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명제에 대한 15년간의 생각, '항공'과 '환경'
이 명제가 지난 15년간 제가 품어온 '삶의 소명'입니다. 이 명제가 '참'이 될지, 혹은 '거짓'이 될지는 아직은 모릅니다. 제 삶이 끝나기 전에는 이 명제가 '거짓'에서 '참'으로 바뀌었으면 합니다.
초등학생 때 처음으로 컴퓨터를 배우고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었습니다. 컴퓨터 학원도 다니고, 코딩도하는 것이 꽤 재미있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비주얼베이직을 배워 정보처리기능사도 취득하고 다양한 컴퓨터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적성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 집은 점점 더 힘들어졌고 컴퓨터 학원은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혼자서 독학이라도 해봐야지 하면 집의 전기와 인터넷도 끊기는 상황도 오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한번 내 실력을 측정해보기 위해 참가한 삼성SDS IT꿈나무 대회에서 중간 성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이렇게 열심히했는데도 불구하고 중간 밖에 안된다는 것은 나에게 소질이 없는 것'이란 생각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제 첫번째 '삶의 소명'이 끝나게 되었고, 두번째 찾은 것이 '항공기 공장 근로자'이었습니다. 한창 배를 만드는 조선업 경기가 호황이었을 때, '우리 세대에는 배가 아닌 항공업이 호황이 될 거야'라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380km 떨어진 경남 항공고등학교 항공기계과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3년동안 열심히 배워서 성실한 공장 근로자가 되어 평범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났습니다. 생각보다 선배들은 취업이 안되었고, 취업이 되더라도 항공기제작 공장근로는 3D(힘들고, 어렵고, 더러운)이었습니다. 3D이면 조선업이나 자동차업처럼 임금이라도 많이 주어야 하는데, 임금조차 적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친구들이 학교 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완전히 속았다'라면서 말이죠.
아버지 처럼 애틋한 선생님께서 늦은 저녁 기숙사에서와서 한탄하시는 겁니다.
"국내 항공업계가 너무 작아서 취업이 안된다. 운이 좋아서 취업을 해도 공장에서 다치고 병들고 돌아오니 걱정이다."
고등학교 1학년이 듣기에는 참으로 공포스러운 진실이었습니다. 프로그래밍에 희망이 없는 것 같아서 도망쳐왔더니, 여기는 절망만 있었습니다. 임금도 적은데, 다치고 병들기까지 한다니......
선생님께 물어보았습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선생님께서 웃으시면서 대답하셨습니다. "방법은 있지. 대한민국이 개발한 항공기를 멋진 브랜드로 만들어서 판매하면 된다. 현대자동차가 소나타를 팔고, 삼성전자가 애니콜을 파는 것 처럼 말이다. 그러면, 보잉이나 에어버스 하청공장의 저렴한 노동에서 벗어나면 제 값 받는 날이 오겠지!"
그때 '다시한번 도망칠까?'라는 생각보다 '도망치지 말자!'라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아직은 어리고 젊으니,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그날이 올 것 같았습니다. '미국의 Boeing, 유럽의 Airbus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시아 최고의 항공기 제작회사를 만드는 것'. 그 날 이후로 참이 될지, 거짓이 될지 모르는 이 명제가 제 삶의 소명이 되었습니다.
그 후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항공대학교 항공기시스템공학과에 입학해 항공기를 개발의 기초를 배우고, 기술벤처창업을 통해 사업의 고통에 대해 경험하였습니다. 그리고 공군 항공기정비장교가 되어 8년간 수십대의 항공기와 수백명의 정비사를 관리하고, 중형 무인기 연구개발에 참여하며 그 때의 명제가 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찾아왔습니다. 코로나 펜데믹은 많은 것을 바꾸었습니다. 모든 국가가 국경을 폐쇄하고 항공기는 공항 위에 멈추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펜데믹의 기원에 대해 분명한 것은 없지만, 환경파괴로 인한 야생 코로나 바이러스의 침투로 보는 경향도 있습니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파괴된 자연이 우리에게 복수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거대했던 보잉도 몰락하게 되는 것을 보면서, 이기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생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른의 문턱에서 다음 세대의 외침이 들렸습니다.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에 맞서는 등교거부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세계 각지의 청소년들이 그들의 미래에 대해 '더 이상 오염시키지 말라'라며 호소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뉴욕에서 열린 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환경오염의 주범인 비행기를 타지 않고, 15일간 태양광 패널이 장착된 요트 타고 대서양을 횡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항공기 개발에 진심이었던 나에게 충격적이었습니다.
펜데믹 기간동안 '우리의 편리함이 자연을 파괴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 삶의 소명이 변화되었습니다.
후대 사람들에게 오염된 환경을 남겨주지 않기 위해서, 항공기도 지구를 살릴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을 남겨주고 싶습니다.
