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무사히 건너는 일
한밤중에 고동 소리가 찾아왔다.
폭풍우라도 몰아치는 것처럼 창이 깨질 듯 울렸다.
온몸이 긴장으로 굳어버리고, 한겨울 추위 속에서
뱃속까지 얼어붙은 듯 식은땀이 흘렀다.
오늘 밤,
응급환자라도 생기면 어쩌나.
그 생각 하나로
병동에 있는 서른여섯 명의 안위를
수없이 되뇌었다.
괜히 한 번 더 둘러보고,
괜히 한 번 더 귀를 기울였다.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 몸의 긴장을 스스로 다독였다.
밤은 길었고
몸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밤에도
손가락 열상으로 찾아온 환자가 있었고
나는 그 손에 집중하며
잠시나마 내 불안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누군가를 돌보는 일에 몰두할 때
이상하게도
내 속에 얼어붙어 있던 긴장도
조금씩 녹아내렸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왔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해
따뜻한 전기담요 속으로 몸을 밀어 넣자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차갑게 뭉쳐 있던 배 속도
숨을 고르듯 천천히 풀어졌다.
아무일 없이 지나간 밤,
그 자체로 감사한 하루
잠시의 쉼을 얻고
다시 돌아올 밤근무를 준비한다
햇빛1004
#일상
#출근
#밤근무
#평안하기를
#간호
퇴근하는 아침
환한 둥근 달이 마주보며 웃는다
수고했어 토닥토닥
202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