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이 아니었던 이야기
내가 당한 일이 아니면 그 일은 쉽게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그날은 유난히 전화가 많이 왔다.
나는 동네에서도, 직장에서도 조용히 지내는 사람이다. 특별한 마찰 없이, 특별한 이름 없이 살아왔다. 그래서 그날의 전화는 조금 이상했다.
“괜찮아?”
안부처럼 시작된 말은 곧 다른 이야기로 흘렀다.
열두 살 남자아이에 대한 소문이었다.
원격수업에는 얼굴을 보이지 않고, 학교에 오면 아이들을 괴롭힌다는 이야기. 가위를 들고 목을 겨눴다는 아이, 연필로 옆구리를 찔렸다는 아이, 머리채를 잡혔다는 아이.
직접 본 적도, 겪은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마음 한쪽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아이의 문제는 학교 안에만 있지 않았다.
학교가 끝난 뒤에도 보호받지 못한 채 동네를 헤매다 경찰에 신고된 일이 여러 번 있었다고 했다. 열두 살 아이에게 ‘여러 번’이라는 말이 붙는 상황이, 과연 가벼운 일일까.
나는 이미 한 번 학교를 멀리한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교사의 폭력 이후로 아이와 함께 동네를 걷지 않았다. 짧은 거리도 차를 탔다. 말들이 오가는 자리에서 조금씩 물러났다.
아이에게는 자주 말했다.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그래야 사람들이 함부로 보지 않는다고.
코로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를 집 안에 묶어두었다. 그 덕에 아이는 무사했다. 어느 날 아이가 웃으며 물었다.
“엄마, 그런 일이 있었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전화를 걸었던 엄마는 많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심스러웠다.
남의 아이 이야기는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직접 당하지 않았다면, 그 일은 그저 이야기일 뿐이었다.
피해를 겪은 아이들의 부모도 조용했다.
누군가 먼저 나서면 그때 돕겠다는 말.
학교는 원칙을 말했다. 이미 한 번 처벌을 받았으니, 다시는 같은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고. 그래서 오히려 신고를 취소할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그날 이후 동네는 다시 평온해졌다.
아이들은 등교했고, 어른들은 출근했다.
소문은 사라졌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루는 흘러갔다.
나는 여전히 차를 타고 다녔고,
여전히 조용히 지냈다.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여전히 보호받지 못한 채 어두워지는 길 위에 서 있지는 않을까.
혹은 또 다른 아이가, 아무도 서지 않은 자리에 혼자 남아 있지는 않을까.
우리는 늘 말한다.
내 일이 아니었다고.
직접 겪은 일이 아니었다고.
그 말이 우리를 안전하게 하는 동안,
우리가 외면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무도 서지 않았던 그 자리는,
정말 아무 일도 아니었을까.
작가의 말
직접 겪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나쳐온 일들에 대해, 뒤늦게 마음이 머문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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