하루 평균 540대의 민간항공기가 배출하는 대기 오염물질은 연간 약 15,000ton으로 자동차 8만여대가 내뿜는 양입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3%를 차지하는 항공기가 치명적인 이유는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탄화수소 등 배출가스를 성층권에 직접 분사하기 때문입니다. 항공기가 내 뿜는 배출가스와 항공기를 만들 때 발생되는 배출가스가 합쳐지며, 온실효과를 만들고 지구의 온도를 상승시킵니다. 그뿐만 아니라 도시집중에 따른 교통체증, 녹지공간 부족, 주거부족 문제와 소비증가에 따른 공장 배출가스, 쓰레기 과다배출, 미세먼지와 스모그 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항공기 개발과 환경 보호를 위해 내가 생각하는 '환경을 살리는 항공기 개발'을 위한 3가지 분야와 9가지 기술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삶의 소명에 맞추어 앞으로 학습하고 경험해보려고 합니다.
수소추진, 도심항공, 재생설계
직접적으로 배출가스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전기차가 각광받고 있지만, 배터리 용량에 따른 무게와 충전시간에 따라 전기 항공기는 경제성이 없습니다. 안전한 소형 핵 원자로가 상용화되지 않는 한 대안은 '수소추진'입니다. 저장된 수소와 공기 중 산소가 반응하여 물과 전기 에너지를 만들게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 에너지로 모터를 동작시켜 수소추진을 하게 됩니다.
기체수소는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저장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800배 압축이 가능한 액체수소 저장기술, 수소단가를 1kg당 7$에서 1$로 낮추기위한 수소대량생산기술, 수소의 전기에너지를 효과적인 운동에너지로 전환시키기 위한 전기터빈 기술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게 되면서 교통체증이 심화되었습니다. 출퇴근 시간 광화문에서 강남까지 갈 때 차로 1시간 이상 소요되거나, 혹은 지옥철을 경험하게 됩니다.
같은 경로와 시간대에 도심항공(UAM)으로 이동할 경우 5분으로 단축됩니다. 교통체증 감소로 도로 위에 차들이 내뿜는 배출가스를 줄일 수도 있고, 더 이상 도로확장이 필요없으면 지상의 녹지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제3세계 등 아직 도로망이 확보되지 못한 국가일수록 환경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삶의 영역이 확대 될 것입니다. 굳이 비싸고 팍팍한 수도권에서 살 필요가 없어질 것입니다. 항공기 효율적인 운항속도가 마하(음속) 0.8 (1,224km/h x 0.8 = 약 980km/h)을 감안할 때, 강원도 양양에서 아침 서핑을 하고 서울로 출근할 수 있고, 광화문에서 해운대까지 1시간 생활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답답한 아파트가 아닌 잔디가 있는 마당에서 층간 소음없이 뛰어 놀 수 있고, 숲과 강 그리고 산과 바다와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입니다.
도심형 항공기는 '23년부터 변경되는 항공기 소음 평가단위(LdendB : Day-Evening-Night Average Sound Level)에 맞추어 운항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소음저감기술, 도심 내 다양한 돌발상황과 기상이변 시 (특히, 무인기) 선제적인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센서퓨전기술, 수 천만 대의 UAM의 항로통제와 항공기 납치(Skyjacking)을 예방할 수 있는 강력한 통신보안을 갖춘 다중관제기술이 필요합니다.
소비중심경제가 되면서 우리는 안락함을 위해 불필요 초과 생산을 하게 되었습니다. 경제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우리는 지구의 자원을 남발하였고 임계점(Critical Point)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아이들은 쓰레기로 뒤덮인 산과 바다 속에서 계속 살아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재생설계는 항공기가 생산-운영-및 폐기 될 때까지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설계-제작하는 것이며, 재활용된 원자재를 최대한 사용하는 것입니다. IAA 모빌리티 2021에서 BMW는 'i Vision Circular'라는 컨셉트카를 선보였습니다. 이 컨셉트카는 100% 재활용 가능한 원료로 만들어진 자동차입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항공기도 사용 후 재활용이 가능하다면 쓰레기 산과 바다의 확장을 멈추고 다시금 푸르른 곳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재생설계는 항공기가 만들어지고 폐기되는 전 생애주기관리체계(Total Life Cycle Management System) 속 환경오염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환경인자(Green Factor)를 측정가능하도록 반영하는 체계종합기술, 재활용율을 올리고 불필요한 원자재 사용을 최소화하는 유연생산체계(Flexible Manufacturing System)기술, 현실과 가상에 동기화된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전고장탐지 및 운용효율향상으로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이 필요합니다.
코로나 19 예방 자택격리 2주동안, 제가 잠시 잊고 있던 삶의 소명을 다시금 일깨운 시간이었습니다. 업무의 피로감과 월급의 달콤함에 빠져 나태해져 잊고 있었습니다. 격리가 끝나고 다시금 집 밖으로 나가게 되면 저에게 주어진 '삶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조금 더 채찍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염된 지구를 정화시키는 것은 불편한 일이지만 함께 동참해주셨으면 합니다:)
격리기간 동안 즐겁게 읽었던 Ray Dalio의 '원칙(Principles)' 中 인상깊었던 문구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불편해지지 않으려고 타협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이 것은 거꾸로 가는 것일 뿐만 아니라 역효과를 낳는다. 안락함을 성공보다 앞세우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