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패러다임> 1강 '프로이트 사유의 지층들'

by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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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프로이트 패러다임: '사유의 도약과 단절'

저자 맹정현은 프로이트의 저술들을 일관적인 연속선상에서 파악하기보다는 '사유의 도약과 단절'로 파악하려 한다. 그리고 프로이트에게는 최소한 네 가지 패러다임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각각 '히스테리의 시대', '성충동의 시대', '나르시시즘의 시대', '죽음 충동의 시대'로 간략하게 나눌 수 있다.


1. 히스테리의 시대: '태초에 사건이 있었다'(유혹설) - 1895~1905

주요 키워드: 억압, 억압된 것의 회귀, 욕망

대표작: 『히스테리 연구』(1895), 『꿈의 해석』(1900), 『일상생활의 정신병리학』(1901)


2. 성충동의 시대: '태초에 성욕이 있었다'(유아 성욕설) - 1905~1911

주요 키워드: 충동, 쾌락, 승화, 오이디푸스, 성적 발달 이론

대표작: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1905), 『빌헬름 옌젠의 그라디바에 나타난 망상과 꿈』(1907),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유년의 기억』(1910)

이 시기에 프로이트의 패러다임은 유혹설에서 유아 성욕설(환상설)로 이행하게 된다.


"유혹설에서 심리적인 갈등은 어떤 사건,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사건이 정신에 남긴 흔적, 성적인 흔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증상을 만들어낸 심리적 갈등이 성적인 흔적과 정신의 갈등이라면, 1905년부터 프로이트가 주목하는 갈등은 그런 식의 외적 현실과의 갈등이 아니라 보다 내면적인 갈등입니다. 정신 속에서 쾌락을 추구하는 어떤 성향과 그러한 성향에 대해 저항하는 어떤 성향이 있다는 겁니다. 전자를 '충동pulsion'이라고 하고, 후자를 '자아'라고 부릅니다." (p.39)


"프로이트를 읽어보면 어떤 지점에서 갈등의 모델이 점점 더 내면화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갈등의 내면화가 본격적으로 부각되는 지점이 바로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입니다. 여기서 갈등은 곧 프로이트에게 자아의 분열에 상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갈등한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분열되어 있다는 뜻이죠. 나중에 『자아와 이드』(1923)에서 프로이트는 자아, 이드, 초자아로 이루어지는 소위 이차 토픽을 제시하는데, 이쯤 되면 대립하는 항들이 여러 개 있을 수 있으니 심리적인 갈등이 굉장히 복잡해집니다." (p.39)


"그렇다면 욕망의 문제틀과 충동의 문제틀은 어떻게 다를까요? 욕망은 바람이나 소망의 문제이고, 충동은 쾌락의 문제입니다. 욕망이 억압된 소망과 연관되어 있다면, 충동은 쾌락을 얻고자 하는 경향과 관련이 있습니다.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는 무의식과 욕망의 문제틀에서 충동의 문제틀로의 이행이 이루어지는 저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40)


"1890년대는 프로이트가 오로지 병리적인 증상만을 다루던 시절이고, 1900년에서 1905년까지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꿈이라든가 말실수, 농담 등을 다루던 시절입니다. 1905년 이후에는 새로운 분석 대상이 들어오게 되는데, 바로 예술입니다." (p.41)


"그렇다면 네 번째는 무엇일까요? 종교입니다. 1905년 이후로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더니 『토템과 터부』(1913)를 시작으로 종교나 집단심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많아지게 됩니다. 나름 일관성이 있는, 자연스런 흐름이라고 할 수 있겠죠." (p.42)


프로이트는 왜 이렇게까지 예술이나 종교의 영역까지 정신분석의 영역을 확장하게 되었을까? 바로 '승화'(sublimation) 때문이다. 왜 승화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일까? 그 근본적인 연유에는 유아 성욕설 관점이 기반에 깔려 있다. 어릴 때 유아에게 있었다는 성욕은 훗날 두 가지로 변화된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신경증적 증상이고, 두 번째는 승화다. 바로 이 두 번째 답인 승화때문에 프로이트는 예술과 종교의 영역까지 정신분석의 영역을 확장시킨 것이다.


