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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음주운전, 반복과 대책

by 전상민 변호사

이 세상에 음주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는 날은 단 하루도 없습니다. 특히 형사사건을 주로 처리하는 형사전문변호사로 살아오면서 도로교통법상의 음주운전 또는 음주운전에 기반을 둔 법위반을 상담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 날이 단 하루도 없을 정도로, 음주운전이라는 죄는 쉬지 않고 부지런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데 왜 음주운전은 반복될까요?
물론 하면 안 되는 것들 중 반복되고 있는 것이 음주운전뿐만은 아닙니다. 이 세상 모든 범죄에는 ‘하면 안 된다는 공통의 인식’이 있고 그것을 모르는 사람도 없습니다. 살인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러나 살인죄를 비롯한 강력범죄의 경우 그 행위자가 사회에서 거의 배제될 정도의 제재를 받기 때문에 다시 재범하는 것이 어렵기도 하거니와, 보통은 고도의 동기범죄이기에 심각한 사이코패스가 아닌 다음에야 재범률을 논의하는 것도 무의미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음주운전은 다릅니다. 정확한 통계는 발표되지 않지만 매년 10~15만 건씩 음주운전이 적발되고 있을 정도로 법위반의 수 자체가 어마어마하고 재범율도 무려 40%가 넘는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 일평생 음주운전 처벌 전력을 한 번이라도 가진 분들의 수는 아마 최소 500만 명 이상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합니다. 이토록 생활밀착형 범죄이다 보니 이 죄의 재범률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분 저분 상담을 하고 그 결과가 누적되면서 저에게는 나름대로 그 이유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정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술에 의한 판단력의 부재, 주취로 인한 충동성의 강화, 알코올중독, 대안적 교통수단의 부재 등 여러 가지 말로 음주운전 경위가 설명될 뿐, 음주운전을 다시 한 분들의 공통점은 '음주운전을 할 당시 자신이 적발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 재범의 본질이었습니다.

술은 마셨고 기분은 좋습니다. 그런데 스스로 생각할 때 특별히 신체조절능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술을 마셨을 때마다 법을 지키려고 꼬박꼬박 대리운전을 불러서 집에 가봤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경찰의 단속을 당한 적이 없습니다. 바로 이때 우리는 이른바 ‘본전생각’이 납니다. 즉 어차피 그동안 대리운전으로 귀가했어도 단속된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서 오늘도 단속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 있는 기대’를 하는 것입니다. 또 그렇게 몇 번 해보니 실제로 음주운전에 성공(?)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굳이 택시비에 비례해서 계속 올라가는 대리운전 비용을 부담할 이유가 없습니다. 결국 음주운전을 감행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람의 속성입니다.

그런데 형사전문변호사로서 바로 이 지점에서 재범을 막을 열쇠가 보입니다.


옛말에 ‘세상에서 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그 처벌이 약해서가 아니라 죄를 짓고도 처벌받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범죄학의 저명한 거두 체사레 베카리아(Cesare Beccaria) 역시 그의 저서 ‘범죄와 형벌(On Crimes and Punishments)’에서 “처벌의 목적은 범죄자가 사회에 더 이상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하고, 다른 사람들이 유사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처벌의 강도보다는 그 확실성과 신속성이 더 중요하다.”라고 하여 범죄예방에 있어 ‘범죄자에게는 반드시 처벌이 따른다’는 확실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갈합니다.

자신이 지금 하려는 행위가 법에 저촉되는 것이고 그 행위를 하면 반드시 처벌된다는 믿음이 있다면 아무도 법위반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확실합니다. 만약 우리가 고속도로에서 차 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던질 때마다 반드시 적발되어 벌점과 범칙금을 발부받기로 되어있다면, 담배꽁초 투기 4번 만에 20만 원의 범칙금에 면허정지가 될 것인데, 도대체 누가 담배꽁초를 버리겠습니까?

따라서 음주운전의 재범을 막으려면 음주운전을 하면 반드시 단속된다는 것을 그 행위자에게 미리 알려줘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음주운전 방지장치(Alcohol Ignition Interlock Device, AID)는 매우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운전자가 차량 시동을 걸기 전에 호흡을 통해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알코올이 감지되면 자동차의 시동자체가 걸리지 않게 만든다는 것인데, 모든 음주운전을 일일이 적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반면 음주운전을 하면 반드시 적발된다는 것을 인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것은 상당히 현실적이고 뛰어난 발상입니다.

다만 단 한 번의 음주운전만으로도 이 장치의 부착 대상자로 할 것인지, 재범 이상자들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그 부착기간은 얼마로 할 것인지, 차량에 장치가 부착되어 있다는 것을 타인이 알 수 있다면 인권이나 프라이버시 침해의 여지는 없는지 등은 기본권 침해의 측면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겠지만, 일단 논의에 착수하면 차차 해답을 찾아나갈 문제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작이 더 중요합니다.

예전에 은행업무를 볼 때 우리는 매 창구마다 줄을 서야 했습니다. 그런데 창구마다 그리고 고객마다 업무가 다르다 보니 먼저 와서 줄을 섰다고 하더라도 다른 창구의 줄이 먼저 줄어 자신보다 늦게 온 사람이 일을 먼저 마치는 경우가 흔해 항상 불만과 혼란이 있었고, 이런 사정은 은행이 바쁜 월말이면 더욱 심해졌습니다. 그러나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는 몰라도 하나의 기계가 등장합니다. 번호표 발급기입니다. 이 단순한 장치는 만성적 은행 혼잡제거와 업무처리의 효율성 제고에 그치지 않고 심지어 우리 마음속에 공평의 정신을 자리 잡게 하였습니다. 우리는 이제 사람이 많은 공중 화장실을 사용할 때 대기선 밖에서 기다리다 빈칸이 생기면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제도적 장치 하나의 도입으로 현실과 장래의 인식 모두를 바꾼 예로서, 앞서 살펴본 음주운전 방지장치도 이와 같은 역할을 못할 것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적으로는 당장 음주운전의 재범을 막을 것이고, 그 제도의 실행을 보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교육적 효과도 동시에 노릴 수 있습니다.

"He who does not prevent a crime when he can, encourages it."

범죄를 막을 수 있을 때 막지 않는 사람은 그것을 조장하는 것이다. (Sen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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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 11. 이글의 모든 저작권은 전상민 변호사에게 있습니다.>


법무법인 흥인 전상민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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