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상담 #동네 책방에서 상담도 해요. ^^
우리 책방에 할머니 한분이 오셨다. 약간 긴장하신 듯 했는데 머뭇거리며 둘러봐도 되냐고 물으셨다. 찬찬히 한 걸음. 한 걸음 보시고 우리네 할머니의 꼼꼼함으로 자세히 보신다. 소품도 보시고 창밖도 보시고 인테리어도 둘러보시고 의자에도 앉아 보신다. 순간 나는 긴장한다. 평소 어른 울렁증이 있다. ^^
한참 둘러보시더니
야한 책은 없어? 책이 도덕적이야.
야한 책은 없냐고 책들이 너무 도덕적이라고 하시며 사람들이 재미없어서 책 사겠냐고 웃으신다. 그래서 같이 웃어버렸다. 의외의 말씀이라 할머니가 무척 귀엽게 느껴졌다. 야한 책 꼭 사놓겠다고 말씀 드렸다.
커피 한잔 시키시고는
책방 이름.. 심리 치유 책방 ... 이 간판이 2층까지 걸음하게 하셨다 한다. 요즘 할머니는 자신의 심리가 궁금하시단다. 상담하는 사람은 자신의 이 마음을 잘 알고 있지 않겠냐 고 하시고는 통창 풍경을 보시면서 너무 좋다... 하늘이... 하신다.
할머니는 1년전에 동맥경화가 와서 많이 아프셨고 10킬로 정도 살이 빠졌는데 1년을 집에서 요양하면서 모든 것이 싫어지고 집이 너무 답답해서 죽을 것 같은 느낌이셨다고 하시며 자신의 40년을 한순간에 돌아보셨다.
아이를 키우며 뜨게질하셔서 먹고 산 이야기, 부모님이 자신만 고등학교를 안보낸 것에 대한 야속함. 가게를 하며 동의보감을 읽기 시작했는데 아이 키우느라 다 못봐서 아쉬웠던 이야기 . 자신은 너무 열심히 살았는데 아파서 너무 허무하다는 이야기를 연속적으로 하셨다.
나는 듣다가 물었다. (상담가는 적절한 타이밍에 물음을 잘 던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하나도 안 아파보이고 고으세요. 비결이 있으세요?
< 지금부터는 할머니가 요즘 힘을 내는 비법이다. >
등산을 다니면서 고양이 밥을 주면서 좋아졌다. 몸이 좀 좋아지니 마음도 좀 좋다.
이제는 즐겨야지 마음 먹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커피는 좋은 곳에 가서 좋은 마음으로 내돈주고 사먹는다.
옷은 이제 절대 싸구려 안산다. 한 개 사도 이쁜 메이커 옷사고 동네 모임가서 뽐내며 산다.
더 아프기전에 복지관가서 공부를 할 것이다. 영어든 뭐든...
나는 진심으로 할머니의 말씀이 너무 곱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는 소소함의 힘을 알고 계신듯 했다. 너무 너무 잘하고 있으시다고 칭찬드리고 마음이 힘드신데 우울증약도 안드시고 견디셔서 대단하다고 말씀 드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심스럽게 조금쯤 자신을 인정하고 이해해주라고 말씀 드렸다.
할머니는 많이 웃으셨고 중간 중간 또 많이 우울해 하셨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환하게 웃으면서 커피 한잔에 너무 많은 좋은 이야기 듣고 가신다고 ... 너무 고맙다고....또 오신다고 하신다.
그녀의 마음이 늘 저렇게 환하길 바래본다.
오늘의 마음 치유법 (23.09.10)
허무함이란 의지와 결심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하루 하루 소소함이 대단한 이벤트를 이긴다고 생각한다.
노년기에 뭐 그리 대단한 일이 있을까? 소소하게 등산하면서 생명을 돌보는 일과 자신의 욕망을 돌아보고 하나씩 실천해 보는 일..
이런 소소함이 노년을 살린다.
마음의 허무는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어떤 장소에서 한마디 말에 좋아지고 우연히 걷다가 자연이 좋아 마음이 밝아지고 드문 드문 그냥 좋아지는 것이다.
소소함이 허무함을 넘어서게 하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