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18일~19일

by 약사조

남편이 어제 회사에서
그렇게 되었다 는
통보를 화장님의 비서실장으로 부터 들었다고..

토요일 큰딸네 집에 도착해서 세살 손녀를 만나 이뻐 어쩔줄 몰라 안아 올리려는데 전화기가 울렸다
남편이 현관문 가까운 쪽 복도방으로 문을 닫으며 들어가더니 오래오래 나즈막한 목소리로 통화를 했다

길어지는 통화에 방쪽 복도로 고개 돌리기를 여러 번.. 그 문이 닫혀있었다
삼십분 좀 넘게 통화를 마치고
나온 남편의 얼굴은 여전히 웃는 표정이었는데 그렇다해도 그와 나 사이에 그 공간에 뭔가가 놓였다
그리고 둥지마을 전원주택 우리집으로
50분 넘게 운전을 해서 돌아오고
침착하게 저녁 반찬을 하고 따라 온 큰딸과 함께 식탁에 앉아서 차분하게 식사를 했다
마당에 나가 와인도 마시고 따라 온 큰딸과 손녀
손녀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즐겁게 해주려는 맘으로 시간을 채웠다
밤이 지나고
주일 아침 인터넷으로 11시 예배를 드렸다
설교 본문이 특이하게 느껴졌다
남편에게 나에게 주시는 말씀이라 생각했다
예배를 마치고
남편은 마당으로 나가
지난 봄에 옆집으로 부터 사서 쓰고 남아 공터에 부려 놓은채로 매일 지나치던 비료 20킬로짜리 포대 일곱개를 땀을 비처럼쏟으며 우리 마당으로 옮겨 놓았다
회사가 있는 경주로 내려가는 고속버스 막차를 예매해 두었다고 했다 버스 타기 전에
강남터미널에서 회사 사람을 만나 식사하고
내려갈거라해서
연신내 지하철 역까지 바래다주려고 차에 함께 탔다
운전하며 남편에게
더 일하려고 애쓰지 마셔라
건강 관리 할 시간이다
여행을 어디로 갈까
늘 해오던 얘기가 좀 더 가까이 다가온 시간 때문이었을까
위로도 급해져 목소리에 힘이 실려지는 것 같았다
남편은 터미널에서 만난 분과 얘기를 두시간이나 나눴다는 문자가 있었다
그리고 늦은 시간 경주 사택에 도착해서
이제 집이라고 문자가 왔다
씻고 잠을 잘 잤을까
그렇게 날이 밝았고
월요일 아침 힘차게 회사를 향해 나아갔으리라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오후 5시까지 회의를 하고 직원들에게 급박한 자금 사정과 좋지 않은 상황들에 대해 몰아부치며 일들 했다고 했다
아닐거라 생각했었나보다

그리고 서울 회장님비서실장에게
수고가 너무 많았고 애썼는데 그렇게 되었다는 말을 전화로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함께 마음이 맞았던 직원 네명과 저녁 식사를 하고 대리기사를 불러 사택으로 가는 중인
남편에게
종일 주재원으로 11년을 산 첸나이 교회 권사들과 점심 먹고 커피숖에서 일본여행이 언제가
좋을지를 상의하다 뒤늦게 도착하는 권사를 기다리다보니 저녁 식사까지 하고 사당역에 두 권사와 차창에 손사래로 헤어지고
큰딸네로 돌아오려고 유턴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전화를 연결했다
남편은 오늘 그만 두기로 했다고 했다
목소리가 담담했으나 강단있게 들렸다
참 잘되었다고 했다
다사다난했던 시간들이 말보다는 음성에서 더 느껴지며 나에게 들려왔다
그는 수고를 많이 했다
결혼 37년동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을 보아왔다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설명할 때에도
다 들려준 후에는 짧게라도 잘 될거라는 말을 항상 했다
젊은 시절에는 그 말을 들으면 해가 뜨는 방에 들어선 것처럼 안심이 되곤했다
그리고 나는 잘 될거라는 그 말을 사실로 믿었다
늘 참으로 어려웠지만 참 잘되어갔다
만 22년을 법인장으로 본사사장으로
책임자의 직분을 맡아 잠을 줄이며 온몸과 머리를 다 사용해 일을 했다
결혼하고 남편은 최선을 다해 일하며 살고 나는 소풍온 날처럼 그날의 최선을 다했다
아마 67년을 일했다고 말하는 것을 보아
남편은 어려서부터 자기 일에 열심을 다했던 것이리라

이제 노는 날의 시작이다
나는 이제부터 열심히 최선을 다해
남편과의 시간을 살려고 한다
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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