3. 나르시시즘의 시대: '태초에 나르시시즘이 있었다'(원초적 나르시시즘) - 1911~1920

주요 키워드: 자아 이상, 충동의 운명, 전이, 거세, 정신병과 멜랑꼴리대표작: 「편집증 환자 슈레버」(1911), 「정신적 기능의 두 가지 원칙」(1911), 「전이의 역학」(1912), 「전이 사랑에 대한 소견」(1915), 『토템과 터부』(1913), 「나르시시즘 서론」(1914)


"이렇게 정신병자에게 정신분석을 적용했더니 아주 독특한 결과가 나옵니다. 정신병은 대상에 투자되어야 할 리비도가 모두 다 철회되어 자아에 투자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는 쪼그라들고 오로지 자신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죠. 일종의 과대망상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프로이트는 이것을 원초적 나르시시즘으로의 퇴행이라고 보게 됩니다. 인간은 유아기에 대상에게 리비도를 투자하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 먼저 리비도를 투자하는 원초적 나르시시즘 단계를 거치는데 그러한 단계로 퇴행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죠." (p.44)


"나르시시즘이 이렇다면, 이러한 개념이 도입됐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앞서 우리는 자아가 성적인 충동과 갈등을 일으키면서 심리적인 갈등을 만들어낸다고 했는데, 이제 자아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자아는 성적인 충동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가능해집니다. 다시 말해, 자아가 쾌락에 대해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기 이전에, 오히려 쾌락을 추구하고 심지어는 자신을 대상으로 쾌락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관념까지 나오게 되죠. 이런 관념에 입각해 쓴 글이 1911년에 발표한 「정신적 기능의 두 가지 원칙」이라는 논문입니다." (p.45)


"1905년의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의 핵심이 유아 성욕설이라면, 1914년에 도입된 나르시시즘이라는 개념이 전제하는 것은 유아 망상설입니다. 모든 유아에게는 자신이 전능하다는 망상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 현실원칙의 쓴맛을 알지 못하는 것이죠. 이것을 그대로 원시인에게 적용한 것이 『토템과 터부』(1913)입니다. 원시인의 마술적 사고가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죠." (p.45)


"그런데 나르시시즘이 도입되면서 중요한 문제가 하나 제기되는데 바로 이상, 즉 '이상형', '자아 이상'의 문제입니다. 현실적인 자아와 구분될 수 있는 자아의 이상형, '현실적인 나'가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나'가 문제가 되기 시작합니다. 나의 나르시시즘적인 만족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어떤 이상형이 문제가 되면서 자아의 분열이 보다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p.46)


"리비도의 이동이라는 관점과 함께 따라 들어온 다른 부수적인 문제들이 있는데, 바로 정신분석 기술, 특히 전이에 대한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 시기에 프로이트는 정신병에서는 전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는데 프로이트가 이런 주장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시기에 프로이트가 전이에 주목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p.47)


4. 죽음 충동의 시대: '태초에 마조히즘이 있었다' - 1920~1940

주요 키워드: 이차 토픽(초자아), 원초적 마조히즘

대표작: 『쾌락원칙을 넘어서』(1920), 『자아와 이드』(1923), 『문명 속의 불편함』(1930)


"더불어 1910년대 후반부터 멜랑꼴리 환자들에게 주목하면서 프로이트는 자아가 삶이 아니라 죽음을 지향할 수도 있다고 가정하게 됩니다. 성적인 결합을 목표로 하는 삶의 충동이 아니라 분해와 파괴를 목표로 하는 죽음의 충동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게 되죠. 이것이 『쾌락원칙을 넘어서』에서 주장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에 입각해 기존의 메타심리학을 재구성한 것이 1923년에 출간한 『자아와 이드』입니다." (p.48)


"죽음 충동이 자아에 직접적으로 유입될 때 자아의 마조히즘적인 태도가 만들어지고, 죽음 충동이 초자아로 유입될 때 초자아의 사디즘적인 태도가 만드어진다는 것이 이 시기의 주된 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자아 이상이 세 번째 패러다임인 나르시시즘 패러다임에서 도출된 개념이라면, 자아를 비난하는 또 다른 자아, 즉 초자아라는 개념은 죽음 충동의 패러다임에서 도출된 개념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인간은 원초적으로 마조히즘을 타고난다는 주장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1924년에 발표한 논문 「마조히즘의 경제적 문제」가 바로 이러한 주장을 담은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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