. 작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수상 및 큰 화제를 몰았던 작품이기에 개봉 전부터 미리 알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국내 개봉 당시 극장에서는 관람할지 못했다. 그 후부터 계속 감상을 미루고 있던 중, 최근 영화와 거리두기를 시행하던 나에게 갑자기 이 영화가 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맙게도, <코다>는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며 영화와의 거리두기를 끝마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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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는 가족영화이다. 성장영화이기도 하고, 장르적으로는 음악영화이기도 하다. 또한 흔히 말하는 '신파'영화의 느낌도 확연히 보인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신파의 작용이 부담스럽기보다는 진심으로 다가왔다. 분명 뻔해보이고 예측 가능해 보일 수는 있지만, 내가 특정 장면들에서 감동받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장 크게 남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이다. 특히 주인공 루비 역의 에밀리아 존스의 연기가 눈부신데, 나에게는 마치 <흔적 없는 삶>에서 토마신 맥켄지를 처음 본것과 같은 충격을 주었다. <코다>에서의 인상깊은 장면들에는 항상 그녀가 있었고, 특히나 다른 배우들과 만들어내가는 케미스트리가 출중했다. 가족간의 사랑과 갈등, 짝사랑하는 친구와의 사랑과 갈등, 선생님과의 사랑과 갈등과 같이 정말 10대의 보통 사람이 겪을 상황을 다채롭게 표현해나갔다. 그녀 외에도 아버지 프랭크 역할을 맡은 트로이 코처, 어머니 재키 역할을 맡은 마리 매트린, 오빠 레오 역할을 맡은 다니엘 듀런트 역시 수화를 활용한 농인 연기뿐만 아니라 입체적인 가족의 모습을 훌륭하게 연기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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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의 가족은 그녀를 제외하고는 모두 귀가 들리지 않아 수화를 사용하는 농인인데, 이 설정을 이용한 사운드 활용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수화를 사용할때에는 손에서 발생하는 소리와 공간음을 부각하며 현실감과 집중감을 더한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후반부 연주회 장면에서 연인간의 듀엣을 로맨틱하게 그려내는 대신, 지켜보는 가족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음소거된 사운드가 이 영화만의 특징을 잘 살려냈다고 생각한다.

그 장면을 통해서 관객들이 아주 조금이나마 간접적으로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며 루비의 가족들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코다>는 별다른 선역과 악역의 구분이 없이 영화를 전개해나간다. 꿈과 현실 속에서 갈등하는 루비의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그녀의 꿈을 응원하게 되지만 힘든 그녀의 가족의 생활을 보면서 막상 루비를 붙잡는 부모님의 행동을 마냥 나무랄 수는 없게 된다. 일과 연습의 병행으로 누가봐도 어쩔 수 없이 노래 연습에 지각하는 루비와 그녀의 사정을 알지만 마냥 참을 수만은 없는 선생님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누구 하나 욕할수 없는 현실적이고도 답답한 상황을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이런 루비의 모습을 측은하게 여겼는지, 후반부에 이르면 쉽게 예측 가능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짓게 된다. 마무리가 너무 뻔한 느낌이라는 아쉬운 점은 있지만, 루비의 꿈을 응원하게 만드는 힘이 더 컸기 때문에 충분히 납득이 간다. 그리고 가족을 활용한 신파를 너무나 잘 살려냈기 때문에 관객들은 알면서도 감동의 물결에 당해버리게 되었다. 영화로 관객들에게, 특히 나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이 점에서 이 영화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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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인 '코다(coda)'의 의미는 악곡 끝에 결미로서 덧붙인 부분을 뜻한다. 이러한 코다에 최종적인 클라이맥스를 두고 템포를 빨리하여 격하게 곡을 끝마치는 경우와 반대로 정적인 코다에 의해서 침잠 속에 종결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코다> 속의 코다는 격한 클라이맥스를 정적으로 구사했다고 느껴졌다.


별다른 기교없이 잔잔하지만 단단하게, 가슴 뜨거운 얘기를 아름다운 선율로 끝마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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