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영화] <집으로...> 재개봉, 잊고 있던 것들을 고찰하다
2002년 개봉해 450만 관객을 동원했던 <집으로...>가 17년이 지나 다시 개봉한다. 홀로 벌이를 하는 엄마를 잠시 떠나 외할머니와 함께 시골 벽지에서 생활하게 된 상우(유승호)의 이야기는 당시 관객들을 웃고 울리기 충분했다.
오는 9월 5일 추석 시즌을 맞아 재개봉하는 만큼 이 영화가 가진 미덕을 재조명할 만하다. <집으로...>는 특별한 사건 사고가 없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짜증과 피로가 가득한 엄마의 삶에서 떨어져 나온 상우는 7살 나이 특유의 천진함과 동시에 도시 아이 특유의 이기성을 품은 인물.
말을 하지 못하는 외할머니(김을분)를 향해 "병신"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면서도 낯선 공간과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상우의 모습은 곧 자신의 생각과 세상에 갇힌 현대 도시인들의 반면교사가 되기 충분하다. 낯선 곳에서 배변, 끼니 하나 해결하기 위해서 할머니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우는 약한 어린 아이처럼 보이지만 그가 할머니에게 내뱉는 말이나 행동은 시골 노인을 얕보고 그의 경험과 사랑을 애써 무시하는 이기적 도시인을 상징하기도 한다.
할머니와 상우의 첫 식사는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다. 통조림 햄을 손에 쥐고 깨작깨작 밥을 먹는 상우. 그런 그를 보며 할머니는 손으로 김치를 찢어 밥 위에 올려주지만 상우는 그걸 도로 할머니 밥그릇에 옮겨 놓는다.
특별한 믿음
▲<집으로...> 스틸컷ⓒ (주)팝엔터테인먼트
▲<집으로...> 스틸컷ⓒ (주)팝엔터테인먼트
이 두 사람이 과연 가까워질 수 있을까. <집으로...>가 품은 긴장감은 이게 유일하다. 할머니의 모든 것을 더럽고도 낯선 것으로 치부하던 상우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차츰 익숙해하고, 나아가 할머니가 품은 아픔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시골 동네 아이들의 등장은 상우로 하여금 자신이 알던 도시만이 세상의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하는 촉매가 된다.
영화적 구조가 담백할지언정 2002년이나 2019년이나 <집으로...>가 한국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매우 묵직하다. 갈수록 타인과 소통이 어려워지는 요즘이다. 자신의 생각과 경험으로 타인을 재단한 뒤 내게 쓸모가 있는지 당장 도움이 되는지부터 판단하는 게 습관이 됐다면 이 영화는 일종의 환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산업적 면에서도 유효한 메시지를 던진다. 제작 당시 <집으로...>는 그때나 지금이나 흔한 스타 캐스팅이 없었다. 주인공인 유승호는 이제 막 등장한 어린 배우였고, 김을분 할머니나 시골 동네 아이들은 모두 이정향 감독이 오디션 한 번 보지 않고, 어떤 특별한 느낌과 믿음으로 뽑은 이들. 그럼에도 영화는 당시로선 큰 흥행을 거뒀다. 영화 흥행은 스타 배우가 거대 예산이 아닌 이야기의 진정성이라는 진리를 새삼 깨우치게 한 셈이다.
<집으로...>와 <오늘>(2011) 등으로 특유의 섬세한 감성을 스크린에 풀어온 이정향 감독은 여전히 영화적 힘을 믿는 여성 감독이다. <집으로...>가 여성 감독 흥행으로서도 지금까지 1위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아직 한국영화에서 여성 감독이 할 일이 많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집으로...> 스틸컷ⓒ (주)팝엔터테인먼트
한 줄 평 :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유효한 감동과 메시지
평점 : ★★★★(4/5)
영화 <집으로...> 관련 정보
연출 및 각본: 이정향
출연: 유승호, 김을분
제공 및 배급: 팝엔터테인먼트
런닝타임: 87분
관람등급: 전체관람가
개봉: 2019년 9월 5일(2002년 4월 5일 최초 개봉)