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ssically Jan 16. 2024

인스타그램 로그아웃 그 이후

나는 핸드폰, SNS 중독이었나?


중독
약물, 도박, 인터넷, 쇼핑, 휴대폰 등을 지나치게 많이 접함으로써 해로운 결과에 이르게 되는데, 그것을 조절하지 못하고 강박적으로 사용하는 현상.
중단하고 싶고 해로운 것도 알지만 욕구가 너무 강해 통제와 중단이 불가능한 상황


‘아이들 잘 때 같이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지.’라는 결심을 12년째 하고 있다.

‘중단하고 싶고 해로운 것도 알지만 욕구가 너무 강해 통제와 중단이 불가능한 상황‘ 바로 중독 때문이다.


아이들이 다 잠이 들고 나면 슬며시 방을 나오는 일을 멈출 수가 없다. 5시에 분명 저녁을 먹었지만 힐링푸드가 필요한 시간이다. 떡볶이, 라면을 먹을 때도 있지만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따뜻한 밥에 참치캔 한 개 그리고 매운 간장고추 장아찌 두 개 다. 한 상 차리는 동안 넷플릭스를 켠다. TV 앞에 앉아 드라마를 보며 김 모락모락 나는 밥을 한 숟가락 푼다. 그 위에  참치를 얹고 얇게 썬 고추장아찌 한 조각. 매번 밥 한 그릇을 더 먹게 된다. 멈추기가 정말 힘들다. 나는 이 방해받지 않는 시간에 분명 중독되어 있다.


하물며 하루종일 수시로 보고 있는 핸드폰은 어떨까?

‘인스타그램을 지울까?’라는 생각을 처음 했을 때, ‘어차피 다시 깔게 되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핸드폰을 들면 자동으로 인스타그램을 열어 내가 올린 스토리에 좋아요나 댓글이 있는지 친구들은 어떤 소식을 올렸는지 확인했다. 분명 중독 수준에 가까웠다. 담배도 끊겠다고 몽땅 버리고 나면 다시 피기 위해 최소한 마트에는 사러 나가야 하는데  앱을 재설치하는 것은 손가락질 몇 번이면 된다.


로그아웃이 된 후 나에게도 나타난 증상들이 있다. 예상치 못한 증상들이 연쇄적으로 나타났다.  이걸 중독으로 인한 금단증상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저 쾌적했다. 홈 화면에 앱 아이콘이 보이질 않으니 존재 자체가 잊혔다. 보고 싶어 본 게 아니라 보여서 본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금단증상이 없다. 희망적 이게도 핸드폰이나 SNS에 중독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 새로운 문물을 만나 의식이 작동하기 전에 그저 조금 깊이 스며들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식탁을 닦은 김에 바닥도 한 번 청소기로 밀고 싶은 기분이랄까? 너저분한 핸드폰 화면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쓰지 않을 앱들은 모두 삭제했다. 사용 빈도가 높으면서 시간과 주의를 뺏지 않는 앱들만 첫 화면에 남겨두었다. 매일 꾸준히 하고 싶은 BrunchStory, Notion, Runday가 첫 화면 첫 줄을 순서대로 자리하고 있다.  Melon, Gmail, 그 외 로봇청소기앱, 달력, 시계, 날씨 등의 앱을 첫 화면에 남겨 두었다. 나머지 앱들, 가끔 사용하거나 무심코 들어가 시간을 보내게 만드는 앱들은 두 번째 화면에 카테고리를 만들어 폴더 안에 집어넣었다.


이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나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공유하자면

내 가방에는 나의 역사가 담겨있다. 10년 전에 갔단 영화표라든지 8년 전에 여행한 나라의 동전, 그런 것들이 들어있다. 간직한다기보다는 있던 자리에 그냥 두는 편이다. 핸드폰 화면도 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었다. 예상 가능하게도 빨간 알람표시가 전혀 거슬리지 않는 인간류였다.


어쩌면 핸드폰을 정리하는 것은 내 집, 내 주변을 정리하는 일의 중요성과 맞먹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주 많은 것들을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인스타그램 삭제를 시작으로 시간을 가장 많이 빼앗던 앱들을 모두 삭제했다. 그리고 빨간색 알림 표시도 없앴다.  없애도 없애도 생기는 그것들이 아주 거슬려서 아예 알람을 꺼버렸다.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던 것이 이렇게 갑자기 거슬릴 수가 있나?  

이 변화의 이유가 무엇이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궁금해 그 과정을 기록하는 이 연재 시작하게 된 것이다.

목적지를 안다면 좋겠지만 모른다는 사실이 조금 불안하다.

다만 이곳에 쓰는 글 하나하나 내가 그 변화 위에 있다는 증거가 되어준다.

멈추지만 않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안도감, 그 안도감에 중독되어 보려 한다.

 

작가의 이전글 프롤로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