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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su Kumar Kim Jun 24. 2020

고군분투 상사맨 인도 생활기

인도에서의 코로나 블루

요즘 인터넷 기사를 보면 심심찮게 '코로나 블루'라는 제목의 뉴스를 볼 수 있다.

'코로나 19' + '우울감(Blue)'이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라고 하는데 나를 포함해 요즘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는 것 같다.

특히, 한국도 아닌 인도에서 전례 없는 전국 봉쇄와 열악한 인프라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전기가 없이 하루 이틀 집에서 찜질방 체험을 한 주변 지인을 보고 있노라면 인도에서 '주재'한다가 아니라 '고생'한다라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인도 전국 봉쇄로 계약 취소, 선적 지연, 단가 인하, 전매 요청, 계약 번복, 결제조건 변경, 결제 지연 등 여러 이슈가 발생해 하루에 수십 통 가까운 통화를 하고 본/지사 및 고객사들과 연락하며 마음이 초조해져 있었다.

설상가상 한국 본사 담당자들은 일일단위로 언제 결제가 들어올 것인지, 세관에 인력이 몇 퍼센트 일 하고 있는지, 인도 현지 은행 외환 부서에 몇 명이 출근했는지, 고객사 현황 등을 묻고, 일일 고객사 컨택 현황을 제출하라고 하여 마치, 인도의 여름 더위처럼 숨이 막혔던 것 같다.

인도 현지에 있다 보니 고객사 상황도 이해되고, 전무후무한 코로나 사태로 인해 리스크 관리를 하고자 세세하게 정보를 요청하는 본사도 이해되었지만 담당자 입장에서는 책임감, 중압감을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필이면, 1년 6개월째 한국을 방문하지 못해 나는 무엇을 위해 일 하고 있는가? 하는 자아성찰의 기간과 겹쳐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녹초가 되어 현자 타임을 가지며 생각이 부쩍 많아졌다.

별명이 싱글벙글에 주변에서 항상 긍정적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결국, 이번 코로나 19 + 3개월간의 봉쇄 끝에 무릎을 꿇었다. 비굴하게 한쪽만 꿇으면 좋으련만 그냥 누워버렸다. 대자로 뻗고 "아 이제는 정말 모르겠다" 하고 반나절 눈을 감고 죽은 채 한 적도 있었다. (이내 몇 통을 해도 받지 않았던 고객사의 수신 전화를 받고 옛썰! 하고 자리를 일어났을 때 초라함과 기쁨이란 ㅠㅠ)

결국, '시간이 약이다'라고 했던가?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되지 않을 것 같던 일들도 하나 둘 정리되었다. "이제 한숨 놓는구나"라고 생각했더니, 코로나 19 이후 어떻게 비즈니스를 유지하고 개발할 것인지, 신규 사업 아이디어를 제출하라고 한다. 어느 웹툰의 대사인 "역시는 역시 역시군"을 속삭이며 신규 고객사에 컨택하여 수입 의사를 묻기도 하고, 신규 비즈니스 관련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다시 바쁘게 보내고, 어느새 봉쇄령이 풀리고 출근을 하며 일을 시작했지만 어딘가가 계속 허전하였다.

'공허감' '우울감' '상실감' 등 여러 감정이 들며 난생처음 겪는 감정에 본인 조차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먼 땅 인도까지 와서 이렇게 살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부정적인 생각이 점점 나를 잠식했다. 하지만, 매일 인도 뉴스를 만들고 명언들을 읽으며 '초심'을 계속 유지하고자 노력하였고 운동을 병행하다 보니 어느새 다시 회복되어 긍정 긍정으로 변하였다.

결국, 좋든 싫든 무엇인가를 계속해나가는 것이 중요하구나.라는 것을 이번 코로나 사태로 깨달았다.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며 출/퇴근 시간이 없다 보니 개인 시간이 늘어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업무 시간 이후 게임을 하는 사람,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주식하는 사람, 공부하는 사람, 노는 사람 등 나뉘는데 '생산성'있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코로나 블루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반면 코로나로 인한 봉쇄 기간 동안 아무 계획 없이 코로나 이전과 똑같이 삶을 살았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잉여시간과 집에서의 반복된 생활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피폐해지고 직장-집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나태하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늘어났다.

어떤 일이든 좋다. 작은 것이라도 좋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생긴 '잉여시간'을 계획적으로 잘 사용한다면 코로나 블루가 아닌 코로나 레드(코로나 19+열정, 사실 내가 방금 만듦)가 될 수 있다. 작은 불씨가 모여 큰 불씨가 되듯,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이 된다.

첸나이는 6월 19일부터 6월 30일까지 다시 봉쇄에 돌입했다.

어느덧 1년의 반이 지나고 7월을 달리고 있는 6월의 마지막을 뜨거운 인도의 여름처럼 나도 뜨겁게 보내야겠다.

끝으로 내가 군대에서 읽으며 감명받았던 글을 공유하며 글을 마친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생전에 사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감옥과 수도원은 둘 다 세상과 고립돼 있지만 죄수들은 불평을 하고, 수사들은 감사를 한다. '자신이 일하는 직장을 수도원으로 승화시키느냐, 감옥으로 전락시키느냐는 본인의 자유의지에 달렸습니다. 스스로 감사할 수 있다면 감옥도 수도원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이 글을 읽으며 나는 백범 김구 선생님의 일체유심조가 떠올랐다.

결국, 모든 것은 우리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인데 정말 척박하고 힘든 인도 생활이지만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이고, 이 또한 수양한다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인도에서 일하면서 돈도 벌고, 인도에서 생활하며 수양도 하는 일석이조의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마음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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