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은 그가 서문에서 제시한 것처럼 총 여섯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본고에서는 그중에서 첫 부분과 두 번째 부분을 맡아서 그 내용을 간략히 정리할 것이다. 첫 부분에서는 그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통해 학문들에 대한 다양한 고찰들을 풀어냈다. 그리고 두 번째 부분에서는 이성을 사용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일반적인 규칙과 방법들을 제시한다. 특히 이 두 부분은 데카르트의 사상적 기반을 잘 드러내는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1. 『방법서설』 1부
데카르트는 상식 혹은 이성에 중대한 가치를 두는 듯하다. 책 본문의 가장 첫 구절도 “상식은 세상에서 가장 잘 분배된 것이다”라고 할 정도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상식은 “거짓된 것에서 진실된 것을 가려내는 역량”을 뜻한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상식이 “모든 인간 안에 자연적으로 동등하게” 있는 보편적인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심지어 이러한 상식이야말로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고 우리를 짐승들과 구별 짓는 유일한 것”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이후에도 반복해서 이야기하겠지만, 이와 같은 상식을 통해서 “항상 정도를 따라간다면, 단지 아주 천천히 걷는 이들이, 달음질을 치고, 정도에서 벗어난 이들보다 훨씬 많이 앞서 나갈 수” 있으리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결국 “자신들이 아는 것보다 더 안다고 공언하는 이들의 책략들이나 허풍에 의해서도, 더는 실수하는 주체가 되지” 않는 인생을 위한 앎을 추구하고자 했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그는 이 책에서 그렇게도 중요한 상식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배워온 학문들에 대한 평가와 살아온 이야기들을 자전적으로 나눈다. 일단 그는 어린 시절부터 문학들을 바탕으로 성장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학교에서 배운 언어, 우화, 역사, 독서, 웅변술, 시, 수학, 관습들, 신학, 철학, 법률학과 의학 및 여타 학문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미신적이고 가장 거짓인 것들”에 대한 검토와 평가를 전개해 나간다.
물론 데카르트는 그것들의 통상적인 이점들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그는 그것들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내며 경계하기도 한다. 그 특유의 조심스러운 회의적 태도가 드러나는 대목일 것이다. 그는 그중에서도 소설, 우화, 역사 등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시간을 할애하지 않기를 권하는 듯하다. 그가 비유적으로 말하길, 지난 세기의 사람들과 대화한다는 것은 여행하는 것과 거의 같은데, 여행에 시간을 너무 많이 사용하면 결국 이방인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즉, 옛 선현들의 성과에만 지나치게 호기심을 갖게 되면, “여기서 지금”(ici et maintenant) 우리가 실천적으로 감당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 아주 무지한 상태로 남기 쉽게 된다는 비판이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데카르트 철학의 실천적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이는 데카르트 후대에 “철학이 아니라 철학함을 배워야 한다”라고 강조한 칸트의 언명을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반면에 데카르트는 어릴 적부터 수학을 열심히 공부했는데, 이는 그 근거의 확실성과 명증성 때문이었다. 이는 우화에서 전혀 가능하지 않은 여러 사건을 마치 가능한 것처럼 상상하게 만든다거나, 가장 믿을 만한 역사조차 있는 그대로 기술되지 않았기에 불확실하며 명료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난점들과 대비된다. 그러나 이렇게 훌륭한 수학의 도구가 기계학에만 응용되고 있는 것을 보고 그는 꽤 의아해했다. 왜 지금까지 아무도 이 외의 다른 영역에서 수학을 활용해서 더 탁월한 것을 세우려 하지 않았는가? 요컨대, 수학을 활용함으로써 모든 학문들의 기초적인 토대가 될 수 있는 체계를 세우려 할 생각을 왜 아무도 하지 않았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2부에서 그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데카르트는 철학에 대한 평가를 한다. 그가 수학에 대해서 높은 찬사를 보냈던 것과는 달리 철학에 대해서는 혹독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천년 가까이 이어져 온 철학의 역사 속에서 그렇게도 훌륭한 지성들이 철학을 연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에 논쟁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토대가 딱히 없어 보였다. 이 지점에서 데카르트는 실망을 감출 수 없었던 듯하다. 그 이후에 데카르트는 “스승의 예속에서 벗어나는 것이 허락되자마자” 그동안 진리라고 여겨져 왔던 것을 박차고 길을 떠난다. 이제 그 누구도 스승으로 삼지 않았다. 그나마 스승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내 자신 속” 또는 “이 세상이라는 거대한 책” 뿐이었다. 이렇게 그는 세상 속으로 직접 뛰어들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