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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Aug 16. 2022

공자의 '직'(直): 인간 본성의 솔직함

가끔씩 인간 본성에 솔직하지 못한 듯한 "양말 벗거진 아저씨" 주호민 작가."나 화 안 났어~"


 공자는 아버지의 도둑질을 고발한 자를 ‘직’(直)하지 않다고 말한다. 섭공이 '직궁'(直躬)그렇다면 공자에게 있어서 직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이때 직은 '솔직함'으로 해석하는 편이 적절해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솔직함은 인간 본성에 대한 솔직함을 뜻한다. 공자가 보기에 자식이 부모를 사랑함으로써 그들이 혹여나 잘못할 때 감싸주는 것은 천륜이 낳은 혈연적 본성인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의 관점에서 볼 때 아버지의 도둑질을 고발한 자는 자신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에 솔직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방식으로 공자의 말을 해석하는 관점이 적절한가? 그리고 그렇게 해석한 공자의 논증은 설득력이 있는가? 이에 대한 해명이 어느 정도 필요해보인다. 일단 위에서 해석한 공자의 논증을 크게 두 가지 전제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직을 인간 본성에 대한 솔직함으로 해석하는 관점이 적절한가? 둘째, 혹여나 부모가 잘못할 때 감싸줄 수 있을 정도로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는 것은 혈연적 본성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이 둘로부터 도출된 결론을 우리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1



 첫 번째 전제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논어』의 여타 구절들에서 공자가 직을 어떠한 의미로 사용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공자는 「공야장」의 한 구절에서 미생고가 직하지 못하다고 비판한 바가 있다. "어떤 사람이 초를 빌리려고 하자, 그는 이웃집에서 빌려다가 주었"2기 때문이다. 즉, 미생고는 자신의 상황에 솔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평판을 높이기 위해서 이웃의 도움을 내 도움인 것처럼 속이려 했던 것 같다.3 공자가 볼 때 미생고의 이와 같은 행동은 자신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에 솔직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공자는 「헌문」에서도 '이직보원'(以直報怨)과 같은 구절을 남겼다. 이는 원한 감정에 대해서 직으로 갚으라는 뜻이다. 이러한 구절에 담긴 정서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한 예수의 아가페 정신과는 사뭇 달라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공자는 원한 감정에 대해서 지나친 복수를 하라는 뜻으로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그저 현실적으로 자신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에 솔직하게 대하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편이 적절하다.4 공자가 볼 때 무조건적으로 원수를 덕으로써 덮어버리는 선택 또한 자신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에 솔직하지 못한 행동이다.



 간단하게나마 『논어』의 여타 구절들에서 직의 용례를 살펴본 바, 직을 인간 본성에 대한 솔직함으로 해석하는 편이 적절해보인다. 그렇다면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는 것은 혈연적 본성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까? 현대 진화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둘째 논제 또한 충분히 옹호될만한 주장이다. 진화심리학은 '혈연 선택'(kin selection)이라는 관점을 통해서 친족 확인 기제는 꼭 필요한 진화적 적응이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친족끼리 이타적 행동이나 자기 희생적 행동과 같은 적응적 행동이 있었던 유전자들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친족과 친족 아닌 대상을 구분하며, 특별히 부모라는 가장 가까운 친족에 대해서 먼저 사랑을 베풀고 심지어 잘못을 감싸주는 것은 혈연적 본성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5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공자는 직이 도덕의 충분조건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 듯하다. 그저 인간이 자신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에 솔직하게 행동해도 된다면, 공자가 그토록 수양의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논어』의 다른 구절들에서도 직하기만 하되 예가 없으면 각박해진다 하고, 직하기만 하되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남의 아픈 곳을 찌르는 데 있다고 한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직은 도덕의 기초가 되는 자연적 사실일 뿐이다. 다시 말해서, 직은 도덕의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닌 것이다. 다만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제대로 인식해야만 제대로 된 도덕을 세울 수 있다고 공자가 생각한 점에서 문제의 구절이 철학적인 의의와 중요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1 본고에서 다룬 두 전제에 대한 평가는 김주용. (2020). 공자 직(直) 개념의 자연주의적 함축에 관하여. 동서철학연구, 95, 5-26을 주로 참고했다. 특히 본고의 마지막 문단은 공자의 '직'(直) 개념이 도덕의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해석에서 도움을 얻었다. 즉, 직은 도덕의 기초가 되는 자연적 사실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2 <논어>, 5-23(공야장) "子曰: 孰謂微生高直 或 乞醯焉 乞諸其鄰而與之"

3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를 참고할 것.


4 '이직보원'(以直報怨)에 대해서는 필자의 다른 포스팅을 참조.

5 <진화심리학>, 데이비드 버스 지음, 이충호 옮김, 2012, 웅진지식하우스, p.383 참조.

"친족 확인 기제는 꼭 필요한 적응으로, 누가 좋은 동맹이 될지, 누구를 믿어도 될지, 누구하고는 섹스를 해서는 안 되는지(근친상간 회피), 필요할 때 누구를 도와야 할지를 비롯해 많은 종류의 행동이 이 기제에 의존해 일어난다. 실제로 친족은 이타적 행동과 자기 희생적 행동 같은 적응적 행동을 이끄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성별과 나이처럼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세계를 분할하는 데 사용하는 기본적인 사회 범주임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나와 있다(Lieberman, Oum, & Kurzban,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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