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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ssically Jan 29. 2024

잘 굴러가는 집구석

“잘 굴러가는 집구석” vs “잘 돌아가는 집구석“

두 제목 중 하나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표지 디자인도 했고 목차도 정리했었고 인스타툰용으로 그림을 몇 장 그려보기도 했었는데 이내 관뒀다. 문제는 목차를 채울 내공이 없었다는 거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 보면 나에게 내공이 없다는 것은 이미 그때도 알고 있었다. 나는 과정을 쓰고 싶었던 것이었다. 성공한 스토리가 아니라 실패를 거듭하면서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말이다. ‘그런 내용을 누가 읽겠어?’ ‘내가 뭔데?  이런 얘기를 풀어낼 자격이 있나?’ 따위의 생각들을 많이 했었다. 쓸거리도 없었지만 쓸 수도 없었다. 그때 없었던 것은 내공이 아니라 그 주제의 말뚝을 박아 놓고 성실하게 꾸준히 흔들리지 않고 일관되게 그저 반복해 나가는 힘이었다. 나에게는 그 힘이 없었다.


인스타에서 로그아웃된 해프닝으로 시작된 변화와 그 방향에 대한 고민들은 “잘 굴러가는 집구석“이라는 주제와 금세 만나게 되었다. 결국은 내 하루에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도려 낸 후 어떤 것들로 다시 채워 넣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 어쩌면 잘굴집을 설계하기 위해 가장 첫 번째로 했어야 하는 것이 인스타그램 삭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 연재의 제목은 예전에 완성하지 못했던 “잘 굴러가는 집구석”이 더 어울릴 듯하다. 내가 요즘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하는 것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잘 굴러가게 만드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다. 내가 직접 의지를 갖고 하나하나 굴리는 게 아니다.


내 하루가, 나의 감정이, 집구석이, 가족들이, 통장이 그리고 이 글 쓰는 작업이

동기를 계속 부여하거나 채찍질하지 않아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굴러갈 수 있게 만들 것인가?


‘인스타에서 로그아웃되다.’ 시즌1을 바로 접고 ‘잘 굴러가는 집구석’ 시즌 2를 시작한다.

이번에는 ’ 내가 뭐라고?‘라는 생각은 접어두고 그저 내 이야기를,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반복해 보자.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그 과정은 나에게 남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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