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는
오만 -1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by 비해미오





올 한 해 경험했던 일련의 사건들이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 을 읽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코로나 19 사태와 N번방 사건을 지켜보면서 나는 인간이 자기 자신을 경유하는 이기심 없이는‘타인의 고통’을 헤아릴 수 없는 존재인지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 명 두 명씩 올라가는 사망자 숫자를 무심히 쳐다보면서 학교에 돌아가 봄날의 캠퍼스를 즐길 수 있는지 없는지 계산해보는 내가 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봉사중인 의료진들에게 고마움과 감염자와 사망자에겐 연민을 느꼈다. 그리고 조금 더 심각한 예가 있다. N번방의 N명의 범죄자들과 피해자 여성들의 순결성을 문제시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분명 자신이 누군가에 의해 발가벗겨져 조각난 신체 사진으로 어딘가에 뿌려지는 고통을 겪으리라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만의 고통이 되기 직전까지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을 너무 허무하게 때로는 자극적으로 다룬다. 그들이 아파하는 것이 내 안전한 일상을 지탱하기라도 한다는 듯이. 나는 인간의 한계에 환멸을 느꼈고 타인의 고통을 대하는 누군가의 섬세한 시선이 간절히 필요했다.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은 제목에서부터 직관적으로 읽히듯,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어떤식으로 다루고 소비해왔는지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타인의 고통을 대하는 인간의 본성에 의심을 품으며 이미지 매체가 그것을 어떻게 더욱 잔인한 방식으로 진화시켰는지 되짚는다. 특히 전쟁을 중심으로 한 그림, 사진과 같은 이미지들을 살피면서 전쟁의 본성과 연민의 한계, 그리고 그 감정을 진화시켜 타인과 연결되기를 강조한다.


책의 서문을 읽으면서 최근의 사건들로 내가 인간에게 품었던 의심이 희망으로 바뀌고 타인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는 특별한 방법론을 배우게 되기를 기대했다. 손택은 서문에‘「타인의 고통」은 사진 이미지를 다룬 책이라기보다는 전쟁을 다룬 책’이라고 밝히며 ‘스펙터클이 아닌 실제의 세계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논증’이라고 말한다. 타인의 고통 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멀리서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전쟁터의 고통에 집중하면서 사진으로는 다 알 수 없는 현장의 참혹함을 고발하고, 그 참혹함에 이끌리는 인간의 잔인함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버지니아 울프가 한 장의 전쟁 사진으로 어느 저명한 변호사와 나누었던 일화로 시작된다. 그 변호사는 “당신의 견해로는 우리가 전쟁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어왔고 버지니아 울프는 ‘우리’로 묶일 수 있는 인칭 대명사에 몰두한다. 울프의 의문은 손택이 문제 삼으려는 타인의 고통을 다루는 사람들의 방식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왜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민간인들과 박살난 도시들로부터 누군가는‘우리’로 묶이며 깔끔하게 떨어져 나올 수 있게 되는 것일까.‘당면한 문제가 타인의 고통에 눈을 돌리는 것이라면, 더 이상 ‘우리’라는 말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고 손택은 이야기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전쟁 사진을 통해 우리가 간접적으로나마 전쟁을 경험하게 되며 목격한 충격으로 인해 선의를 가진 사람들을 단결시킬 것이라고 믿었다. 한편 손택은 그러한 의견을 전복시켜 이미지 매체 전반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사람들의 선의가 진실되려면 우선 그 매개가 된 사진 또한 진실이라는 전제가 깔려야 한다. 하지만 사진 또한 연출될 가능성을 가진 매체라른 점에서 우리는 ‘포토 저널리즘’의 무고함을 의심하고 비판을 준비해야할 의무를 가진다.


- 다음 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